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이안 지음 / 김민주 옮김
이탈리아에서 태어난 나의 아들,
한국에서 태어나 타지의 모든 것이 처음인 엄마는 아이에게 자꾸만 묻는다.
무기력과 우울에 자꾸만 가라앉던 날에도 아이에게 어찌해야 하느냐 묻는다.
아이는 나에게 알람을 맞추고 쉬어라고 했다.
행복이 무엇인지 물었다.
세상 모두가 행복할 수는 없다고 행복한 사람은 슬픈 사람을 위해 울어주어야 한다고 아이는 답했다.
행복은 슬픔을 위로하기 위해 존재한는거라고 들렸다.
아이의 말이 좋다.
아이의 표정이 좋고 아이의 몸짓이 좋다. 사진을 찍고 영상에 담았다. 놓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결코 담을 수 없는 것이 아이의 말이었다. 순식간에 지나간 말을 담고 싶어 아이에게 한 번 더 말해달라 부탁했다. 하지만 아이는 불과 몇 초 전의 말을 처음 하는 것처럼 꾸미는 법을 알지 못했다. 아이는 불과 몇 분 전에 한 말을 떠올리지 못했다.
담고 싶었다. 담지 않으면 사라진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아이의 말을 담을 때면 나의 말이 궁금해졌다.
나의 4살의 말. 나의 5살의 말. 나와 엄마가 주고받은 수많은 질문들.....
흩어져 버린 사라져 버린 나의 말은 분명 담겨있었다. 나의 질문에는 답이 있었다. 나의 아이의 말처럼 나의 엄마에게 담겨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기록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그리고 나 역시 나의 아이처럼 나의 말을 기억하지 못했다. 그녀는 차곡차곡 담아 두었다가 당신의 말로 직접 딸에게 전해 주려했을 거다. 그러나 나의 말은, 수많은 질문들은 그녀와 함께 바람이 되어 날아갔다.
엄마는 나의 수많은 사진을 찍어주었지만 난 엄마의 사진을 찍을 줄 몰랐다.
나는 아이의 수많은 사진을 찍지만 아이는 나를 찍을 줄을 모른다.
그러나 엄마는 알지 못했지만 난 알고 있다.
내가 기록하지 않는다면 아이의 말은 흘러간다.
내가 아이의 말을 가장 많이 담았으니 내가 아이의 말을 기록한다.
이 책의 지은이는 이안이다.
그러나 아직 이안이가 글을 쓸 줄 모르니 내가 옮긴다.
6살 이안이와 나의 문답을 기록했다.
아이의 말에 웃고 울었다. 정말 큰 위로가 되었다고 말해주고 싶다.
내가 너의 말을 옮길 수 있도록 엄마라 불러주어 고맙다.
넌 정말 사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