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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마 김작가 Apr 19. 2022

6. 사업의 악몽 2.

5단계 : 실전_인천 세관 랜덤 전수조사 대상 정밀 검역

5단계 : 실전_인천 세관 랜덤 전수조사 대상 정밀 검역
어떤 일이든 혼자 할 수 있는 건 없다. 그런데도 혼자만 열심인 건, 말하자면 그 일을 자기 혼자만의 것으로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 불가능한 일이다.

이시카와 다쿠 보쿠, [슬픈 인간]


올리브 유가 한국에 도착했다. 3주가 늦어진 도착이었다. 3월 첫 주에 도착하면 좋겠다던 바람은 둘째 주로 결국은 셋째 주 안에만 도착으로 바람은 밀리고 밀렸다. 그런데 단, 하루. 항공 운송이 단, 하루 밀리면서 바람이 기약 없이 또 밀렸다. 일요일 출발이 월요일로 정말 단 한 끗 차이였다. 월요일 출발한 올리브 유는 화요일 저녁 도착을 했다. 문제는 수요일이 대통령 선거로 휴일이었다는 것이다. 선거가 삶에 직결되는 문제라 했는데 민주의 삶에 이렇게 직결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결국 선거일이 지나 목요일 오후가 되어서야 식품 검역이 시작되었다. 이틀이면 충분히 검사를 마치고 금요일 배송, 토요일엔 받을 수 있게 처리할 수 있겠지. 한국에만 도착하면 문제는 모두 해결될 거라고 민주는 굳게 믿었다. 한국은 하루 만에 택배를 받아볼 수 있다고 들었단 말이다. 빨리빨리의 나라 대한민국 아닌가!


목요일 아침, 한국의 통관 업체에서 메시지가 도착했다. 세관의 랜덤 전수조사에 우리 올리브 유가 걸렸다는 소식. 하나 정도는 건너뛸 수 있는 것 아닌가? 어떻게 걸릴 수 있는 모든 사안에 다 걸리는 것이냐? 벤조피렌 검사까지 진행된다고 하니 이번 주 내로 처리는 힘들 것 같습니다. 벤조피렌? 이건 또 뭐지? 민주가 내 친구 네이버를 소환하니 발암물질 검사라고 답을 주었다. 아니? 벤조피렌이 검출되었다는 건가요? 아니요,  그 검사까지 해서 시간이 더 걸리게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최대한 식약청에 연락을 하고 있지만 이번 3월에 담당자들이 모두 바뀌면서 일처리가 더딥니다. 한국 통관업체와 연락을 주고받으며 올리브 유 판매를 시작했을 뿐인데 발암물질까지 알게 되다니 민주는 대체 어떤 세계에 발을 들인 걸까?


금요일 아침, 한국의 통관 업체에서 메시지가 도착했다. 올리브 유 캔에 유통기한이 매직으로 표시가 되어있는데 검역 담당자가 지워질 수도 있으니 한글 표시 사항에 날짜를 표기하여 다시 붙이라고 합니다. 지난 검역 때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잖아요. 이미 유통기한 표기 위치를 수정해달라고 해서 이탈리아에서 출고 전에 라벨을 전수 교체했는데.. 또... 수정을…. 그러게요 지난번엔 문제가 없었는데 이번 담당자분은 문제를 삼아서.,.. 최대한 라벨을  전수 교체를 않기 위해서 제조일자 증명서나 유통기한 증명 서류가 필요합니다. 최대한 서류로 선별하며 통과시켜보겠습니다. 아.. 이 서류는 또 어떻게 마련하는 건가...


(좌)기존의 농장의 이탈리아 라벨에는 유통기한이 좌측에 표기 (우)유통기한: 뒷면좌측별도표기 로 제작한 기존 시안 (이 한글 표시사항을 붙이기까지 수많은 서류 통과+9개월 걸림)
(좌)2022년에 바뀐 법에 따라 이탈리아 라벨이 바뀜 (우) 기존 제작 라벨 모두 폐기하고 한글라벨 다시 인쇄에서 유통기한: 뒷면중앙표기 로 전수 수정
이미 전수 교체된 라벨 다시 교체하라고…..( 이 와중에 메시지 도착 시간, 이탈리아 새벽 03:17.. 시차의 슬픔이여)

하필 그때 민주는 미드 애나 만들기에 빠져있었다. 올리브 유 배송에서 잠시 눈을 돌리기 위함이 최악의 선택이 되었다. 드라마의 절정에 주인공은 사기죄로 법정에 섰다. 그리고 민주도 매일 밤 사기죄로 법정에 섰다. 올리브 유를 팔아 돈을 받고 올리브 유 배송을 하지 않은 사기죄로 법정에 서서 맹비난을 받았다. 대체 올리브 유는 언제 받을 수 있는 것이죠? 우리 돈 내놔!! 최선을 다하고 있있습니다! 미드의 주인공 애나의 이야기는 드라마가 되어 판권을 팔아 돈이 되었지만 민주의 이야기는 악몽이 되어 매일 밤 법정에 그녀를 세웠다.


이번 주에 꼭 배송을 완료했으면 좋겠단 희망은 또 다음 주로 미뤄졌다. 민주는 새벽에 일어나 다음 주 배송이라는 메일을 쓰고 있었다. 대체 몇 전째 메일인가. 이쯤 되면 고객들은 메일을 읽고 어떤 생각을 할까? 아, 생각하지 말자. 걱정 가불 금지.


월요일에 이탈리아에서 출발한 올리브 유가 그다음 월요일이 되어서야 모든 검사와 통관을 끝내고 고객들에게 배송될 준비를 마쳤다. 올리브 유 박스에 송장이 붙은 박스 사진을 받고서야 긴장이 풀렸다. 민주는 다시 메일을 쓰기 시작했다. 이번 메일의 시작은 달랐다. ‘죄송합니다.’가 아니, ‘오래 기다리셨죠?’로 시작되는 메일이었다.


창밖을 보니 봄이었다. 그 사이 봄이 되었다. 봄기운 때문인지 잔뜩 힘이 들어가 있던 긴장이 풀렸다. 온몸이 아파왔다. 애 낳고 젖몸살을 앓은 후 이렇게 아픈 것은 처음이었다. 춥고 떨리고 끝도 없이 가라앉는 기분. 이렇게 아플 수도 있구나 싶었다.


이탈리아 남부 물류 파업

이로 인한 항공 지연

한국어 표시 라벨링 전수 교체

선거일 휴일로 인한 한국에서 지연

랜덤 전수조사 대상에 걸려 정밀 검역까지

3주가 3년 같았다.


민주는 이 모든 것을 풀어내는 것이 애가 탔다. 하나를 풀면 하나의 문제가 더해져 매일 아침 눈을 뜨는 것이 무서웠다. 돈을 버는 일이 온 몸과 온 마음을 다하는 일이구나 민주는 한없이 가라앉으며 생각했다. 돈 버는 일이 아이디어 싸움인 줄 알았는데 체력 싸움이었다.


앓던 민주에게 메일이 도착했다. 한국의 통관업체에서 보낸 정산 메일이었다. 무표정하게 메일을 읽어나가던 민주는 일어나 자세를 고쳐 앉았다. 몇 주간 휘몰아치던 마음의 폭풍이 멈췄다.


한국시간으로 금일 17:00에 검역이 승인되었고, 17:50분에 통관 수리되어 미리 수배해 두었던 차량에 상차해서, 현재 저희 사무실로 운송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아마도 19:30 정도면 저희 사무실 도착할 것 같습니다. 월요일에 택배 발송할 수 있도록 주말에 준비해서 발송 후 송장번호 및 현품 사진 공유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저희 대표님께서 오전부터 발 동동 구르시면서 진행하셨는데.. 드디어 정리가 되네요.

여기부턴 제 사담입니다만… ( 신기해서요~ )

처음 진행해야 하는 제품이다 보니, 해당 올리브유 제품이 어떤 제품인지 정보를 찾다가, 로마 가족 유튜브를 보고 구독까지 하고, 인스타그램 팔로 하고.. “우리가 우리에게 닿기를” “모자문답집” 책까지 구매했습니다.

대표님. 틈틈이 볼 때마다, 혼자 피식 웃게 되면서, 마음이 막 몽글몽글해지면서.. 너무 좋더라고요. 다음에 기회가 되면 꼭 ~~~~~ 제 책에 직접 싸인 부탁드리겠습니다.

진행하시느라 너무 고생 많으셨습니다. ( 몸이 아프셨다는 소식 들어서….. 저도 저희 신랑님과 이 사업 처음 시작해서 매일같이 울던 때가 생각나더라고요. 그땐 내가 왜 이걸 시작해서 이 고생을 하나 매일같이 후회했었는데.. 10년이나 지난 지금은 그래도 잘했다.. 저 자신에게 기특하다 하고 있습니다.

대표님도 곧 그렇게 되실 거예요.
파이팅!!입니다.


민주는 사업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왜냐면 혼자서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건 대단한 착각이었다.  판매를 위한 유튜브 라이브 방송부터 농장에 전달할 주문서는 엑셀의 신인 남편이 함께해주었다. 올리브 유 병입과  포장 라벨링 인쇄와 이탈리아 내 서류 작업은 올리브 유 농장에서 담당했다. 심지어 주말에 절대 일을 않는 이탈리아 사람들인데 농장 측에서 최대한 날짜를 맞추기 위해 주말까지 병입 작업을 진행했다. 물류 파업으로 이탈리아 내 운송으로 지연되는 동안 이탈리아 운송업체가 매일 현지 사정을 체크하며 최대한 빠른 일정으로 스케줄을 잡아 부킹을 했다. 한국에 도착 후 검역 통관 배송까지 한국의 통관업체에서 맡아 처리해주었다. 농장은 오랜 시간 인연을 맺었고, 이탈리아 운송업체 분들은 단, 한번 얼굴을 마주해 인사를 했고, 한국 통관업체는 지인의 소개로 전화로만 인사를 나누었다. 인연을 맺은 방법도 서로에게 쌓인 시간도 모두 달랐지만 같은 점에서 만났다. 그 점에는 생각지 못한 난관에 멘탈이 털릴 때마다 순리대로 진행하라고 마음을 진정시켜준 고객들이 있었다. 사업을 계속해나간다면 이 점에서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세상과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닿을 수 있을까?


민주가 동동거릴 때 함께 진땀 흘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혼자가 아니라 같이 일하고 있었다. 각 단계마다 각자가 맡은 역할을 하고 있었다. 민주가 악몽을 꾸었던 이유는 문제는 눈에 보였지만 해결법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민주는 문제를 만나면 해결방법도 자신이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혼자 하는 일이 아니었고 민주보다 훨씬 더 오래 잔뼈가 굵은 이들이 각자의 책임을 담당하고 있었다. 그들은 이미 해결방법을 가지고 있었다. 애당초 민주가 가지고 있지 않은 해법이 보일 리가 없었다.


민주는 믿어야만 했다. 모든 해결책을 반드시 민주가 가지고 있을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또 믿어야만 했다. 문제는 해결된다.


. 돈 버는 일이 체력 싸움이라면 체력을 어디서 절약해야 하는지 그제야 민주는 알 것 같았다. 전문가들을 믿고 맡겼을 땐 그 부분에서는 힘을 빼는 것. 올리브 농장, 이탈리아 운송업체, 한국의 통관업체 서로 만나본 적 없는 사람들이 이어져 올리브 유가 고객에게 닿았다. 민주는 사업의 매력을 아주 살짝 맛 본 기분이 들었다. 동시에 더 탁월해지고 싶다고 바랐다. 제대로 맛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민주는 다시 침대에 누웠다. 다시 체력을 만들자. 몸은 무거워도 마음은 가벼웠다.


그때 민주의 두 아이가 문을 빼꼼히 열고 사랑한다고 말했다. 사랑을 보고 들으니 무거운 몸에 조금씩 튼튼한 기운이 스며들어 왔다.


마침 한국의 장미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했다.


쿠팡은 묻지 마 교환 환불 다해주고, 택배 배달 하루 넘기면 큰일 난 줄 알고 우리는 그게 익숙해져 버렸다. 이렇게 기다려주신 고객들 니를 알고 주문하니까 가능한 일인 듯하다. 진짜 감사하다.


민주는 절대 당연하지 않은 사랑을 받았다. 결코 당연하지 않은 친절도 받았다. 민주는 까무룩 잠으로 빠져들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어떻게 사랑을 보여주고 들려줘야 하는지 생각했다. 꿈을 꿨다. 민주는 기억하지 못했지만 악몽은 분명 아니었다.


다음 편에 계속..


*주의 : 이 글에 등장하는 민주네 가족의 제외한 등장인물들은 실존하는 인물들이지만 가명입니다. 내용은 사실이지만 작가의  기억에 의해 과장되거나 조작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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