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그거 참 별거 없더라구요.

시로 쓰는 육아일기

by 진아

행복, 그거요


1
그거 있죠
멀리서 찾으려니 못 찾겠더라구요
눈을 씻고 찾아내려 해도 찾을 수가 없어요
먼 곳에 있는 건
내 것이 아닌데
어떻게 찾아올 수 있겠어요


그냥 있죠
가득 품고 있던 제 씨앗을 바람결에 날려 보내는 민들레의 움직임이나
아파트 화단에서 우연히 만난 사과나무에 철이른 사과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모습이나
무더운 한여름날 정오쯤 불현듯 쏟아지는 잠깐의 소나기나
뭐, 그런 데서 찾으니 제법 쉽게 찾겠더라구요



그런 걸로 채워지지 않을 때는요
내 곁에서 새근새근 고른 소리 내며 낮잠 자는 아이의 숨결에서

쏟아지는 햇살처럼 내게로 안겨드는 아이들의 몸짓에서

두 아이를 품 안 가득 안고서 앞장서 걸어가는 남편의 뒷모습에서
오랜만에 걸려 온 오랜 친구의 전화 목소리에서
안부를 묻는 내게 도리어 내 안부를 되묻는 울 엄마의 목소리에서
충분히 채울 수 있더라구요


행복, 그거요
참 어렵지만
참 별거 없더라구요



2

한동안은 있죠
그게 손아귀에 잡히질 않아서
꽤 괴로운 날들이었어요



여기저기 그 녀석이 뿌려둔 씨앗이 그득할 텐데
도무지 보이지를 않아

자꾸만 깊고 어두운 동굴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었어요



길을 걸어도 보고
벤치에 앉아도 보고
화단을 뒤적여도 보고
하늘을 올려도 보았지만
얼마나 꽁꽁 숨어있던지 당최 찾을 수가 없었어요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들어도
남편의 어깨를 보아도
휴대전화에 오랜 친구의 이름이 떠도
울 엄마 목소리를 들어도
안 보이는 거예요



요 녀석 잡히기만 해 봐라
그러고는

좋아하는 노래 한 곡을 틀어놓고
꼬깃꼬깃 움츠러들었던 몸을 쫘악 펴
소파에 턱,

하고 기대앉는데 문득 온몸에

긴장이 탁,

풀리면서 마디마디에 공기가 통하는 거예요
그제야 요 녀석이 빼꼼히 얼굴을 내밀더라구요



가끔은
밖에서 결코 찾을 수 없을 때가 있어요
그럴 땐
안에서 찾아야 하더라구요
요 녀석이 숨다 숨다 더 이상 숨을 곳이 없을 때면
내 안으로 비집고 들어와서는
가장 어두운 곳에 몸을 웅크리고 숨어있더라구요



그걸 찾아내는 것도
결국은 내 몫인 거죠




아직 너무도 어린 두 아이를 종일 돌보다 보면 지치고 힘들 때도 많다. 아이들이 아무리 예뻐도 늘 내 마음 같지는 않기에 잘 먹지 않고 잘 자지 않고 잘 놀지 않는 아이들을 대할 때면 내 안에 무언가가 삐죽거리기 마련이다. 그러면서 내 것이 아닌 행복을 떠올리고, 좌절하고 가끔은 불행하다 여기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사소한 일상의 행복을 잊지 않으려 노력한다. 아이들의 미소, 온기, 가까운 가족의 사랑, 서로의 안부를 나눌 수 있는 좋은 사람들, 더불어 아주 잠깐의 휴식 정도! 사실 그것이면 충분하다. 충분히 행복한 일상이다.


행복한 엄마이고 싶다. 그 이전에 행복한 사람이고 싶다. 내 안에 행복 에너지가 넘쳐 흘러 내 아이들에게까지 가닿았으면 좋겠다. 작은 일에도 기뻐하고 행복하다 여길 줄 아는,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행복은, 생각보다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다


시를 쓰며 다시 한번 생각했다.
작은 것에서도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내가 되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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