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덕에 일인출판
세 살까지 아이가 평생 할 효도를 다 한다고 말한다. 그렇게 평생의 효도를 끝내고 네 살이 된 아이가 나에게 담아준 문장들은 축복이었다.
유년시절 해외에서 살아본 적도, 아이를 키워본 적도 없는 엄마다. 모든 것이 처음인 이탈리아 땅에서 길을 걷는 누구라도 붙들고 이게 뭔가요? 전 어떻해야하나요? 묻고 싶은 심정이 되어버린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어미가 이런데 네 살의 아이라고 무얼 알겠는가? 그런데 당장 곁에 서 있는 사람이 아이였기에 참 많은 질문을 했다. 그런데 이 작은 사람이 척척 답을 하는 거다. 때로는 무심하게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심각하게 아이는 나의 질문에 답을 던졌다. 그 말들이 나를 지탱시켰다.
아이의 말이 행여 날아갈까 붙잡아 두기 위해 기록했다. 그렇게 기록한 말들이 3년을 쌓았다.
이 말들을 물성을 가진 책으로 안아보고 싶었다. 여기저기 투고를 하면서 깨달았다. 이 대화 형식의 책이 출판까지 닿기는 어려울 거라고. 그런데 이상하게 그 예감이 슬프지 않았다. 예감이 확신이 될수록 이 책을 나 스스로 내가 꿈꾸던 모습으로 구현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그렇게 코로나가 창궐했던 2020년 초, 상상 속에서만 그려보던 책을 직접 만들어 보자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어떻게?
한국에서 개인 출판 등록을 할 수도 없다. 인쇄소를 다니며 책을 찍을 수도 없다. 찍는다 해도 재고를 안고 이 이탈리아 땅에서 배송을 할 수도 없다. 하지만 언제나 길은 있다. 브런치에서 지원하는 BOOKK를 통해 주문 인쇄 POD 출판을 알게 되었다. 내가 편집하여 책을 완성시키면 독자가 주문하면 제작되는 시스템. 이거야 말로 해외에서 심지어 외출까지 제한된 시점에 딱이다. (당시 이탈리아는 외출금지령이 내려져 있었다.)
우선 브런치 북으로 발행했던 모자문답집을 다듬고 글과 그림 추가해 원고를 만들었다. 원고 안에는 아이가 그림 그림을 넣었다. 문제는 누끼를 딴다고 하는데 그림을 필요한 부분만 그림 파일로 만드는 법을 모른다는 거다. (그래요 전 글만 쓸 줄 알아요 ㅠㅠ) 그때 떠오른 사람이 함께 로마에서 아이를 키우고 있는 하나 씨였다. 그녀는 둘째와 동갑인 여자아이의 엄마다.
전직 잡지 디자인을 했던 그녀는 경단녀다. 원치 않게 실력을 감추고 살아야만 하는 그녀에게 책의 디자인을 부탁했다. 당장 여행업이 중단되어 우리 가정에 수입이 없으니 책이 나오고 판매 수입을 나누는 것으로 구두 계약을 했다. 매일 새벽 아이들을 재우고 우린 디자인에 대한 메일과 카톡을 주고받았다. 그렇게 수개월만에 원고와 표지가 준비되었다.
교정 교열 비용도 아껴야 했기에 함께 해외특파원으로 글을 쓰고 있는 전 세계의 엄마들에게 부탁했다. ( 그녀들은 랜선 오탈자 사냥꾼이라고 불린다.)
< 세계각국의 이야기를 전하는 해외특파원들의 소식 >
https://brunch.co.kr/magazine/pickbyseesaw
다음은 원고를 한글에서 pdf로 전화해야만 했다. 그런데 이건 또 어떻게 하나요 ㅠㅠ
결국 25년 지기 친구에게 부탁을 했다. 워킹맘 친구는 학교에 출근해 컴맹의 친구를 위해 파일을 전환해 주었다. 그리고 마지막 검수는 역시나 로마에서 함께 아이를 키우고 있는 ‘전직’ 출판업계 종사자 엄마에게 부탁했다.
한 아이의 육아를 위해서 온 마을이 필요하다더니 엄마가 책 한 권을 만들기 위해서는 온세계의 엄마의 도움이 필요했다.
그렇게 3년의 원고 집필, 반년의 편집 과정을 거쳐 책이 만들어졌다. 아이의 7번째 생일에 맞추어 승인을 받았다. (생일에 출간을 하려고 처음부터 계획했다.)
글은 한글로 쓰였지만 책의 표지는 영문으로 만들었다. 이탈리아에는 표지에 날개가 없는 조금은 무미건조한 느낌의 문고본 책이 많다.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책이니 이곳의 분위기가 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뒤표지에는 이탈리아 말로 공동저자인 아들, 이안이와 나의 작가 소개를 담았다.
해보고 싶은 건 다 해보자 싶어서 내친김에 미국 유튜버들이 많이 이용하는 사이트를 통해 출판 굿즈도 만들었다. 미국 해외배송도 가능하다.
https://teespring.com/stores/iandoss-store
그렇게 하나도 모르고 나의 로망을 현실화시켜보자고 시작한 책이 세상에 나왔다.
첫 책도 아닌데 yes24에 입고를 알려준 친구의 문자를 받고 울어버렸다. 무뚝뚝하기 그지없는 친구가 나를 관심작가에 올려준 것도 고맙고 (내가 누군가의 관심작가라니요ㅠㅠ) 책은 누군가 나의 글을 선택해주어야지만 나올 수 있는 줄 알았는데 ‘나 스스로도 나에게 책을 만들어 줄 수 있구나’ 홀로 감동했다. 세상에 닿을 준비를 마치고 하나 둘 온라인 서점 사이트 입고가 되는 책을 보니 이래서 돈이 안된다면서 다들 글을 쓰고 책을 만드는구나 실감하며 충만한 감정이 되었다
그러마 막상 세상에 내어 놓으니 사람들에게 닿게 하려면? 이란 과제에 봉착했다. 판매의 9할은 홍보인데 말이다.
글을 쓰고 책을 만드는 모든 이에겐 내 글이 책이 좀 더 많은 사람에게 읽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
나 역시 이 책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면 좋겠다. 나의 질문은 형편없었지만 아이의 답은 정말 많은 이들에게 위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세상에 얼마나 바보 같고 철없고 부족하고 부끄러운 질문을 던지는가! 그런데 엄마인 나조차 아이의 그런 질문에 핀잔을 주고 귀찮아했다.
그런데 아이는 단 한 번도 나의 질문을 흘려버리지 않았다. 나의 허무한 질문은 아이의 대답을 만남으로 반드시 필요했고 해야만 했던 문답이 되어 문장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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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이야기에 많은 사람들이 귀 기울여주면 좋겠다.
자ㅡ이제 다시 시작이다.
인스타그램 블로그 홍보도 시작하고 지인들에게 알리고 독립출판 입고도 알아볼 예정이다. 디자인을 도와준 하나 씨에게 푸짐한 사례를 하기 위해서라도!!
P.s 작년 첫 책이 나오고 매년 책이 한 권씩 낼 수 있다면 좋겠다 생각했다. 작년의 첫 책, 올해 개인 출판으로 두 번째 책, 지난 5월 계약한 원고가 내년 출간으로 예정되면서 내년 세 번째 책까지 출간을 이어가게 되었다.
< 세 번째 책 투고기 >
https://brunch.co.kr/@mamaian/225
해외에서 아이를 키우는 일이 힘들어 쓰기 시작한 일이 일상의 원동력이 되면서 7년을 매주 글을 썼다. 그저 매주 글을 썼는데 그 지속한 글쓰기가 7년을 쌓여 만들어낸 일들은 기적 같다. 글을 잘 써서가 아니라 계속 써서 만들어진 기적은 그 누구보다 나 자신에 용기를 준다.
잘하는 것은 자신 없지만
계속하는 것은 자신 있기 때문이다.
재능과 별개로 계속하면 된다는 것은 다시 말하면 나는 뭐든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나의 책이 세상에 나왔다.
온전히 내가 기획하고 현실로 구현했다.
그 뿐이다.
충분히 뿌듯했고 만족스러웠다.
20일이 흘렀다.
책을 만들고 책을 홍보하고
책이 팔리고
그리고
종이책과 전자책을 직접 만들어 판매를 하면서
전혀 다른 세상이 열렸다.
주문 제작 시스템으로의 판매는 수입률이 너무 낮고 배송까지의 시간이 너무 지체된다.
결정을 해야했다.
사업자 신청을 했다. 600권의 대량 인쇄를 결정했다.
책 하나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나를 어디까지 이끌어 갈 것인가?
까짓거 가본다.
오늘 부터 나는 로마김사장이다.
written by iandos
https://brunch.co.kr/publish/book/29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