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드는 아이를 위한 손 부채질

시로 쓰는 육아일기

by 진아

손 부채질



여름 감기에 걸린 아이는
유난히 잠들기를 힘들어했다

에어컨을 틀면 기침을 했고

에어컨을 끄면 땀을 흘렸다



어린 동생을 먼저 재워놓고
뒤척이는 아이의 머리맡에 앉았다

"엄마, 에어컨 켜주세요."

"기침을 해서 안 돼, 사랑아."



이부자리뿐인 침실에서 바람을 일으킬 것이라고는

내 손뿐이었다

아이를 향해 손 부채질을 시작했다
내 손끝에서 일렁인 바람은 이내
아이의 짧은 머리칼을 흔들었다


바람이 불었다

오직 아이의 머리 위로만

바람 구름이 떠오른 듯

살랑살랑 봄바람이 불었다
아이는 얼마 지나지 않아 고른 숨소리를 냈다


엄마의 손길을

바람으로 느끼며 잠든 아이는 금세,

꿈조차 침범할 수 없는

깊은 잠에 빠진 듯했다
아이의 코끝으로

여린 숨만 오갔다



오늘 밤은

바람 한 점 들어오지 않는

한여름 밤,

아이에게만은

선선한 바람 불어오는

봄 밤




그렇게 금세 잠들 것을, 그리도 오래 뒤척였는지. 기침과 더위는 아이의 불면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했던 것 같다. 그저 칭얼대는 동생을 먼저 재우느라, 제게서 등을 반쯤 돌리고 누웠던 엄마의 손길이 필요했던 것일 뿐.


별로 시원치도 않은 손부채질에 금세 잠든 아이를 보며 여러 가지 생각이 오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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