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다섯 번째 시간-『멋진 신세계』(올더스 헉슬리)
“하지만 저는 불편한 것을 좋아합니다.”
“우리는 그렇지 않아.”총통이 말했다.
“우리는 여건을 안락하게 만들기를 좋아하네.”
“하지만 저는 안락을 원치 않습니다. 저는 신을 원합니다. 시와 진정한 위험과 자유와 선을 원합니다. 저는 죄를 원합니다.”
“그러니까 자네는 불행해질 권리를 요구하고 있군 그래.”
“그렇게 말씀하셔도 좋습니다.”야만인은 반항적으로 말했다.
“불행해질 권리를 요구합니다.”
“그렇다면 말할 것도 없이 나이를 먹어 추해지는 권리, 매독과 암에 걸릴 권리, 먹을 것이 떨어지는 권리, 이가 들끓을 권리,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서 끊임없이 불안에 떨 권리, 장티푸스에 걸릴 권리, 온갖 표현할 수 없는 고민에 시달릴 권리도 요구하겠지?”
긴 침묵이 흘렀다.
“저는 그 모든 것을 요구합니다.” 야만인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무스타파 몬드는 어깨를 추슬렀다.
“마음대로 하게”하고 그가 말했다. (304쪽~305쪽)
우리의 세계는 <오셀로>의 세계와 같지 않기 때문이야. 강철이 없이는 값싼 플리버 승용차도 만들 수 없어. 사회의 불안정이 없이는 비극을 만들 수 없는 것이야. 세계는 이제 안정된 세계야. 인간들은 행복해. 그들은 원하는 것을 얻고 있단 말일세. 얻을 수 없는 것은 원하지도 않아. 그들은 잘 살고 있어. 생활이 안정되고 질병도 없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행복하게도 격정이니 노령이란 것을 모르고 살지. 모친이나 부친 때문에 괴로워하지도 않아. 아내라든가 자식이라든가 연인과 같은 격렬한 감정의 대상도 없어. 그들은 조건반사 교육을 받아서 사실상 마땅히 행동해야만 되는 것을 하지 않을 수 없어. 뭔가가 잘못되면 소마가 있지.
(중략)
안정을 얻기 위해 지불해야 할 희생인 것이야. 우리는 행복과 소위 말하는 고도 예술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돼. 우리는 고등의 예술을 희생시킨 셈이지. (279쪽)
“기계문명의 발달과 과학의 진보가 미래에 가져올 인간적 비극을 경고한 충격적인 작품”
20세기 기계문명의 발달과 과학의 진보가 전체주의 사상과 밀착될 때 어떤 인간적인 비극이 초래될 수 있는가를 희화적으로 묘사하고, 기술의 과도한 발전이 가져올 위험을 경고한 반유토피아 소설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헉슬리는 오늘날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기계문명이 극한까지 발달하고 인간 스스로 발명한 과학의 성과 앞에 노예로 전락해, 마침내 모든 인간 가치와 존엄성을 상실할 지경에 도달하는 비극을 예언하고 있다. 그리고 희생이 뒤따르지 않는 진보는 결코 가능하지 않다는 작가 헉슬리의 주장은 그의 역사관과 문명관의 핵심을 이루면서 기계문명 발달에 도취된 현대인들을 통렬히 공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