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초등학교의 좋은 점
독일에서 초등 3학년부터 다닌 큰아이는 적응기를 지나 학교를 다닌 지 1년 반 되는 4학년 1학기를 마치곤 이런 고백을 한다. 독일에서 학교 다니는 자신은 행복하다고. 학교 가는 게 매일 놀러 가는 기분이란다. 뭐가 좋은지 딱히 말하기 어렵지만, 환경적인 면이 좋단다. 게다가 공부가 이렇게 재미있는 줄 몰랐단다. 어떨 때는 쉬는 시간이 아까울 정도로 공부가 재미있다고. 제일 좋아하는 수학은 45분 수업 시간이 4, 5초처럼 느껴질 정도로 빨리 지나가고 독일어 수업에선 선생님의 일거수일투족만 보일 정도로 집중이 된단다. 사진을 찍으면 딱 그 장면만 보이는 것처럼 주변 소음은 다 제거되고 선생님 말씀만 들리는 기이한 경험도 한다고.
독일의 수업 방식을 경험하기 전에는 한국도 나쁘지 않았지만, 독일 학교에 다녀보니 많은 부분이 한국과 다르단다. 일단 학생 수가 적다. 수업이 선생님의 일방적인 가르침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하나를 배우더라도 굉장히 오랜 시간을 들여 꼼꼼하게 배우니 확실하게 머릿속에 남는다. 예를 들면 수학에서 선생님이 설명하시기 전에 아이들의 생각을 물으시고 문제를 풀 때 한 가지 방식만 있지 않다는 것을 배운다. 그 외에도 선생님과 친구들이 잘하는 부분에 대해서 아낌없이 칭찬해주고 어려움에 처했을 땐 잘 도와준다. 경쟁보단 연대고 협동이다.
방학과 금요일엔 무조건 숙제가 없고, 음악실 요리실뿐 아니라 스포츠 홀이 따로 있어서 더운 여름에도 전혀 덥지 않게 운동한다. 학교가 일찍 시작하지만 그만큼 일찍 끝나서 좋다. 학원도 다니지 않고 시간이 여유롭다. 처음엔 독일어 때문에 어려웠지만 이젠 전혀 문제 되지 않는다.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일은 생각보다 재미있고 점점 잘 알아듣고 친구들과 소통이 되어간다는 게 신기하다. 한국에선 친구들이 학원 다니느라 학년이 올라갈수록 놀 시간이 부족하다던데 이곳에선 그렇지 않으니 좋다.
4년 제인 초등학교(GrundSchule) 졸업 후, 5학년으로 진학할 때 세 개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Hauptschule(5학년~9학년), Realschule(5학년~10학년), Gymnusium(5학년~12학년)으로 나뉜다. 공부가 적성에 맞으면 김나지움으로 가고 8년이 걸린다. 나머지 두 학교는 기간이 짧다. 김나지움으로 진학하려면 초등학교 성적 평균이 3등급 이상 이어야는데 고정적인 것은 아니고 그 이후 2년(5, 6학년) 안에 변경 가능하다.
4학년 1학기가 끝나고 부모 상담에서 어느 학교로 갈지 결정한다. 담임 선생님은 아이가 성적에서 최고 점수인 A를 받았다면서 A는 학교 역사상 지금껏 손에 꼽히고 반에서도 당연히 아무도 없다고 말씀하시며 축하해주셨다. 반에서 뿐 아니라 학교에서 1등을 한 거다. 성적표엔 이렇게 적혀 있다. “모르는 것은 그때그때 질문할 뿐 아니라 수업하면서 수시로 필기를 하며 새로운 것을 잘 받아들이고 모든 과목에서 능통하다.” 독일에 온 지 1년 반에 시련을 견디고 얻은 좋은 성과와 평가라 아이에게 고맙고 부모로선 자랑스러운 일이다.
김나지움으로 진학 시 독일어, 수학, 영어의 성적이 제일 중요한데 독일어를 제외한 나머지 두 과목은 1등급이지만 독일어가 3등급이라 괜찮은지 질문했다. 나머지 과목을 월등히 잘하고 이렇게 1년 반 만에 독일어 3등급 받을 정도면 아무 문제없단다. 언어가 해결되니 아이는 일사천리로 진도를 따라잡을 뿐 아니라 심지어 독일어까지 반에서 상위권이다. 물론 이렇게 되기까지 아이의 노력뿐 아니라 시스템적인 도움도 크다. 그 부분은 따로 쓸 계획이다.
독일은 김나지움에 진학해서 8년을 다니고 아비투어(Abitur : 대입시험)에 합격하면 학비도 거의 무료인데 대학 진학률이 50% 미만이란다. 아이가 꼭 대학에 진학해야 한다는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는다면 직업학교에 가더라도 상관없다. 다만 공부가 적성에 맞고 본인이 원한다면 말릴 이유는 없다. 요즘은 독일도 대학 진학률이 높아지고 사교육이 없는 건 아니지만 아직은 학교 공부만으로도 잘 따라가니, 우리에겐 최선의 환경이다. 아이가 잘 적응해서 학교 생활이 즐겁다니 독일에 오길 잘한 건가 긴가민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