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현관문 여는 남자 어쩌다 한 번 현관문 여는 여자

당신의 일상, 나의 일탈

by 진아

일주일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알 수 없는 요즘이다. 신랑이 출근을 하면 ‘아, 오늘은 평일이구나.’ 신랑이 출근을 하지 않으면 ‘아, 오늘은 주말인가 보네.’ 하는 날들이다. 날씨도 추운 데다 이번 주는 미세먼지도 꽤 심했고, 코로나의 확산 세도 꽤 심각해서 내내 집에서만 시간을 보내다 보니 매일이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일곱 시 반쯤 아이들이 일어나는 소리에 함께 일어나 신랑과 아이들의 아침식사를 준비한다. 나는 아침을 먹으면 속이 불편해서 아이들과 신랑의 식사가 끝난 뒤 라테나 요거트 등으로 간단히 해결한다.


신랑이 현관문을 열고 닫는 소리가 나면, 이제 집안에는 아이 둘과 나만 남는다.

우리 셋은 책도 읽고 블록놀이도 하고 공룡 놀이도 하고 동물놀이도 하고 퍼즐놀이도 하고... 그러다 애 둘이 싸운다. 말리다 혼내고, 혼내다 화내고, 화내다 달랜다.



그렇게 전쟁 같은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느새 점심시간이다.

아이들과 나의 점심 식사를 준비해 함께 먹는다.

양치질을 하고 낮잠 잘 준비를 한다.

아이들만 재우고 나는 나와서 책도 보고 집안일도 좀 하려고 했는데, 언제나처럼 또 함께 잠든다.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쯤 자고 일어나면 우리 셋은 또 논다. 이불장의 이불도 다 꺼내 놀고, 옷장의 옷도 다 꺼내 논다. 블록은 이미 온 데 엎어져 있고 퍼즐도 다 흩어졌지만 그래도 논다. 그러다 애 둘이 또 싸운다. 말리다 혼내고, 혼내다 화내고, 화내다 달랜다.


진정이 된 아이들이 둘이서 좀 논다 싶으면 후다닥 점심 먹은 식기류를 식기세척기에 넣고 틈틈이 집을 정리한다.

아이들이 “엄마 같이 놀자”며 매달리면, 정리 다 해야 놀 수 있다는 협박(?) 아닌 협박을 한다.

우리는 함께 집을 정리하고, 다시 어지른다...(왜 정리했지? 그래도 중간에 한 번 정리해서 이 정도겠지..)


신랑이 퇴근하는 소리가 들린다. 신랑이 나갈 때 열렸던 현관문은 그 뒤로 처음 다시 열린다.

집에 왔지만 여전히 일거리가 많은 신랑은 아이들에게 인사를 한 후 방으로 들어가 남은 업무를 본다.

우리는 계속 논다. 놀고 또 논다. 같은 놀이를 수도 없이 반복한다. 그러다 또 애들이 싸운다. 말리다 혼내고, 혼내다 화내고, 화내다 달랜다.


신랑이 일을 끝내고 방에서 나왔지만 아이들은 엄마랑 더 놀고 싶어 한다. (종일 놀았잖아. 엄마도 좀 쉬자. 아니 집안일 좀 하자.)

어질러진 방을 정리한다. 청소기를 돌린다. 여유가 있다면 걸레질도 한다. 빨래를 갠다. 저녁 준비를 한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신랑이 두 아이를 씻기러 간 사이 저녁 식탁을 정리한다. 아이들은 아빠와 물놀이를 하고 잘 놀다가도 씻는 건 엄마랑 할 거라며 우는 소리를 낸다. 못 들은 척한다. (미안, 엄마도 할 일이 많아.)

씻고 나온 아이들의 몸에 로션을 바르고(내 몸에 바디로션 발라본 건 언제였지?) 옷을 입힌다.


잠들기까지 두어 시간, 우리는 또 논다. 자기 전이니 차분하게 놀자는 제안을 한다. 먹힐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다.

신랑은 이미 옆에서 졸고 앉아 있다. 열 받지만 참는다. 유일하게 현관문을 열고 나갔다 들어온 사람이니 저도 힘들겠거니 이해하려고 애쓴다. (근데 오늘도 현관문을 한 번도 못 열어본 나도 힘들거든?)


아홉 시 반이다. 아이들을 데리고 방으로 들어간다. 아빠도 있는데 꼭 엄마가 재워줘야 한다는 두 아이를 양팔에 끼고 눕는다. 잠들 때까지 토닥여달라는 첫째의 주문이다. 둘째도 따라서 말한다. 아이들이 잠들 때까지 결코 같이 잠들지 않으리 안간힘을 쓰며 버틴다. 신랑은 애들보다 더 먼저 잠이 들었다. 코라도 골지 않으면 다행이다.


아이들이 잔다. 거실로 나온다. 책을 읽고 글을 쓴다.




매일이 똑같지는 않지만, 거의 비슷한 날들이다. 코로나가 일상을 파괴하는 요즘, 이만큼의 일상을 누리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감사한데, 힘들기도 하다. 이렇게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은 때에 여행도 가고 캠핑도 가고 할 수 있으면 참 좋을 텐데 집 안에만 갇혀 있으니 아이들도 나도 힘들긴 매한가지다.

그 와중에 하루 두 번(신랑의 출근, 신랑의 퇴근) 열리는 현관문을 보고 있자니, 여러 생각이 겹친다. 신랑은 매일 현관문을 여닫는 일이 자연스러워서인지, 저녁이나 밤에도 아주 가끔이긴 하지만 별 느낌 없이 현관문을 열고 외출을 한다. 신랑은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이라 술 약속이 있지는 않다. 코로나 시국이라서도 그렇겠지만 원래도 그런 자리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서 늦은 시간에 술자리나 회식에 가는 일은 거의 없다. 다만 업무적으로 해야 할 일이 있을 때 가끔 출퇴근 외의 외출을 하는 것이다. 직장과 가까이 살다 보니 아주 가끔은 직장동료의 부름에 저녁 식사 정도를 하러 나가기도 한다.(이건 코로나가 심각해지기 전 일!)


아무튼 매일 현관문을 여닫는 신랑은 현관문을 열고 나가는 것에 아무런 생각이 없는 것 같은데, 나는 전혀 다르다. 아주 가끔, 정말 가뭄에 콩 나듯이 외출을 해야 할 일이 생기면 현관문을 열고 나서기까지 얼마나 마음이 복잡한지 모른다.


어쩌다 한 번 외출을 감행하려고 하면 종일 나와 붙어 지내는 아이들은 나에게 매달린 채 울부짖는다.


“엄마, 안 나가면 안 돼요?”

“엄마, 보고 싶어.”(아직 안 나갔어. 지금 봐...)


그런 아이들을 양다리에 매달고 아이들이 먹을 것, 입힐 것을 일일이 챙긴다. 신랑이 육아를 같이 해주는 편인데도 어찌 된 일인지, 외출만 하면 신랑은 그렇게 전화를 한다. (신랑은 정말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주는 좋은 아빠다. 다만 뭘 잘 모른다. 손이 많이 가는 사람일 뿐이다. 오해 없으시길..)


“애들 옷 어디 있어? 점심은 뭐 먹여?”


어떻게 매번 말을 해줘야 아는지, 말하기도 입이 아파서 미리 세팅을 해놓고 나가야 그나마 속이 편하다. 그렇게 이산가족의 생이별 장면급으로 눈물 콧물 쏟는 아이들을 안아주고 “엄마 잘 갔다가 올게. 갔다 와서 더 재미있게 놀자.” 인사한 후, 현관문 손잡이를 잡기까지 얼마나 수많은 마음이 교차되는지...


나 없는 동안 집은 얼마나 엉망이 될지, 아이들은 얼마나 엄마를 찾을지, 신랑은 얼마나 혼이 빠질지, 안타깝고 안쓰럽고 걱정되는 마음이 반이다. 그래도 이렇게라도 잠깐 숨통을 틔워야 다음 주도 버틸 수 있지, 나도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거지, 막상 나가면 좋을 걸? 하는 마음이 반이고.

사실 현관문을 열고 나서기까지가 괴롭지, 막상 현관문을 열고 바깥공기를 들이마시면 모든 고민과 번민과 괴로움이 일시에 날아간다.

“역시, 나오길 잘했어!”


매일 집 안에서 현관문 도어록이 잠기는 소리만 듣다가 집 밖에서 현관문 도어록이 잠기는 소리를 들으면 묘한 쾌감이 느껴진다. 그 소리를 매일 듣는 신랑은 이 기분을 모르겠지?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지친 누군가라면, 한 번쯤 생각해볼 만한 일이다. 누군가에게는 당신의 일상이 일탈이 될 수도 있음을. 당신이 아무렇지 않게 여닫는 문소리에도 가슴 설레는 누군가가 있음을.


너희가 내 일상에 건강히 있으니 그걸로 되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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