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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이랑 Jul 30. 2023

휴식_매주 수요일은 나의 힐링타임

오늘도 곰생했어요 2부

“OO은 일주일 중에 언제가 가장 힘들어?”

유명 프랜차이즈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로 파스타 파트를 맡고 있을 때, 종종 옆의 베이커리, 피자 파트 누나들이 자주 묻는 질문이었다. 물론 오픈과 마감이라는 차이는 있지만 내 대답은 이변이 있지 않는 이상 “토요일 점심, 저녁, 금요일 저녁 순이죠.”이다.


그걸 이미 알고 있는 캡틴은 당시 열심히 하던 나를 힘든 요일들은 잘 빼주지 않고 대부분 수요일, 일요일같이 따로따로 쉬게 해 주었다. 하루 일하면 15시간은 기본이었던 나는 그래도 휴일 전날, 마감하고 11시 넘어서 퇴근하면 다음날 쉴 수 있다는 것에 만족했다.


특히, 가끔씩 마무리가 되면 “OO야 오늘 폐기 음식 먹도록 점장님이 허락해 주셨어, 먹고 싶은 거 몇 개 골라라~!”라는 말이 들려오면 귀가 쫑긋 서게 된다.

주로 차갑게 식은 게살볶음밥에 폭립 그리고 불어 터진 파스타지만 당시 힘들고 돈 없는 20대 초반의 나는 꿀맛과 같은 여유와 맛난 음식에 그간의 노고가 사라졌다.


비록 겨우 하루씩 끊어 쉬는 거지만 남들에게 한 개인 불금이 내게는 두 개가 있으니 좋았고 휴일병에서도 그나마 자유로운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취업 후, 직장 1년 차였던 나는 매주 수요일마다 5시 땡치자 마자 겉옷을 입고 자리를 나섰다.

그때마다, 내 앞자리의 외국인 동료이자 친구가 말한다. “하하, 너 또 힐링타임하러 가?”

그러면 나는 항상 미소를 지으며 “어 오늘은 수요일이잖아. 내일 보자!” 라며 인사하고 자리를 떠난다.

당시 매주 수요일 저녁은 내가 정한 나만의 Family day이자 힐링타임을 즐길 수 있는 날이다.


근무 특성상 주말근무가 많았고 팀 내 근무시간이 최다였던 내게는 이러한 날이 생존을 위한 내 컨디셔닝 방법 중 하나였다.


나는 이날을 위해서 주차해 놓았던 자전거를 타고 영화관에서 티켓을 끊는다.

그 사이에 영화관 건물 밑에 있는 KFC에 들려 징거버거 세트를 먹고 시간이나 돈이 여유가 있으면 팝콘, 나쵸 등을 사서 영화를 보곤 했다.


오후 5시 칼퇴여서 그런지 가끔 퇴근 시간과 겹치는 타임에는 나를 포함해서 두 팀밖에 없어 영화관을 전세를 낸 기분이 난 경험도 있다. 또한, 코로나 이전시기라 대단한 명작들이나 볼만한 영화들이 넘치는 시기여서 선택에 있어서 어려움은 없었다.


하지만 영화가 마음에 안 드는 날이 있던 적도 있다. 그때는 미스터힐링이라는 안마의자카페에 들러서 눈을 감고 조용한 휴식을 하곤 했다.

아로마 향기랑 따뜻한 안마의자에 핸드폰을 잠시 꺼두면 마음이 매우 편했다.

휴식은 다들 자기만의 스타일이 있고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도 제 각각이다.

집에서 소소하게 낮잠을 자거나 퇴근 후 맛집을 들리거나 헬스를 가는 등 평일일지라도 시간을 내서 휴식을 가지면 조금이나마 직장에서 메고 온 짐들이 어느 정도 덜어진다.


"중요한 것은 그저 업무로부터 분리되어 나만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언제나 내 마음대로 되지는 않는다. 나 또한 주중에 딱 하루 일찍 가는 수요일이라고 해도 당시 거부할 수 없는 야근을 할 때가 있었다.

그때마다 나는 처음에는 조급해지고 짜증이 올라오는 그런 느낌을 매우 받았다.


하지만 ‘그럼 다음날 가야지’라고 편하게 마음을 먹고 내일 더 편한 휴식을 기대하며 일을 하니까 크게 타격은 받지 않았다.

누구랑 약속한 것을 취소한 것도 아니고 그저 나는 수요명화가 목요명화가 되는 것이기에 휴식이라는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그저 마음먹기 나름이지 않을까 싶었다.


지금 내게는 수요일마다 찾아오는 힐링타임은 거의 없어졌다. 업무에도 변화가 찾아왔고 주말 근무도 최대한 피하고 있어 더 이상 크게 필요하지 않다.

때로는 프로젝트가 들어올 때는 열심히 집중을 하고 끝나면 상사에게 당당히 눈치 보지 않고 “저 이번 프로젝트 끝냈으니, 이날 쉬고 오겠습니다.”라고 말하며 쉬고 있다.


하지만 프로젝트가 없을 때는 주중에 수요일은 꼭 비교적 일찍 가는 것이 내게는 의미가 있다.

비록 목요일은 출근하더라도 화요일은 수요일에 대한 기대, 수요일은 일찍 가서 누리는 즐거움 그리고 목요일 금요일만 일하면 끝이라는 생각이 매력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이는 주중에 힘든 업무에 있어서도 집중이 매우 잘되게 되고 심지어 월요병의 부담감을 낮춰주는 마법 같은 나의 노하우이다.


#오늘도 곰생했어요 2부

내게 보내는 질문 3.

주말에 하고 싶지만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부담스러웠던 것이 있을까요?

리스트를 작성하고 하나만 주중으로 옮겨서 실행해 볼까요?

나만의 세미 휴일을 만들어 봐요.

토요일, 일요일     →     수요일 (혹은 주중)   

백화점 쇼핑


마트 장 보기


맛집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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