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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진 Jun 15. 2019

학년의 마무리, 학교 축제 Schulfest

곧 여름 방학

매년 6월 금요일 오후 세 시 반, 초등학교에서 <Schulfest 학교 축제>가 있어요. 꼭 이맘때 열려요. 여름 방학이 시작되기 전, 한 학년이 끝날 무렵요. 두세 달 전에 반대표 엄마는 전체 메일로 축제 날짜와 행사 내용을 전달해요. 2-3주 전에 안내문이 오고, 각 반 왓츠앱(유럽의 카카오톡)에선 축제 준비가 시작되어요. 축제가 끝나면 곧 한 학년이 마무리되고 성적표가 나오고 여름 방학이 시작된다는 거죠. 앞으로 3주 후엔 길고 긴 여름 방학이 시작되겠군요.  


이 행사는 전적으로 부모가 맡아요. 여럿이 함께 시간과 약간의 품을 들이면 큰 비용이 들지 않는 품앗이가 딱 떠올라요. 왓츠앱에선 이런 이야기들이 오가요. 행사에서 먹거리가 빠지면 안 되니 각 반 별로 필요한 케이크 핑거 푸드 그리고 커피와 음료수 물을 누가 준비할지 자원을 받아요. 우리로 치면 김밥이나 떡볶이 대신 케이크나 머핀을 만들어 오겠다고 하더라고요. 과일 꼬치나 쿠키도요. 반마다 조금씩 보태니 아주 풍성하게 준비되더라고요. 


재학생들에겐 음료수 한 잔과 케이크 한 조각씩 무료로 먹을 수 있는 쿠폰을 미리 나눠줘요. 먹고 싶으면 저렴한 가격에 사 먹게 따로 쿠폰을 팔고요. 예를 들면 머핀 하나에 50센트 커핀 한 잔에도 50센트 뭐 이런 식으로요. 엄마들이 직접 만든 음식을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먹는 거죠. 어김없이 한쪽에선 아빠들이 소시지를 구워서 주먹 빵(Bröchen)에 끼워 팔고요. 그건 1.5유로로 제일 비싸요. 그걸 판매하는 사람이 필요하니 학부모가 돌아가면서 돕고요. 


그 외 아이들의 놀거리도 모두 엄마, 아빠가 준비하는데 올해는 2, 3학년이 뷔페를 1, 4학년은 놀이를 준비했어요. 매년 조금씩 달라지는데 올해는 활쏘기가 인기더라고요. 쿠폰에 도장을 받는 식으로 운영되어서 한 번씩만 이용할 수 있어요. 그래야 오래 기다리거나 복잡한 일을 막을 수 있을 테니까요. 학교 축제라고 모두 참석하는 아니고 시간 되는 사람만 와서 여유롭게 즐기면 되더라고요. 각 반 담임선생님도 자연스럽게 어울려 이야기하고요.  




첫해엔 친한 사람도 없고 신경 써서 이야기하는 거 자체가 스트레스라 그냥 간단히 인사만 하고 케이크만 사서 열심히 먹었어요. 입안은 엄청 달콤한데 마음은 괜히 쓸쓸했달까요. 한편으론 독일 사람들이 타인에게 크게 관심 두지 않고, 그들끼리도 엄청 친해 보이지 않아서 큰 소외감은 없다고 합리화를 하면서요. 작년하고 올해는 뭐라도 도우미를 자처해서 적극적으로 참여했어요. 뻘쭘하지 않으려면 일을 하는 게 낫더라고요. 어제는 한 시간 동안 음료를 팔았어요. 그래도 시간은 더디갔지만요. 


이상하게 저런 모임에서 달달한 케이크를 먹으면 김밥과 떡볶이 어묵 국물이 생각나요. 한국이 그리워지는 순간은 어김없이 음식이 떠올라요. 김밥 안에 들어가는 다양한 속만큼이나 울긋불긋한 빛깔의 머핀과 케이크 간격만큼 이방인이라는 걸 체감해요. 씩씩하게 악수하면서 구텐탁! 을 외치는 것보다는 다소곳하게 고개 숙여 인사하는 문화가 그립고요. 마음껏 즐긴 건 아니지만 작년보단 마음은 많이 편해졌어요. 약간의 스트레스를 동반한 행사가 어쨌든 끝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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