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단계 : 사업 마인드
#6단계 : 사업 마인드
"내 ‘입장’을 벗어나자 ‘관점’이 바뀌고, 새로운 ‘판단’이 선 것이다."
_윤재윤 [잊을 수 없는 증인]
1. 모자문답집 자가 출판
2. 모자문답집 판매를 위해 이안도즈 상호로 도서 도, 소매업 사업자등록
3. 모자문답집 전자책 판매
4. 우리가 우리에게 닿기를 출판 계약 및 출간
5. 로마가족 채널 개설( 현재 구독자, 만 3천3백 명)
6. 올리브 묵주 공구
7. 명품 구매대행
8. 올리브 유 공구
9. 올리브 유 정식 수입을 위한 식품 수입허가 면허 취득
10. 온라인 판매를 위해 로마가족 상호로 전자상거래 도소매업 사업자 등록
11. 로마가족 올리브 유 판매 사이트 제작
12. 이탈리아 남부 캠핑카 여행
13. 캠핑카 여행기 브런치 북 탈고 브런치 북 프로젝트 응모 및 출판사 투고
14. MBC 아무튼 출근을 위한 이탈리아 현지 촬영 및 한국 스튜디오 출연
15. WEE DOO Kids 에디터 두 번의 재계약으로 9개월 계약
16. 투룸 매거진 두 번의 인터뷰
17. 소설 [이태리 아파트먼트] 추천사
18. 선거 관리국 원고 의뢰
19. 공동육아 교사들을 위한 온라인 글쓰기 강의
20. 온라인 몰 Kary Market 매거진 캠핑카 이야기 연재
21. Iandos 온라인 해외몰 오픈(이안도즈 굿즈 판매)
22. 클래스 101 ‘꾸준한 글쓰기’ 온라인 강의 운영
23. 모닝와이드 취재 및 세계는 지금 현지 특파원으로 출연
24. 스토리 스튜디오 해외 특파원
25. 샘터 원고 의뢰
26. 매달 북모임
27. 주중 새벽 시 필사 모임
28. 매일 저녁 성경 읽기 모임
29. 2022년 말 출간 예정의 로마가족 콘텐츠 출판 계약
2020년 3월부터 2022년 3월까지 민주가 해냈던 일들이다. '징그럽게도 많이 했네.' 민주는 하나하나 적어나가며 생각했다. 이 와중에도 틈이 날 때마다 부부싸움을 했고 여유가 생길 때마다 육아도 했다. 리스트를 쓰기 시작한 것은 지난 2년간의 자신을 칭찬해주고 싶어서였다. 그러나 정작 리스트를 마무리한 민주는 텅 빈 눈동자를 하고 생각했다. '다시 행복할 수 있을까?' 누가 봐도 열심히 살았다. 이건 상대적이라 아니라 절대적인 평가였다. 그런데 허무했다. 허무하고 허탈해서 눈물이 났다. '불행한 것은 열심히 살아서야.' 민주는 그리 생각했다. 민주의 열심엔 문제가 있었던 걸까?
이젠 좀 쉬어도 되겠지 이젠 좀 마음이 편해도 되겠지. 2022년을 맞이하며 민주는 생각했다. 이뤄놓은 일이 많았다. 그런데 이를 제외한 모든 것이 어긋나고 균열이 생겼다. 민주를 둘러싼 많은 관계들이 일그러졌다. 민주의 열심이 불편하다는 말이 심장을 찔렀다. 민주의 열심은 극단적이었다. 그래서 대다수의 사람들이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민주에겐 열심이 아니었다. 민주는 열심을 강요했다. 민주의 열심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다. 문제는 열심을 강요한 근간에 어쩔 수 없이 열심히 살고 있는 듯한 서러움과 자신만 발버둥 치고 있는 것 같다는 억울함이 깔려있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민주의 열심은 동기부여가 아닌 울분이 되어 주변을 찔러댔다.
이를 깨달은 날부터였다. 민주에게 무기력이 시작된 것이. 자꾸만 눈물이 나기 시작한 것이. 민주를 둘러싼 모든 것이 허무하게 느껴진 것이.
그럼에도 민주는 해야 하는 일들이 있었다. 올리브 유 발송을 마무리해야 했고 틈틈이 글도 쓰고 유튜브 영상도 편집해야 했다. 아이들은 자라고 있고 학교에 관해 신경 쓸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남편과의 다툼이 잦아졌다. 대화는 잦아들었다. 올리브 유 배송은 자꾸만 꼬였다. 글은 계속 썼지만 원망과 미움만 가득해 하나같이 끝을 맺지 못했다. 유튜브 채널에 영상을 업로드하는 동시에 구독자가 몇십 명씩 빠져나갔다. 신경 쓴다고 썼는데 학교 공문은 자꾸만 놓쳤고 자꾸만 아이들 준비물을 깜박했다.
민주는 sns를 보고 있었다. 모두가 행복하고 모두가 잘났다. 속이 상했다. 민주의 열심이 억울했다. 열심히 살지 않아도 되는 ‘조건을 가진 듯’ 보이는 사람들이 부러워 미칠 것 같았다. ‘나에게 행복은 다시 오지 않을 거야.’ 그들을 보는 것이 힘겨우면서도 보는 것을 멈추기 힘들었다. 그럴수록 점점 sns 속 민주와 현실 속 민주는 멀어졌다. 둘이 완벽하게 일치하던 때가 있었다. 다시는 닿을 수 없을 거야. 아냐, 다시 닿을 수 있어. 그러면 더 열심히 살아야 해. 민주는 다짐했다. '내일 일어나면 다시 무언가를 해야만 해.'
그러나 다음날 아침 민주는 일어나지 못했다. 도저히 몸을 일으킬 수 없었다. 조금만 움직여도 찌를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잠시도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허리가 내려앉을 것만 같았다. 그렇게 마음을 거쳐 몸까지 무기력해졌다. 툭, 그렇게 2년 동안 힘을 주고 꽉 잡고 있던 끈이 팽팽해지더니 끝내 끊어졌다.
올리브 유 배송을 모두 마치고 이제 모든 처리가 다 끝났다 싶을 때 몇 건의 오배송 문제가 발생했다. 곧장 문제 해결 방법을 찾아 신속하게 처리하는 것이 민주의 방식이었는데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방법을 선택했다. 문제를 알리고 도움을 청했다. 자신보다 더 현명하게 해결방법을 가지고 있을 이에게. 그리고 진통제를 먹고 깊게 잠이 들었다. 사업을 진행하는 동안 한국과 이탈리아의 시차가 원망스러웠는데 그녀가 잠든 시간이 로마에선 낮이지만 한국이 늦은 밤인 것이 감사했다. 한국에서의 문제도 잠들 시간이니 말이다.
로마의 새벽에 깬 그녀에게 한국의 오후에 보낸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 오배송에 대해 모두 해결되었다는 연락이었다. 퀵서비스로 물건을 받아 고객에게 전달하고 맞교환으로 오배송된 물건도 반품받았다. 민주 대신 사과의 전화를 드리고 모든 배송과정도 문자로 안내를 마쳤다는 내용이었다. 민주가 문제를 알렸고 도움을 청했다. 그녀가 한 일은 여기까지였다. 이 과정에 반드시 있어야 하는 두 가지가 빠졌다. 걱정과 해결. 어떻게 보면 사소한 해프닝이었는데 민주에겐 참으로 큰 깨달음을 준 사건이었다.
문제에게 시간을 주었고
걱정과 거리를 두었다.
며칠 뒤, 생각지 못한 지출건이 생겼다. 이달 내에 입금을 해야 했는데 당장 입금하기엔 가지고 있는 현금이 부족했다. 민주라면 전전긍긍해야 마땅했는데 민주의 무기력이 절정에 올라 걱정까지 무기력했다. 열심이라는 행위는 허무하고 허무해서 애를 쓰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서 민주는 이번에도 다른 방식을 선택했다. 다음 달로 입금을 미뤘다. 꼭 기한은 맞춰야 할 줄 알았는데 '다음 달에 낼게요.' 하니, '네, 그러세요.' 했다. 당장 해결해야 하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그런데 그다음에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시간을 벌었으니 돈을 마련한 방법을 짜내는 것이 수순인데 '방법은 모르겠어. 그런데 이상하게 그런 기분이 들어. 그냥 이달 내로 돈이 생길 것 같아. 눈 씻고 봐도 돈이 들어올 곳이 없는데 그냥 그럼 기분이 들어. 그나저나 오늘 저녁은 뭐 먹지?'라고 생각한 것이다.
걱정거리가 생기면 끌어안고 사라질 때까지 품었다. 걱정이 사라지면 다음 걱정을 품었다. 문제가 생기면 해결을 할 때까지 되뇌었다. 문제가 해결되면 다음 걱정을 되뇌었다. 걱정도 문제도 민주와 하나였다. 걱정을 풀고 문제를 해결해야만 했기에 민주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해나가야만 했다. 민주는 매 순간 둘러싼 많은 문제 중에 가장 힘든 문제를 선택했고 해야 할 걱정 중에 가장 큰 문제를 선택했다. 그래야만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정말 그렇게 성장했다.
그런데 그런 민주가 이번엔 문제에게 한 달의 시간을 주고 걱정 중에 가장 사소한 것을 선택했다.
그러자 아주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이건 정말 아주 신기한 일이었다. 며칠 뒤, 돈이 생겼다. 자고 일어나니 민주가 필요한 만큼의 돈이 계좌에 찍혀있었다. 지난 2년간 민주가 벌였던 수많은 일들 중 하나에서 생각지 못한 정산 건이 입금된 것이다. 민주는 아무런 애를 쓰지 않았다. 그냥 믿었다. 돈이 생길 거라고.
그 순간, 앞으로 해결해야만 하는 지출들이
미래의 수익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마법처럼 한 순간에 달리 보였다. 정말 한 순간에. 지난 2년 동안 가족의 고정적인 수익활동은 불가능했다. 수익은 없는데 잔인하게도 고정 지출은 미동이 없었고 점점 더 늘어났다. 상식적으로는 그 비용을 감당하는 것이 불가능해야만 했는데 어떻게 다 감당했다. 그렇다고 여가생활을 포기했느냐? 그것도 아니다. 마음이 불안했던 것뿐이지 하지 못한 것은 없었다. 아니, 더 많은 것을 해냈다. 지출해야 할 돈은 미래에 가지게 될 돈이었다. 이것을 깨닫자 민주는 눈앞에 놓인 지출들이 반가웠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해결될 일이고 결국은 벌게 될 돈이었다. 문제들은 현재의 민주가 해결하지 않아도 됐다. 과거의 민주가 해결해 두었고 미래의 민주가 해결해 줄 일이었다.
문제와 걱정에서 분리되었다.
문제와 걱정은 민주 그 자체였는데 이제는 민주가 아니게 되었다. 당시 계약을 앞둔 일이 있었다. 무리해서 진행하면 부담을 끌어안게 될 것이라는 것이 뻔했다. 민주라면 마땅히 불안을 끌어안았겠지만 이번에도 다른 선택을 했다. 포기한 것이다. 기뻤다. 포기를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이 기뻤다. 부담보다 평안을 선택했다는 것이 기뻤다. 그 일은 지금은 아니지만 언젠간 하게 될 일이라고 근거 없는 믿음이 자리했다. 그리고 하게 될 미래엔 민주는 부담을 느낄 필요가 없을 만큼 채워져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문제도 걱정도 일도 포기도
선택할 수 있었다.
문제에겐 스스로 해결될 시간을 주기로 했다. 그러다 문제가 힘들다고 도움을 청하면 나서기로 했다.
걱정에겐 스스로 흘러갈 시간을 주기로 했다. 그래도 흘러가지 않는 걱정이라면 그때 나서기로 했다.
포기에겐 선언했다. 포기하며 살 거라고.
일에겐 사과했다. 너희를 허무하게 생각해서 미안해. 이젠 행복하게 일할게.
관계들에겐 감사를 전했다. 그 시절에 함께해주어 고마워요.
지난 2년에게 사과했다. 그 시간을 존중하고 믿지 않아서 미안해.
민주는 sns 속 사람들을 본다. 더 이상 부럽지가 않다. 민주 주변에 왜 잘나고 행복한 사람들만 있는지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민주가 잘나고 행복해서다.
'끼리끼리'는 과학이니까.
민주는 다시 기대하기 시작했다. '해야만 한다'가 아니고 '하고 싶다'는 마음이 일렁거렸다. 이런 마음으로 사업을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걱정과 불안을 안고 사업을 할 때와 행복과 설렘을 안고 사업을 할 때 뭐가 달라질까? 전자는 알지만 후자는 경험하지 못했다.
모르지만 알 것 같았다. 불안을 원동력으로 시작한 일이 불안으로 되돌아왔으니 행복을 원동력으로 시작한 일은 무엇으로 되돌아오겠는가?
어느 순간부터 허리가 아프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몸과 마음은 하나라더니 참말이었다. 마음이 기운을 차리니 몸도 기운을 차렸다. 민주는 진심으로 민주를 사랑하고 있었다. 그래서 우주의 모든 기운을 몰아 민주에게 그만하라고 힌트를 줬다. 그런데 눈치 없는 민주는 알아채지 못했다. 그래서 스스로 허리를 아작 내어 민주를 멈췄다. 얼마나 위대한 사랑인가? 자신을 희생하여 깨우쳐 준 사랑이었다. 그 사랑으로 민주는 알게 되었다. 행복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선택하는 것이었다.
민주는 '민주'에 관해서 만큼은 그 어떤 것도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다음 편에 계속..
*주의 : 이 글에 등장하는 민주네 가족의 제외한 등장인물들은 실존하는 인물들이지만 가명입니다. 내용은 사실이지만 작가의 기억에 의해 과장되거나 조작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