어느 날 얼굴에 핀 꽃

1.

by 신성화

처음 서점을 방문했던 날이 떠올랐다. 그날도 오늘 같은 겨울이었다. 이사를 온 후 동네를 산책하며 몇 번이나 지나친 곳이었지만 서점이 있다는 건 그때 알았다. 해가 뉘엿 질 때쯤이었고, 건물 외벽을 감싼 담쟁이덩굴이 시선을 끌었다. 낙엽처럼 떨어지지도 않고 벽면을 메운 담쟁이덩굴의 갈색 빛에 저무는 해의 잔향이 닿아 있었다. 메마른 잎들이 빛을 받아 담아내는 은은한 생기에 걸음을 멈췄다.


모든 것은 사소한 일로부터 시작된다. 사소함과 우연이 사슬처럼 얽힌다.


그날 그 자리에서 나는 서점 문을 열었다.


2층 규모의 서점은 층수만 1층과 2층으로 나누어졌을 뿐 그리 넓은 공간은 아니었다. 조명이 켜 있는 곳은 아주 어두운 두 어군데 뿐. 2층의 큰 창에서 저물녘의 짙은 빛이 내려와 서점을 채우고 있었다.


실내는 대부분 목재로 꾸며져 있었다. 나무 위에 지은 집이 떠올랐다. 어린 시절 만화영화나 책에서 보았던 꿈의 공간을 이제야 만난 기분이었다. 나를 품어주는 서점의 온기와 공간. 따뜻한 커피 속에 푹 담긴 느낌이었달까.


한참을 머물렀던 서점과의 강렬한 첫 만남 이후 나는 단골손님이 되었다. 새로운 책을 구경하러 오기도 하고, 사장님과 대화를 나누기 위해 오기도 하고, 단지 이 공간을 만끽하기 위해 오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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