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로 사느라 자꾸만 우리를 잊게 돼

시로 쓰는 육아일기

by 진아

시작



아이와 그리기 놀이를 하다가

문득 그린 사각형 하나

꼭 우리 네 식구 같아
여긴 나
여긴 우리 아들
여긴 우리 딸
여긴 당신



색연필 내려놓고 가만 보니
내 점에서 연결된 두 점은 모두 아이들이다

당신 점에서 연결된 두 점도 모두 아이들이다
나와 당신의 점은
어느새 가장 멀찌감치 떨어져 앉아있다


나와 당신,
우리 두 점을 이은 하나의 선이
세모가 되었다 네모가 되는 사이
처음 이어졌던 선 하나는
먼지 쌓인 앨범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굵고 진한
붉은 색연필 한 자루 쥐어
나와 당신
두 점을 잇는 선을 긋는다
새하얀 스케치북 위에
선명하게 붉은 대각선 하나

주욱 그인다



그래, 시작
모든 건 나와 당신을 잇는
이 선에서부터 시작
우리의 처음, 설렘, 사랑

그곳에서

시작




두 아이의 엄마가 되면서 아내의 자리는 무기한 파업 상태이다. 내 양손은 언제나 두 꼬맹이의 손을 잡고 있고 매일의 모든 일정은 두 아이에게 맞춰져 있다. 그건 신랑도 마찬가지다.


남편과 나, 우리 두 사람에서 시작한 가족이 넷이 되는 동안 부부 사이에는 조금씩 간격이 생겼다. 대화를 할 시간도 부족해졌고, 한다 하더라도 아이들에 대한 대화가 주를 이루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지금 현재 서로의 관심사나 고민을 털어놓으며 마음 편히 맥주 한 캔 마셔본 게 언제인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서로의 기분보다 아이들의 컨디션을 더 자주 묻게 되고 그것이 불편하거나 서운하지 않을 만큼, 우리는 지금 모든 에너지를 엄마와 아빠의 삶에 쏟아붓고 있다. 아주 가끔 예기치 못한 여유가 찾아올 때면, 연애 때처럼 남편과 손잡고 영화 한 편 보고 싶다 생각을 하기도 하지만 현실은 부족한 잠을 자느라 얼굴 맞댈 틈도 없다.


그래서 자꾸 생각하려고 애쓴다.

우리 가족의 출발선을.

아이들을 잘 돌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족의 행복을 지키려면 결국 나와 남편이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어야 함을.


잊지 않아야지. 붉게 이은 우리의 인연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