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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랑한 마시멜로우 Mar 01. 2024

4번의 헤어짐, 그리고 떡례(2)

* 4번의 헤어짐, 그리고 떡례(1) 다음 이야기입니다 *


퇴직 후 1년간 어떻게든 건강한 몸을 만들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건만, 난 그 기간 동안 또 한 번의 임신과 유산을 겪어내야 했다.

이젠 아예 자포자기가 되었다.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언니들이 나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말자며 불임클리닉을 권유했다.

지방에서 도시로 매주 버스를 타고 불임클리닉에서 내 몸 상태를 체크받고 몸을 만들어 갔다.

‘아~ 결국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되는구나~’


혹, 오다가다 아는 사람이라도 만날까 봐 모자를 푹 눌러쓰고 몰래 다녀가길 여러 달~.

병원에서는 특별한 원인을 발견하지 못하니 당연히 해결 방법도 찾지 못했다.   

   

그이가 출근하고 늦은 잠을 자고 있던 어느 날, 작은 언니에게 전화가 왔다.

'몸이 괜찮냐는~' 언니가 복숭아 태몽을 꿨는데 꿈속에서 내가 보였다 한다.

실없는 소리 같아 화 먼저 내고 말았다.

그래도 혹시 몰라 테스트를 해보니 정말로 임신이었다.

어떻게 또 기뻐할 수 있겠는가? 임신은 잘 되어도 아이를 내 몸에서 지킬 수 없는 습관성유산이라는데, 정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미칠 지경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른 때와 달리 입덧이 시작되었다.

엄마는 입덧이 있다는 것은 아이가 건재하다는 증거라며 희망을 거셨다.


또 4개월이 되었고 난 태아의 심장이 뛰는가를 확인받기 위해 내 배 위에 초음파기를 올려놓았다.


쿵쿵쿵 ~’


이 세상에 이렇게나 크고 아름다운 소리가 또 있을까?

난 유산을 통보받았을 때 보다 더 많은 눈물을 흘리며 그 경이로운 소리를 듣고 또 들었다.

그 아이는 내 몸에 딱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고 어떻게든 살아 보겠다고 자신의 심장소리를 그렇게나 우렁차게 우리에게 알려왔다.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암울한 내 삶에 구세주가 잉태된 것이다.

나는 10개월 동안 심한 입덧으로 거의 일상생활이 힘들 만큼 누워만 지냈다.   

더더더 힘들어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리고 드디어 그 아이가 '떡례'라는 이름으로 우리 곁에 왔다.('덕례리' 마을에서 잉태되고 태어났다 해서 태명으로 지음)


2년의 기간 동안 4번의 헤어짐(유산)을 겪으며 기적처럼 우리에게 와준 그 아이와 첫 대면을 했다.

체중 2.8 kg, 신장 47cm, 두위 32.5cm, 가슴둘레 31cm의 작은 몸으로~. 아빠를 꼭 빼닮은 짝 찢어진 작은 눈과 길쭉한 두상, 불그스레한 태열끼가 온몸을 뒤덮고 있는 피부, 안으면 부서질 것 같은 너무나 쪼매만한 못난이 요정이 사뿐히 내 품에 안겨왔다.      

이 요정을 우리가 어떻게 얻었고 지켜냈는지 너무나 잘 아는 사람들은 요란한 축하를 보내왔고, 우린 비로소 안심하고 그 축하를 맘껏 받았다.


그렇게 엄마 아빠의 요정이 되어 이 세상에 온 아이는, 이제 어여쁜 숙녀가 되어 이 세상에 둘도 없는 내 친구가 되었다.

나는 종종 그 아이와 인생과 사랑, 세상 살아가는 것에 대해 밤을 지새워가며 얘길 나누곤 한다.

그럴 때마다 말투나 억양, 생각 포인트가 어찌나 나와 똑같은지 매번 신기할 따름이다.     

(내 브런치 글, 사전 검열자도 아이다)


지금 그 아이는 엄마 뒤를 이어 중학교 선생님이 되었다.

갱년기에 접어든 나는, 요즘 그 아이에게 부쩍 이것저것 요구도 많이 하고 심지어 어린양에 투정, 앙탈까지 부리곤 한다.

그러면 그 아이는


 "뭐야 엄마는~ 탱이(남동생)는 엄마가 맨날 다해주면서 나한테는 도대체 왜 그러는데?"


 "그래~ 그러니까 정말 미안한데... 이제는 네가 엄마노릇 좀 해주면 안 되겠니?"


나는 그 아이를 너무 믿는다.

내가 늙어 몸을 스스로 운신하지 못할 때가 오더라도 그 아이는 나의 구세주로 이 세상에 왔듯, 

마지막까지 나의 구세주가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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