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얼굴에 핀 꽃

1.

by 신성화

고소한 기름 섞인 냄새가 거실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어디 멀리 가는 것도 아닌데 뭘 이렇게 차려주셨어.”


식탁 위에 반찬이 한 상이었다. 의자를 꺼내 앉으며 반찬들을 살피니 전부 내가 좋아하는 음식들이었다.


“거기는 밥을 못해먹는다며.”


엄마가 국그릇을 내 앞에 놓으며 말씀하셨다. 엄마 몫의 국을 퍼서 담고 내가 앉은 자리의 맞은편에 앉으셨다. 누가 정해준 것도 아닌데 언제나 우리의 지정석이었다.


“잘 먹겠습니다.”


뜨끈한 국물 한입에 속이 찌르르했다. 밥을 한 술 퍼서 입에 가득 떠 넣고 멸치 볶음을 먹었다. 적당히 단단한 멸치 볶음에서 바다가 느껴졌다. 깻잎 장아찌, 불고기, 계란말이, 쌈 채소. 식탁 위에 놓인 반찬을 번갈아 가며 집어 먹었다. 거의 30년을 익숙하게 먹어온 맛. 엄마의 손맛에 길들여진 입맛은 내 손맛도 물들여가고 있었다. 요즘 가끔 간단한 요리를 할 때면 서툴지만 엄마가 해주신 음식의 맛이 났다. 아직 설익은 음식들이라 그리움을 불러내진 못했지만.


“맛있어?”


“응. 특히 불고기. 오늘 양념이 예술이야.”


“배울래?”


“아니. 불고기 양념 사다가 부으면 안 될까? 아니면 양념된 불고기를 사다먹던가? 아니면 밖에 나가서 사 먹던가?”


“그거랑은 맛이 다르잖아. 직접 하는 게 더 맛있지 않아?”


“그건 엄마가 만든 거라 그렇고. 내가 만들면, 차라리 사 먹는 게 낫지. 무엇보다. 귀찮아.”


“숨은 어떻게 쉬고 사나 몰라.”


엄마의 말에 콧구멍을 벌렁 거리며 숨을 크게 들여 마시고 내뱉기를 반복한다. 쉬익, 쉬익, 거리는 소리를 들려주니 엄마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부모님 앞에서는 내 나이를 쉽게 잊곤 한다. 나는 웃어 보이며 다시 밥 먹기에 집중했다.


“거기 가면 희정이네 삼촌이 데리러 온다고?”


“응.”


“오는 날도 버스정류장까지 데려다 주시고?”


“응.”


벌서 몇 번이고 똑같이 물어온 질문이었다. 부모님도 자녀의 나이를 쉽게 잊곤 한다. 내 나이가 지금 몇인데. 저런 걱정 어린 질문을 듣기에는 민망한 나이 아닌가. 우물우물 밥을 먹으며 대충 대답했다. 오늘이 지나야만 같은 질문이 끝날 것이었다. 엄마는 늘 그랬으니까.


“다음 주 월요일에 돌아오는 거고?”


“아우. 그렇다니까. 똑같은 걸 몇 번을 물어보는 거야. 도착하면 전화할거고. 거기 머무는 동안은 전화 안 할 거고. 돌아오는 날 출발하면서 전화할게.”


“기지배 승질머리 하고는.”


빽, 하니 내뱉은 말에 엄마가 눈을 흘겼다. 찌릿하게 전해지는 눈길을 외면하며 남은 국물을 후루룩 마셨다. 국물은 여전히 뜨끈하게 속을 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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