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도 힘든 하루의 끝에 감사일기를 쓴다.

감사일기, 하루를 다독여주는 마법의 처방전

by 진아

유난히도 힘든 하루였다. 두 아이는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번갈아 가면서 울고, 짜증을 부리다 금세 둘이 또 붙어 티격태격 싸우고, 그러다 다시 울기를 반복했다. 첫째는 어린이집 휴원으로 가정보육을 하기 시작한 때부터 낮잠을 자지 않는 터라 오늘도 그러려니 싶었지만, 둘째는 놀다가도 졸리면 잘 자던 아이였는데 오늘따라 낮잠조차 자지 않고 버티며 보채기만 했다. 희한하게도 둘은 꼭 같은 날, 같이 그랬다. 좋은 날은 같이 좋고, 힘든 날은 같이 힘들었다. 오늘은 불행히도 힘든 날이었던 모양이었다.



두 아이의 울음소리와, 서로 질세라 “엄마, 엄마”를 외쳐대는 소리에 점점 기가 빠지기 시작했다. 평소에 먹지도 않는 아이스크림, 초콜릿, 젤리까지... 다디단 간식들을 우걱우걱 먹어가며 시간을 버텼다. 정신없는 와중에 점심으로 겨우 챙겨 먹은 샌드위치마저 체해 소화제를 먹어가며 버텨야 했다. 이왕 버틸 거면 너그럽고 인자한 엄마로 잘 버텼으면 좋았겠지만, 그럴 정도의 넓은 마음의 소유자는 못되어 소리도 질렀다가, 우는 아이들에게 금세 미안해져 사과도 해가며 어찌어찌 오후를 맞이 했다.


퇴근한 신랑이 두 아이를 데리고 잠시 바깥바람을 쐬고 온다고 하여 마스크에 바람막이까지 입혀서 보내 놓고 겨우 한 시름 돌리는데 채 10분도 되지 않아 벨소리가 났다.


“밖에 비 와서 들어왔어.”


하아, 하다 하다 날씨까지 안 도와주는 극한 날이구나 싶었다. 이쯤 되면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었다. 짜증을 부리고 종일 울어대는 두 아이인들 마음이 좋을 리 없다는 생각을 했다. 들뜬 기분으로 비눗방울 놀이를 들고 밖에 나갔던 두 아이는 울상이 되어 들어왔고, 꺽꺽거리며 울고 선 두 아이를 토닥여 목욕을 시켰다. 이른 저녁을 먹이고 나니 7시부터 두 아이 모두 눈이 게슴츠레했다. 안 자고 더 놀겠다는 첫째를 겨우 달래 방에 들어가 책을 세 권 읽고, 불을 껐더니 5분도 되지 않아 두 아이 모두 금세 잠이 들었다. 종일 그렇게 힘들게 하더니 이렇게 선물처럼 이른 퇴근을 시켜주었다.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오늘 같은 날이 꼭 하루씩 있다. 이만하면 두 아이 키우는 것도 그리 힘든 건 아니다 싶어 방심하는 순간, 두 아이는 꼭 이런 날을 하루씩 선물(?)해주었다. ‘우와, 이건 정말 뭐지?’ 싶은 마음이 절로 드는 그런 날 말이다. 하지만 미치기 일 보 직전이다 싶을 만큼 버겁고 힘든 날도 시간은 흐르고 흘러 조용하다 못해 고요한, 지금 같은 시간이 반드시 왔다.


이 적막 속에서 이미 지나간 하루를 되짚어 생각해보면, 두 아이의 몸 어딘가가 아픈 날도 아니었고 크게 걱정할 만한 일이 생긴 날도 아니었다. 그 순간에는 아이들의 울음소리에 귀를 틀어막고 싶은 충동이 느껴질 만큼 괴롭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딱 그 고비만 넘어가고 나면 아이들은 또 언제 그랬냐는 듯 나를 보며 생글생글 웃어주었다. 그 순간을 멋지게 넘기는 엄마는 못 되었지만 두 아이에게 진심으로 사과할 수 있는 용기가 있었고, 두 아이는 끝내 웃는 얼굴로 잠이 들었다. 그러면 되었다, 그거면 되었다.


버겁던 하루에도 빛나는 순간은 있으니까

그저 감사한 날이었다. 좀 힘들었다 해도 요즘처럼 모두가 어려운 시기에 두 아이를 내 손으로 거두는 일에만 오롯이 몰두할 수 있는 상황, 그것만으로도 감사한 날이었다. 두 아이를 비롯한 가까운 누구도 지독한 바이러스에 노출되지 않고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는 것, 누군가에게 안부를 묻고 괜찮다는 답을 듣고 누군가가 물어주는 안부에 괜찮다 답할 수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또 감사한 날이었다.


버겁고 힘든 날일수록 사소한 일에 감사하는 것이 가장 좋은 약이 된다. 매일 일기를 쓰며 얻은 소중한 깨달음이다. 오늘 같은 날에는 힘들었던 이야기를 마구 토해낸 다음, 그 와중에서도 감사한 순간들을 찾아 내보는 거다. 그러면 힘들었던 마음은 누그러지고, 그럼에도 좋았던 날로 기억되는 마법이 일어난다.




오늘 하루, 내게도 그 마법이 일어났다.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쉬어버린 목소리는 돌아오지 않았고 뭉친 어깨는 그대로지만, 얼어붙었던 마음만은 몽글몽글해졌다. 내일 아침 눈뜨는 순간, 두 아이를 보며 웃어줄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그렇다면, 화룡점정을 찍어볼까. 이쯤에서 맥주 한 캔을 탁!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기도하는 마음으로 맞이하는 9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