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에서 의무적으로 배우는
초등학교 2학년 딸은 학교에서 일주일에 하루 두 시간(Schulstunde는 한 시간이 45분 기준) 수영 수업이 있다. 학기초 아이의 수영 여부를 체크하는 신청서를 보니 최소 1단계-Seepferdchen(해마)는 모든 아이들이 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처음 시작할 땐 한 반에 1단계 이수한 학생이 절반 정도고 2단계-Bronze(2단계)를 이수한 아이도 몇 명 있었다. 1단계 이상 이수한 아이는 수영 수업에 가지 않고 체육을 한다. 이제 곧 2학년이 끝나가는데 반에서 반 아이들 모두가 2단계란다. 오늘은 실제로 물에 빠졌을 때를 대비해서 수영복이 아닌 체육복이나 잠옷을 준비해서 수영 수업을 갔다. 독일에선 수영이 꽤 중요하다는 것을 여러 곳에서 느낀다. 아래의 4단계로 구분된 자격증이 발급된다.
[독일 수영 4단계]
1. Seepferdchen 지페어티헨 (해마) : 수심 1m 70에서 평영으로 25m를 갈 수 있으며 어깨 깊이 바닥의 물건을 줍기. 1m 높이의 다이빙대에서 점프하기
2. Bronze 브론즈 : 15분 안에 200m를 평영으로 완주해야 하며 2m 깊이를 잠수해서 바닥의 물건을 줍기. 1m 높이의 다이빙대에서 점프하기
3. Silber 질버 : 30분 동안 수영을 지속 수영을 해야 하는데 그중 5분은 배영으로 유지해야 한다. 또는 25분 내에 총 400m를 완주하는데 300m는 평영으로 100m 배영으로 한다. 2m 깊이를 잠수해 두 번 이상 물건을 집어 올리고. 낮은 수심 물속에서 수영해서 10m 가기. 3m 다이빙대에서 점프하기.
4. Gold 골드 : 24분 안에 600m를 수영하는데 70초 내에 50m 평영으로, 접영으로 25m, 배영으로 50m를 해야 한다. 수심 2m에서 한 번 잠수해서 물건 세 개를 3분 안에 주워오는 잠수를 세 번 반복. 3m 다이빙대에서 점프하기. 물건을 물 위에서 밀거나 당기면서 50m 수영하기
큰아이가 4학년 학급 여행을 북쪽의 섬으로 갈 때와 김나지움 등록 시 수영 증명서를 요구하지 않았다면 아이가 자발적으로 수영을 배우기는 힘들었을 듯하다. 상급학교 진학 시 입학 서류 작성에서 '수영을 할 수 있나요?'라는 질문에 '예' '아니오' 체크해야 했는데 애매했다. 아이가 수영을 하긴 하는데 이걸 어디에 체크해야 할지 난감했다. 이럴 때 수영 증명서가 있으면 편리하다. 수영 4단계에 따른 체크는 안 해봤지만 수영을 하긴 하니까 일단 '예'에 체크를 하고 수영 증명서는 입학식 날 제출했다.
수영 증명서가 필요한 아이는 개인적으로 수영을 등록해서 며칠 만에 브론즈를 땄다. 아빠랑 수영장에서 자주 놀던 아이라 일단 물에 대한 두려움은 없으니 쉽게 배우는 것 같다. 참고로 한국에서 수영을 일 년간 배운 남편은 평형(얼굴을 물 위로 내밀고 개구리 수영)으로 200m를 가지 못한다. 자유형에 익숙한 사람이 물 위에 얼굴을 내밀고 수영을 하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단다. 독일에서 아이가 배우는 수영을 지켜보니 깊은 수심에서도 겁내지 않고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는지와 관련 있다.
초등학교에서 최소 브론즈까지 이수할 수 있도록 권유하고 5학년 체육시간에도 수영이 있어서 큰아이는 얼마 전에 질버(3단계)까지 이수했다. 수영의 중요성은 알지만 자발적으로 배우기 어려울 땐 독일처럼 시스템적으로 증명서를 요구하는 방법도 꽤 유용하다. 수영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어쩔 수 없이 물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기 적당한 어린 나이에 스스로를 구할 최소한의 능력을 갖추게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