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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마 김작가 Nov 13. 2019

다섯살, 봄

아프고 슬픈 건, 다 지나가

{ 질문 }


_엄마, 사람 눈은 다 달라?

_무슨 뜻이야? 엄마가 이해할 수 있게 말해줘.

_G는 못생겼어. 이렇게~ 생겼고 맨날 코딱지 파고. 그런데 A는 항상 G랑 놀아. A눈에는 G가 멋있어 보이나 봐.


_엄마, 선생님은 왜 안 지켜?
_무슨 뜻이야? 엄마가 알아듣게 말해봐.
_선생님은 말하는 걸 하나도 안 지켜. 조용히 하라면서 선생님은 조용하라고 계속 말해. 청소하라고 하면서 선생님은 청소를 안 해. 


왜 그런 거야?




{ 골키퍼 } 


_왜, 골키퍼만 해? 친구들처럼 골 넣고 싶지 않아?


안 달리고 싶어.



{ 신 }


_엄마, 예수가 커지면 이름이 뭔지 알아?
_예수가 크면? 예수는 커도 예수아냐?
_아닌데? 예수가 크면 이름이 달라져. 크면 이름이 디오(Dio, 신)가 돼! 




{ 사랑을 느끼는 법 }


잠들기 전, 아이와 읽은 책 말미의 질문 :

 " 엄마가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느낄 수 있나요? "

_이안이는 어떻게 느낄 수 있어?

엄마가 웃으면,




{ 슬픔은 다 지나가 }


1년 전, 아이의 아토피가 극에 달했던 사진을 보고 있는데 아이가 다가왔다. 아이는 불과 1년 전의 자신의 살을 기억하지 못했다. 기억나? 여기가 되게 빨갛고 많이 긁었잖아 그런데 지금은 되게 좋아졌지? 수고했어 대단해. 그래서 말인데.... 조심스럽게 말을 꺼낸다. 이제 일 년이 지나서 정말 좋아졌는지 봐야 한데, 의사 선생님이. 그래서 다시 피를 뽑아야 하는데..... 아이는 벌써 눈물이 맺혔다. 그거 아픈 거 아냐? 나 옛날에 그거 할 때 울었어? 말을 멈추고 아이를 달랬다.


-이안, 저번에 바치노(예방주사) 맞을 때 얼마나 아팠는지 기억나? 일 년 전에 얼마나 간지러웠는지 기억나? 이도가 얼굴 긁었을 때 아팠던 거 기억나? 거봐 기억 안 나지? 그러면, 수영장 있는 집에서 놀았던 건? 바다 가서 양꼬치 먹은 건? 엄마가 일본에서 포켓몬 사 온 건? 런던 이모가 스틱맨 사준건? 다 기억나지? 이안, 거봐 슬픈 거 아픈 거 힘든 건 다 사라져. 하나도 기억 안 나. 그런데 즐거운 거 행복한 거 웃은 건 다 생각나. 엄마는 이안이랑 웃은 건 하나도 안 잊어버렸어. 모두 생각나. 이안이도 그래? 피 뽑을 때 아플 거 같지만 그거 하나도 기억 안 날 거야. 


아프고 슬픈 건 다 지나가. 다 지나가버려.



{ 마법 }


단단히 토라진 아이, 

사랑한다는 말도 안 먹히고 미안하다는 말로 쉽게 구슬려보려 했더니 나의 얄팍한 수가 뻔히 보였나? 아이가 소리친다.

미안하다, 가 마법이야? 
 화 안 나게 하는 마법이냐고! 




{ 소리 나는 대로 쓰는 편지}


아이가 실수로 컵을 깼다. 난 심하게 화를 냈다. 유리조각을 다 치우고 나니 아이가 부엌문 앞에 서서 편지를 건넨다. 유치원에서는 아직 쓰기를 배우지 않으니 아이는 소리 나는 그대로 종이에 옮겼다. 

Mamma e il coricino,
A te scusa che ho fatto cadere la bottiglia. 
엄마, 나의 심장, 
내가 컵을 떨어뜨려서 미안해요.



{ 합리적인 의심 }


아니, 
뽀로로는 할 줄 아는 게 없는데 왜 주인공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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