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5개월 만에 집에 다녀가셨다. 코로나 때문이기도 했지만 엄마가 없으면 식사조차 제대로 하지 않으시는 할머니 때문에 도저히 짬을 내실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정말 오랜만에 딸네에 오신 엄마는 캐리어 가득, 아이들과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담아오셨다. 모두 한 끼 먹기 좋도록 일일이 소분해, 혹시나 상할까 꽁꽁 얼려온 음식들을 보며 대체 엄마란 어떤 존재일까 생각했다. 정작 당신은 먹지도 않는 고기에 생선들을 일일이 손질하고 장만하는 엄마의 모습을 상상하니, 나도 엄마지만 나는 아직도 한참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머니가 와도 엄마 곁에만 달라붙어 놀려는 손주들을 보며 엄마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할머니랑 숨바꼭질할까?"
숨바꼭질이라는 무시무시한 유혹에 넘어가지 않을 수 없었던 아이들은 그 길로 내게서 툭 떨어져 할머니에게로 뛰어갔다. 숨바꼭질로 시작된 할머니표 놀이는 안고 비행기 태우기, 간지럼 태우기로 이어졌고 아이들은 한 시간도 넘게 나는 찾지도 않고 할머니와 부대끼며 신나게 놀았다.
모든 게 결국은 나를 위한 거란 걸 안다. 아이들 잘 먹는 생선이며 어묵이라도, 그 안에 담긴 마음은 아이들 끼니 준비로 고민하는 나를 위한 것이었음을 잘 알고 있다. 당신이 왔을 때라도 나 잠시 쉬라고 아이들과 그토록 열과 성을 다해 놀아주신 것도 잘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