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과 가까워지는 삶이 다가온다
' 유방 결절의 모양이 너무 안 좋습니다. 암일 확률이 굉장히 높습니다.'
의사의 말 한마디에
정신과 육체가 위축되고
상상력을 펼쳐나가는 남편은
머릿속에서 나를 죽였다가 살렸다가
9월 한 달간
암과 죽음을 생각하게 되었다
유방암이라는 것도 검색해서 찾아보고
림프로 전이가 되었을 때 위험성도 알게 되고
내가 만약 진짜 암이라면, 암환자라면..
상상 속에서 아파보기도 했다
체력이 절반이 깎여나가는 것 같은
한 달이었다
유방검사도 처음 해봤는데
초음파를 보자마자 조직검사를 하고
일명 맘모톰이라는
유방 결절 절제술도 하고
2차 조직검사를 기다리기까지
한 달이었다.
건강을 자신했던 나 자신
그럴 수밖에 없다고 변명할 수밖에 없는
장수유전자
양가에 가족력은 전혀 없는 나에게
'암'이라는 단어가 나에게 처음에는
생경하게 다가왔다가
나를 암환자로 만들었다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게 했다
그동안 가족의 소중함도 알게 되고
주변의 사랑도 느끼고
동시에 미안함과 고마움도 많이 느끼게 되었다
내 안에 드는 여러 가지 감정의 원인과 동기들도 살펴보고
내가 정말로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을 생각하고
체력이 깎여나가는 중에
정말 우선으로 생각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정리도 해보았다
난 그저 스쳐가는 시간이고
아픔을 겪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비할바는 아니지만
20대의 육체라고만 생각했던 내가
스스로의 육체를 인정하고
잠과 먹는 것을 소중히 여겨야 함을
머리에서 몸으로 몸소 체득하는 시간이다
놀려고 휴가를 내는 것이 아닌
아이가 아파서 휴가를 내는 시간도 지나
이제 내 몸을 돌보기 위해, 병원을 가기 위해
휴가를 내는 것이 짜증이 나기도 했는데
이제는 받아들여야 한다
삶에 미련이 있나.. 하는 그런 질문의 답은 아닌 것 같다
건강하게 주어진 삶을 충실하게 살기 위한
최선이지 않을까 싶다
내 몸을 스스로 망치면서 죽음으로 달려가는 것이 아닌
주어진 것에 감사하고 소중히 여기며
또 아픈 사람들을 돌아보고
건강한 것에 감사하고
가족과 주변인에 대한 사랑에 보답하고
주고받는 그런 삶을 살기 위해
최소한의 것을 최선을 다해
나를 지키며 살아가는 삶
그걸 보통의 삶을 살아간다고 하겠다
어렸을 때 유서를 작성하며 생각했던 죽음이 아닌
진짜 내 몸에 죽음을 불러오는 병이 있다고 생각하면서
죽음을 생각하고
내가 소중하니 이 세상에 소중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는 깨달음
하찮은 삶과 하찮은 죽음은 없다는 깨달음.
늘 단어 하나에 숨겨진 빙하와 같은 깊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며 경이로워하곤 했는데
'죽음'이라는 단어도
삶을 돌아보게 하는 그런 경이로운 단어였음을
진짜 느끼게 되었다
너무 소소한 일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이 일을 계기로
삶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게 되니
아주 큰 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땅의 모든 사람들이
생명의 소중함을 알고
건강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길
간절히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