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하철역에서부터 버스까지 오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 마스크를 하나 샀다. 충동적 혹은 본능적 움직임이었다. 스쿠버다이빙에 필요한 산소통을 찾아 헤매는 기분. 하얀 마스크가 얼굴을 덮었다. 열기를 내뿜는 얼굴에 핀 꽃이 가면 아래로 숨겨졌다. 밭은 숨을 몰아쉬었다. 그리고 천천히, 숨을 들이쉬고 뱉었다. 답답하게 가려진 얼굴이 오히려 호흡을 편하게 했다.
영릉으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버스 안에 몇 사람이 타 있지만 나는 서둘러 내 자리를 찾아 걸음을 옮겼다. 내게 시선을 주는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할 겨를은 없었다. 이미 내게 박혀버린 눈길들이 계속 나를 따라다니고 있었기에.
나는 숨고 싶었다. 마스크 아래 가려진 얼굴을 지닌 사람이 아니라 투명인간이 되어 버리고 싶었다. 그러면 호기심 어린 시선도, 안타까워하는 시선도, 의미 없는 시선도, 모든 것들이 나를 발견하지 못하고 사라질 것 같았다.
이미 예약해 둔 7번 좌석 옆 자리에는 사람이 없었다. 다행이었다.
가방을 내려놓고 안전벨트를 매니 버스가 바로 출발했다. 5시 정각이었다. 내가 여유롭게 정해두었던 시간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조금씩 무언가 어긋나고 있었다.
밖은 이미 어둠이 내리고 있었다. 붉은 불빛이 주를 이루는 도로를 바라보며 부풀어 오른 얼굴의 꽃을 쓰다듬었다. 꽃은 여전히 터질 것 같은 열기를 가득 담고 있었다. 마스크 위로도 열기가 느껴졌다. 오른손을 창문 가까이에 대고 찬 기운을 흠뻑 머금은 다음 다시 오른뺨에 갖다 댔다. 찬 기운이 마스크를 지나 뺨에 닿았지만 얼굴에 핀 꽃의 열기는 가라앉을 생각을 안했다.
같은 행동을 몇 번이나 반복하다 그만두고 멍하니 창밖을 바라봤다. 고속도로에 진입한 버스가 전용도로를 타고 막힘없이 달리더니 이내 속도가 느려졌다. 차가 많았다. 막히는 금요일 저녁에 내가 고속도로 위에 있다니. 어색했다.
앞으로 한참을 더 가야 영릉터미널에 닿을 것이었다.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았다. 잠은 오지 않았지만 억지로 눈을 감았다. 나는 그래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