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네 손을 잡고 걷다가
시로 쓰는 육아일기
by
진아
Nov 1. 2020
아래로
너의 손을 잡고 걷다
아이가 걷기 시작하면서부터
우리는
높이가 다른 두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었다
작은 아이의 더 작은 손을 맞잡으려
아이와 맞닿은 한 쪽 어깨를
아름드리 버드나무 가지 드리우듯
아래로 아래로 축,
늘어뜨린 나
나의 제법 큰 손을 잡으려
나와 맞닿은 한 쪽 팔을
다 자란 해바라기 꽃대마냥
위로 위로 쭉,
치켜든 너
그 부자연스러운 자세,
비대칭의 몸
그것이 주는 묘한 안정감
세상 가장 자연스러운
너와
나의
이어짐
첫째는 11개월에, 둘째는 9개월 말미에 걸음마를 시작했다. 아이가 걷기 시작하고 그 걸음걸이에 익숙해질 때쯤 아이의 작은 손을 잡고 자주 산책을 나갔다.
아이는 내 손가락 하나도 다 움켜쥐지 못하는 그 작은 손에 힘을 꼭 주었다. 그러고는 세상을 향해 조심스럽게 한 발 두 발 내딛었다. 그런 아이를 보는 것은 이루 말할 수 없는, 벅찬 감동 그 자체였다.
서로의 높이가 맞지 않아 아래로 내리고 위로 치켜든 두 팔은 너무나 부자연스러웠다. 그러나 그 자세에 기대어 세상을 탐구하는 아이와 그런 아이의 지지대가 되는 나는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안정감을 느꼈다.
keyword
손
육아
시
14
댓글
댓글
0
작성된 댓글이 없습니다.
작가에게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진아
연애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교사
다정한 교실은 살아 있다
저자
학교와 수업 이야기, 책 리뷰와 일상에세이를 주로 씁니다. 궁극적으로는 작가의 삶을 살고 싶은, 두 아이의 엄마이자 고등학교 국어 교사입니다.
팔로워
733
제안하기
팔로우
작가의 이전글
‘나’라는 본캐, 엄마라는 부캐
네 잘못을 꾸짖었지만 실은 내 마음을 쏟아낸 거였다
작가의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