쉿!
이불 밖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노랫소리에
이불 안 너와 나는 숨을 죽인다
너는 그 조그만 검지 손가락을
입술에 대며
쉿!
무언의 약속을 건넨다
찾았다
그 목소리 울릴 때까지
이불 안 너와 나는 시간이 멈춘 듯
쉿!
고요히 침묵하기로
약속한다
바깥의 발걸음 소리가 가까워지고
마냥 신난 너는
쉿!
무언의 약속을 잊고는
깔깔깔 웃어버린다
어! 우리 딸 웃음소리인데? 어딨지?
가까운 곳을 뒤적이는 바깥의 소리에
웃음을 뚝 그친 너는
다시 한번 손가락을 세워
쉿!
그 순간
여깄네!
활짝 들춰진 이불 아래
쉿!
그 자세 그대로 동그랗게 앉은 네가 웃는다
까르르륵
한여름 햇살이 파도를 타듯
그렇게 웃는다
아이들은 왜 숨바꼭질을 좋아하는 걸까. 같은 자리에 수십 번을 숨고도 매번 긴장하고 설레하는 것이 참 신기하다. 그저 이불 하나만 뒤집어 쓰고도 절대 술래는 자기들을 못 찾을 것이라 확신하며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그 순수함에 동화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뻔히 보이는 곳에 숨어도 최대한 열심히 찾는 척을 하고 최대한 열심히 못 본 척을 해야한다. 아이들의 설렘을 앗아갈 자격이 내게는 없기 때문이다.
둘째가 언젠가부터 "쉿!"이라는 말과 손짓을 배워서는 이불 속이든 옷장 안이든, 세탁실이든 숨어들기만 하면 "쉿!"하고 나에게 주의를 준다. 그래놓고는 제가 더 못참고는 큰 소리를 내거나 웃어버리지만, 그마저도 정말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아이들과 숨바꼭질하며 자지러지게 함께 웃는 일상이, 이 별것 아닌 행복이 참 소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