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얼굴에 핀 꽃

1.

by 신성화

서점이 문을 여는 시간은 오전 10시. 사람들을 맞이하기 전 준비해야할 일들이 있으니 출근은 9시 30분까지였다. 잠긴 문을 열고 들어가자 지난밤의 냉기가 뿜어져 나왔다. 2층에 난 커다란 창을 통해 햇살이 쏟아져 내렸지만 건물 안의 찬 기운을 전부 몰아내지는 못했다.


빛이 닿은 곳과 닿지 못한 공간의 경계를 지우기 위해 불을 켰다. 자연의 빛과 인공의 빛이 어우러져 서점 안이 대부분 균일하게 밝아졌다. 밤새 칸칸이 잠들어 있던 책들도 이제 일어나야 할 시간이었다.


손에 끼고 있던 검은 가죽장갑을 벗었다. 장갑을 벗은 손에 찬 기운이 와 닿았다. 손이 보랏빛으로 얼룩덜룩하게 물들고 있었다. 겨울이면 생기는 익숙한 일이었다.


얼른 히터를 틀고 싶지만 환기가 우선이었다. 갇힌 공간이 품고 있던 텁텁한 공기를 털어내야 했다. 시린 손을 연신 비비며 서점 곳곳의 창문을 열었다. 창문을 열러 지나가는 길마다 손때가 묻은 물건들이 놓여있었다. 그들에게도 아침 인사를 건넸다. 혼자서 일을 하다 보니 생긴 습관이자 하루를 여는 오랜 의식 같은 행위였다.


1층 창문 세 개를 열고 나무계단을 걸어올라 2층으로 향했다. 삐걱삐걱. 걸음을 옮길 때 마다 나무계단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서점 안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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