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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마데이나 Jun 15. 2024

어서 와, 두바이 아이스크림은 처음이지?

푸자이라 농장 직송 아이스크림, 루마일라 팜 Rumailah Farm

[루마일라 팜 Rumailah Farm]

아랍에미리트 7개 토호국 중 하나인 푸자이라에 있는 유제품 생산 농장이자 브랜드 이름.



며칠 전 둘째 아이 친구인 시마네 집에서 점심을 먹은 일이 있었다. 시마의 엄마인 샤샤는 굉장히 뿌듯한 표정으로 나에게 토마토를 한번 먹어보라고 했다. 토마토가 거기서 거기지 하며 한 입 물었다. 


음~~!

토마토즙이 쭉쭉 떨어질 정도로 과즙이 풍부하고, 달콤하니 맛있었다. 두바이에서 보기 힘든 맛이었다. 나의 놀라는 표정을 보더니, 그녀가 씩 웃으며, 우즈베키스탄 농장에서 직배송된 거라고 했다. 그리고 한마디 덧붙였다. 


"This is real."


그녀가 느끼기에 두바이에서 사 먹는 모든 식재료는 무언가 인공적 Artificial이라고 말했다. 나 역시 그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언제가 제철이었는지 까먹을까 두려울 정도로 수박은 원산지만 바꿔가며 1년 내내 매대 위에 올라가 있고, 달다고 소문난 스페인 납작 복숭아도 맛이 영 아니다. 

사막도시라 그런가, 뭔가 즙이 뚝뚝 떨어지는 싱그러움이 부족했다. 그래서 나 역시 한인마트에서 공동구매로 파는 한국 고구마, 배, 참외 등을 비싸더라도 주문을 해서 먹는다. 조금이라도 더 맛있는 식재료를 사고 싶어 하는 산지 직송에 대한 욕구는, 국적이 다른 두바이 엄마들도 다 똑같구나 생각이 들었다.


꿀 떨어지는 우즈베키스탄 농장에서 바로 날아온 토마토맛에, 체면몰수하고 계속 먹어댔다. 거참, 정말 맛있네.

토마토뿐이겠는가, 산지 직송으로 두바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 또 하나 있다. 그것도 아랍에미리트산으로 말이다.


바로, 아이스크림!


사막인데 아이스크림 산지직송이라니 뭔가 생뚱맞지만, 아랍에미리트의 7개 토후국중 하나인 푸자이라의 루마일라 팜 Rumailah Farm이 그 주인공이다.

우스갯소리로 한국인들 사이에선 푸자이라로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간다는 농담이 있다. 원래 루마일라 팜은 2017년에 만든 푸자이라 우유 농장으로, 그 우유로 만든 아이스크림이 꽤 인기가 좋았다. 

우리도 푸자이라로 여행을 갔을 때, 신이 나서 먹었던 아이스크림이 드디어 두바이에 드라이브 스루 매장으로 문을 열었다. 더워서 주차도 하기 싫은 날씨에, 잠시만 밖에 있어도 녹기 좋은 아이스크림이니 드라이브스루 매장이 아주 딱이다.

일요일 아침 10시. 늦잠도 안 자는지, 두바이 주메이라 지역에 위치한 루마일라팜 드라이브 스루 매장에는 이미 차가 늘어서 있다. 자동차 자릿수에 따라 신분이 나뉘는 이곳에서 차번호가 3 자리인 걸 보니, 이곳 귀족들의 차다. 아침부터 소박하게 아이스크림 한입 하러 온 모양이다.

우리는 바닐라 밀크쉐이크, 망고 밀크쉐이크를 시켰다. 아이스크림은 푸자이라서 먹어보기도 했고, 이 날씨면 차에서도 아이들이 뚝뚝 흘릴게 자명하니, 밀크쉐이크로 메뉴 합의를 보았다.


그래! 이맛이양!

달지 않은 우유맛! 

망고의 달콤함만 살린, 망고우유맛!

산지직송 원유로 만든 아이스크림이니 맛이야 말해 뭐해다. 물론 두바이에 수많은 이탈리아 젤라또 가게들도 달콤했지만, 뭐랄까, 그 단맛이 자극적이라면, 루마일라 팜의 밀크쉐이크와 아이스크림은, 저기 어디 농장 할머니가 손주들에게 신선한 우유로, 첨가물 없이 집에서 만들어준 느낌이다.


물론 가격은, 모든 것이 비싼 주메이라 지역에 있는 카페답게 집에서 만든 가격이 아니지만, 자극들로 가득 찬 두바이에서 순수한 맛을 낸 아이스크림이니, 이렇게 찾아와 먹을만했다. 

나도 두바이 사람이 다 된 건지, 이렇게 자연 그대로의 맛이 좋다.


산지 직송이기에 난 또 UAE 소인가 했는데, 영국에서 저지 카우라는 우유맛이 좋은 품종을 수입해서, 첨단 시설의 실내 농장에서 소들이 건강히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푸자이라의 농장에서 원유를 생산하고, 그 품질 좋은 원유로 우유, 아이스크림, 밀크셰이크 등을 만들어 파는 것이었다.* '우리가 재료가 없지, 기술이 없나!'라고 외치듯, 해외의 좋은 재료를 들여와, 본인들의 것으로 새롭게 만들어내는 능력. 참 두바이스럽고, 아랍에미리트스럽다.


많은 것이 사막에서 인공적으로 세워진 도시답게, 두바이에서는 '리얼 Real'의 힘이 강하다.화려함만이 존재할 것 같던 두바이에서도 오히려 이렇게 자연 본연의 맛을 살린, 산지 직송으로 인공미를 쏙 뺀 아이스크림이 인기라는 것도 그 증거 중의 하나다. 


한국사람들이 보기엔, 한국에 유행처럼 번졌던 소프트리, 폴바셋 등의 우유 아이스크림이랑 뭐가 다른가 싶겠지만, 결핍은 늘 새로운 욕구를 만들 듯, 인공적이고 늘 수입산으로 살아가는 이곳에선, 이런 순수한 맛에 늘 결핍이 있었을 것이다. 


이렇게 루마일라 팜은 신선한 산지직송 아이스크림으로, 작은 푸자이라 농장에서 이렇게 두바이까지 진출해서, 주말 아침, 주메이라 로드가 평행 주차장인가 하고 생각이 들 정도로 아침부터 두바이 사람들이 줄을 서는 장관을 만들어 냈다.


맛도 모르겠는 금가루가 뿌려진 비싼 두바이 아이스크림이 아닌, 40도의 더위를 날려버릴 만큼 부드럽고 딱 기분 좋을 만큼만 달달하고, 인공적이지 않은 '리얼' 두바이 밀크쉐이크와 두바이 아이스크림이 나 역시도 더 좋다. 


두바이 사람 다 된건가? 나에게 두바이 아이스크림은, 루마일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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