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어로 작은 한입이란 뜻으로 발효시킨 밀가루 반죽을 동그랗게 기름에 튀겨, 향신료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알싸한 카다멈 소스와 데이츠시럽, 깨를 뿌려 먹는 중동의 도너츠
아이들 학교의 인터내셔널 데이였다.
인터내셔널 데이는 다양한 국적의 부모들이 자신들의 나라 문화와 음식을 소개하는 두바이 국제학교라면 모두 가지고 있는 큰 행사다.
신기하게도 이날 아랍에미리트 부스는 없었다. 두바이가 정말 세계 각국이 모여 사는 국제적인 도시가 맞는구나 싶었다. 대신 행사장 입구에서 아바야라는 중동 전통 옷을 입은 아주머니들이 마치 우리나라 호떡 가게처럼 커다란 기름 냄비에 밀가루 반죽을 동그랗게 넣고 튀겨 조청 같은 소스를 바른 후, 깨를 뿌려서 담아주고 있었다.
2월이었지만 여전히 두바이는 더워 맛보다는 뜨겁다는 기억이 강렬했지만, 아무튼 찌릿할 정도로 달았다.
이 달디단 디저트의 이름은 바로 루카이맛. 두바이를 비롯한 중동 지역의 전통 디저트다.
두바이에서 루카이맛을 파는 가게들은 가끔 보이지만, 두바이는 루카이맛 가게보다는 케이크를 파는 카페가 훨씬 많은 다국적 도시다. 한국에서도 케이크보다는 호떡이나 약과 같은 전통 간식을 좋아했던 터라, 두바이에서도 꿀이 잔뜩 들어가 늘 달기만한 두바이 케이크들보다 전통 간식 중 최고는 어디에서 먹을 수 있을까 늘 궁금했다.
그리고 아랍에미리트에서 최고로 맛있다고 소문난 중동 도너츠는 두바이 바로 옆 도시 아부다비에 있다. 바로, 루가이가 & 르가그 Lgymat & Rgag
이 가게는 우리가 사는 두바이에서 아부다비로 가는 긴 고속도로인 셰이크 자이드 로드를 타고 4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 그리고 이곳에는 마치 고속도로 휴게소처럼 간식거리들을 파는 가게들이 모여 있었다.
휴게소에서 사 먹는 찐 감자, 호두과자 킬러인 우리 네 식구가 이를 놓칠 리가 있나. 아부다비 대통령궁으로 가는 당일치기 여행 중 이곳에 들렀다.
주문과 동시에 튀기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을 빼고서는 아주 맛있는 도너츠다. 다른 차들을 보니 미리 전화로 주문 하고 차에 앉아 있으면 종업원이 카드 기계를 들고나와 계산과 함께 음식을 전해준다. 우리는 그것도 모르고 가게로 가서 주문하고, 또 받으러 가고 했더니,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모든 직원들이 당황해했다. 셀프에 너무 익숙한 한국인인 걸 어쩌겠는가.
셀프로 가져온 루카이맛 박스를 열었다. 너무 뜨거워 호호 불며 남편, 아이들, 나까지 한입에 넣었다.
갓 튀겨 데이츠시럽과 카다멈 소스에 조려낸 루카이맛은 눅눅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단숨에 날려버릴 만큼 바삭하다. 색은 약과 색인데, 속에 구멍이 퐁뽕 뚫려서인지, 한국으로치며 질감과 두께는 유과같고 맛은 주악과 비슷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먹어본 맛은 아니다. 데이츠시럽의 은은한 달달함이 너무 진하지 않아서 더 좋았다.
아이들을 위해 함께 산 치즈 루카이맛은 가격이 거의 2배였다. 비싸지만 크림 치즈덕에 고소하고 단짠단짠의 정석이다. 바삭함은 덜하나 아이들이 딱 좋아하는 맛이다. 그래도 나에게 하나를 고르라면 플레인 루카이맛.
아부다비 대통령궁까지 남은 20분이 이 작은 한입들로 아주 꽉 채워졌다.
나에게 어릴 적 최고의 길거리 음식은 늘 호떡이었다. 팥이 들어간 붕어빵은 싫었고, 이에 붙는 뽑기도 싫었다. 대신 우리 동네 호떡 아주머니의 호떡은 맛이 기가 막혔다. 그 추억에 나는 신입사원 시절 늦은 퇴근길, 호떡 가게만 발견하면 헛헛한 마음을 채우려,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우리 아이들에게 호떡은 없겠지만, 루카이맛이라는 이름도 생소한 두바이 도너츠가 아이들의 어릴 적 추억의 휴게소 음식으로 남을 걸 생각하니, 아직도 40도인 이곳의 더위와 모래바람, 여전히 많은 것이 서툰 두바이 생활이 아주 의미 없는 것은 아니겠구나 싶다. 추억할 거리가 더 있다는 건, 그만큼 살면서 힘이 되는 순간이 늘어난다는 거니까.
그렇게 우리는 늘 아부다비 여행길에, 이곳에 들러 호두과자 대신 루카이맛 한입을 먹는다. 이것도 다 그리워 할 추억이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