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나는 네가 미웠다
눈부신 여름 햇살을 받으며 눈을 뜬 네가
알 수 없는 이유들로 짜증을 부렸다
네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소리를 질렀다
오지 않는 장맛비가 모두 네 안으로 숨어들었던 건지
너는 장대비 같은 눈물을 쏟아냈다
네 소리와 울음 앞에서 의연하고 싶었다
쏟아지는 장맛비에 속수무책으로 젖고 싶지 않았다
네 마음을 어루만져 너에게서 흘러내리는 비를 그치게 하고 싶었다
허나 너는 멈추지 않았다
어느 순간,
너를 보는 내 마음에
미움이 움텄다
네가 쏟아내는 빗줄기는 움튼 싹을 키워
내 마음에 아름드리 그늘을 드리웠다
내 안의 일을 알 수 없는 너는
계속해서 비를 쏟아냈다
끝내, 그늘진 내 목소리가 너에게로 와르르 쏟아져내렸다
"엄마가 그만하라고 했지! 엄마도 힘들어!"
별안간, 너의 울음소리가 달라졌다.
짜증은 설움으로 화는 두려움으로
네 눈에서는 전과 다른 빗줄기가 내렸다
내 마음부터 추스르려 애쓰던 그때
조그만 네 입에서 흘러나온 말
"엄마, 미안해요. 자꾸 짜증이 나서 그랬어요. 왜 자꾸 짜증이 나는 걸까요? 다음에는 안 그럴게요. "
쿵,
와르르르,
내 안에서 아름드리나무 한 그루가 벼락을 맞은 듯 산산조각 나버렸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어 작은 너를 품에 안았다
이내 너의 작은 손이 나를 감싸 안았다
가늘게 내리던 빗줄기가 잦아들었다
창밖을 서성이던 햇살이 그제야 창안으로 쏟아졌다
어둡던 집안이 금세 밝아졌다
날이 개었다
아이들은 가끔 이유도 없이(어쩌면 저만 아는 이유가 있겠지만 나는 도무지 알 수 없는 이유로) 짜증을 부리는 날이 있다. 그런 날은 마른하늘에 날벼락 맞은 기분으로 헤아릴 수 없는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려 부단히 애를 쓰는 수밖에 없다.
뭐가 불편한지, 무슨 말을 못 해서 그러는지, 뭐가 속이 상했을지, 아무리 살펴도 그 이유를 알 수 없을 땐 아이의 짜증을 온 마음으로 받아내야 한다. 엄마도 사람인지라, 그런 날이면 아이가 미운 마음이 든다. 어떻게든 제 마음 알아주려는 내 마음이 송두리째 무시당하는 기분이 드는 것이다.
얼마전 아침이 그랬다. 아이가 미워져 견딜 수가 없었다. 아이가 미운 건지, 그런 마음이 드는 내가 미운 건지 도대체가 알 수가 없어 헤매던 그때, 끝내 내 마음을 참지 못하고 아이에게 큰소리를 내고 말았다. 그런데 미움 섞인 내 목소리에 놀란 아이는 자신도 왜 짜증이 나는지 모르겠다며 흐느꼈다. 순간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아직 너무 어려 제 감정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작은 아이였다. 그냥 아이를 꼭 안아 주었다. 아이도 나를 꼭 안았다.
그렇게 안아달라고 말하면 될 것을, 꼭 한 번 안아주면 될 것을...
아이에게 미움을 품는
철없는 엄마는 되지 않기를
아이보다 넓은 품을 가진
어른이 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