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번째 시간 -『그리스인 조르바』(니코스 카잔차키스)
나는 아무도, 아무것도 믿지 않아요. 오직 조르바만 믿지. 조르바가 딴것들보다 나아서가 아니오. 나을 거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어요. 조르바 역시 딴 놈들과 마찬가지로 짐승이오! 그러나 내가 조르바를 믿는 건, 그놈이 유일하게 내가 아는 놈이고, 유일하게 내 수중에 있는 놈이기 때문이오.(82쪽)
그는 남자나, 꽃 핀 나무, 냉수 한 컵을 보고도 똑같이 놀라며 의문을 갖는다. 조르바는 모든 사물을 매일 처음 보는 듯이 대하는 것이다.(77쪽)
모든 것이 어긋났을 때 자신의 영혼을 시험대 위에 올려놓고 그 인내와 용기를 시험해 보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보이지 않는 강력한 적-혹자는 하느님이라고 부르고 혹자는 악마라고 부르는-이 우리를 쳐부수려고 달려온다. 그러나 우리는 부서지지 않는다.
외적으로는 참패했을지라도 내적으로는 승리자일 때 우리 인간은 말할 수 없는 긍지와 환희를 느낀다. 외적인 재앙이 지고의 행복으로 바뀌는 것이다. (416쪽)
나는 어제 일어난 일은 생각 안 합니다. 내일 일어날 일을 자문하지도 않아요. 내게 중요한 것은 오늘, 이 순간에 일어나는 일입니다.(390쪽)
그렇다면 나는 내게 주어진
오늘을, 지금을, 이 순간을
어떻게 살 것인가.
조르바가 나에게 마지막으로 던져놓은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