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바람이 분다

시로 쓰는 육아일기

by 진아

바람이 좋다



가을향기 머금은 채

흩날리던 바람이

9월의 빛깔을 담뿍 담고는

거실 창 안으로 후드득,

쏟아졌다



가을 하늘빛 닮은 파아란 소파에 기대어

아이와 둘이서

속닥속닥 소꿉놀이하다가

노크도 없이 불쑥,

쏟아진 바람을 온몸으로 맞았다

아이의 짧은 머리칼과

내 긴 머리칼이

동시에 한 방향으로 휘익

날렸다



“엄마, 바람이 좋다”

겨우 천이백일쯤

이 땅에 발 딛고 살아온 아이는

바람이 좋다고 했다

바람이 좋다니

바람이 분다도

바람이 시원하다도

바람이 상쾌하다도

아닌,

바람이 좋다니



“그래, 바람이 참 좋다”

바람이

참 좋은 바람이

부는 가을이 왔구나

바람결에 함께 온 가을과 잠시

인사하려는데



"엄마, 빨리 놀자."

재촉하는 아이의 목소리에

창밖으로 겨우 눈인사만 건넨 채

다시 소꿉놀이를 했다

기분 좋은 가을바람에

머리칼 흩날리며



가을바람만이 가진 기분 좋은 느낌이 있다. 봄바람도 좋지만 한여름을 견딘 후 맞는 가을바람은 무엇으로도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참 좋다. 누군가는 가을바람이 불면 쓸쓸해진다는데, 나는 그저 좋기만 한 걸 보면 아직 어린 건지 철이 덜 든 건지.


오늘의 가을바람은 아이의 목소리를 타고 더 좋게 느껴졌다. 조그만 꼬맹이도 바람이 좋다는 걸 보면, 그건 진짜 좋은 바람이다.


바야흐로 진짜 가을이 왔다.



커버 사진 출처 : 픽사 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