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처럼
혼자 앉은 시간 위로
하늘-하늘-
떨어진 꽃잎 하나
어쩜, 봄은
피던 그날도 소리가 없더니
지는 오늘도 고요하기만 했다.
무엇 하나 시작하는 순간에도
무엇 하나 끝맺는 순간에도
요란하기 짝이 없던 나는
조용히 책장에 나려 앉은
봄 한 조각에
한없이 부끄러워졌다.
이토록 고요한 봄처럼
제 몫으로 피어나
제 몫만큼 아름답다가
누군가의 시간 위로 꽃잎 한 장 떨군 뒤
고요히 질 수 있다면
그토록 아름다운
생(生)일 수 있다면
아주 오랜만에 혼자 집 근처 공원에 앉아 30분쯤, 여유를 누렸다. 다들 교외로 나간 건지, 이른 시간이어서인지 공원은 한적했다. 드문드문 산책 나온 사람들과 운동하는 사람들, 그들과 동행한 강아지들이 지나갔지만 시선을 끌 정도의 소음은 없었다. 아직 꽃잎 몇 장쯤 머금고 있는 벚나무 아래에 앉아 가지고 간 책을 펼쳤다.
휘익, 바람이 불었다. 얼마 남지 않았던 벚꽃잎들이 바람결을 따라 흩날렸다. 하늘거리며 공중을 떠돌던 꽃잎 중 하나가 책장 위로 살포시 떨어졌다. 소리 없이 떨어진 꽃잎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계속해서 바람이 불자, 꽃잎은 책장 위에서 스르륵 미끄러지듯 굴렀다. 더 센 바람이 불었다가는 내게 온 봄의 한 조각이 금세 다른 자리를 찾아갈 것 같았다. 책을 반쯤 접듯 오므려, 이음새 부분에 봄을 꽂아두었다.
책을 읽느니, 봄을 맞는 게 낫겠다 싶어 그대로 책을 덮었다. 가만히 눈을 감고 바람을 느꼈다. 꽃잎 몇 장이 손등을 스치기도 하고 양볼 위를 구르기도 했다. 그대로 가만히, 가만히 있었다.
그토록 많은 꽃잎들이 일시에 흩날리는데 소리 하나가 없었다. 피었으니, 지는 것뿐이었다. 고요히 왔다가 가는 봄을 느끼며, 삶을 생각했다. 너무 안간힘을 쓰지 말고 살자고, 그저 흘러가듯이 살아보자고, 너무 바둥대지 않아도 괜찮다고.
이렇게 고요히 피고 지는 봄처럼, 자연스럽게 내버려 두어도 괜찮은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