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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마 김작가 Mar 03. 2023

#2. 이게 다 중국 아줌마 때문

: 수영 초급반, 배영

물을 먹어도 너무 먹는다.

코와 입으로 물이 들이닥친다.

조만간 토할 거다.

수영장 소독약 때문에 코 안이 따가워 미치겠다.


이게 다 저 중국 아줌마 때문이다.


매일 나와 같은 트랙 안에서 헤엄을 치는  중국 아줌마.

발차기가 너무 요란하다.

손동작은 또 어찌나 큰지.

그녀가 옆으로 지날 때마다 거대한 파도가 밀려와 얼굴을 덮친다.

이탈리아 수영 강습은 배영부터 시작되는데, 아직 발차기만 하고 있고 손동작은 배우기 전인 나는 그녀의 요란한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그녀와 나의 거리가 가까워지면 지례 겁을 먹고 몸이 움츠러들어 또 가라앉고 또 물을 먹고 악순환이다.


쿵! 악!


또 수영장 벽에 머리를 박았다.

물을 먹다 기절하거나 머리를 받아 기절하는 것 중 뭐가 먼저 일까?

끝에 다 왔겠지 하고 멈추면 어처구니없을 만큼 트랙이 남아있고

아직 남았겠지 하고 방심하다가는 어김없이 머리를 박는다.

휴대폰 중독  치료를 위해 시작한 수영인데 이러다간 몸이 만신창이가 되겠다.


쿵! 악!


또 박았다.

그 순간 내 곁에 그녀가 멈춰 섰다.

그리고 검지 손가락을 하늘을 향해 올렸다.


“저 전등이 보이면 멈춰요. 그러면 머리를 박지 않아요. 나도 처음엔 머리를 부딪혀서 얼마나 고생했다고. 그럼 나 먼저 출발해요.”


그녀는 다시 요란한 발차기를 하며 나아갔다.

그런 그녀의 뒤를 따르다 그녀가 가르쳐준 대로 전등 아래에서 멈췄다.

완벽했다.

미소 짓는 나를 향해 그녀가 웃었다.

그리고 수영장 물에서 빠져나가며 외쳤다.

 ‘나 오늘 약속 있어 먼저 가요~’

수영을 하던 모두가 일제히 소리친다.

‘Ciao~(안녕~)’

그녀는 성격도 신명나게 요란했다.


강사선생님이 말했다.

“자, 이제 손동작도 같이 할게요. 두 팔을 올리고 두 손은 머리 뒤에 두고 배영을 합니다.”


꼬르륵 자꾸만 머리가 가라앉는다.

어거거겈!

또 물을 먹는다.

아, 그녀는 갔지만 나는 물을 먹습니다.


문제는 내 대가리였나.





“이안, 물을 안 먹으려면 어떻게 해? 엄마가 이제 두 손을 머리 위에 두고 배영을 하기 시작했는데 자꾸만 머리가 가라앉아. 심하게 물을 먹고 있어. 이러다 수영장 물에 토할지도 몰라.”

“아… 나도 그거 할 때 진짜 물 많이 먹었는데… 내 생각엔 말이야 처음엠 머리만 있었잖아 그런데 이젠 손도 있으니까 머리 쪽 무게가 더 무거워졌을 거 아니야? 더 무거우니까 당연히 가라앉겠지.”


“그렇네. 그러니까 어떻게 하면 돼?”

“음… 무거운 게 문제면 무게를 작게 만들어야겠지. 방법은 두 가지야. 머리를 가볍게 하고나 다이어트를 해서 손의 살을 빼는 거야.”


“머리를 어떻게 가볍게 해?”

“머리카락을 자른다던가….”


“생각을 비우면 어때? 머릿속을 가볍게 하는 거지.”


아냐, 그건 안 돼.
엄마가 생각을 안 하겠다고
생각을 하는 순간 엄마의 머리 안은
생각을 안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더 가득 차게 돼.


“어렵네. 그럼, 넌? 넌 어떻게 물을 안 먹게 됐어?”

“음… 난…. 그러니까 어느 날 보니까 물을 안 먹고 있었어.”





두 손을 머리 뒤로, 두 손을 머리 위로, 오른팔 움직이고 5초 멈추고 왼팔을 움직이고 5초 멈추고, 다리 동작 없이 두 팔로만 나아가고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또 하루가 지나고 다리 동작과 함께 두 팔을 쉼 없이 움직이기 시작한 어느 날.


물을 안 먹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방법은 어느 날이었다.

어느 날을 만나는 것이었다.


그리고 바라고 바라던 자유형 수업이 시작되었다.


헉! 헉! 우하!


조만간 나는 숨을 못 쉬어서 기절할 것이다.



written by iand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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