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 첫 글, 첫 마음

시로 쓰는 육아일기

by 진아

첫날



이룬 것 없어도 아쉽지 않고

해낸 것 없어도 두렵지 않은 날

무한히 너그럽고

한없이 너그러워지는 날

빠질 것은 없고

더할 것만 남은 날

후회와 미련을 비워내고

기대와 설렘을 채워내는 날

잃은 것에 집착하지 않고

얻을 것에 집중하는 날

넘치는 욕심에도

한아름의 응원을 보태고 싶은 날

어제와 같은 속도로 흘러가는 하루가

어제와 다른 속도로 느껴지는 날

쌓여갈 시간의 무게가

무겁기보다 든든하기를 기도하는 날



쏟아지는 함박눈마저 싱그러운,

오늘은 그런 날

해의

첫날






첫날이다. 어제와 같은 날이지만 전혀 다르게 느껴지는, 새해의 첫날.


언제나처럼 해는 뜨고 졌고, 어둠은 걷혔다 내렸다. 밥 때는 삼시 때 꼬박꼬박 찾아왔고, 집은 언제나처럼 어질러졌다 정돈되었다. 아이들은 투닥거리며 싸우다 꽁냥 꽁냥 놀았다. 그럼에도 오늘이 어제와 전혀 다른 날로 느껴지는 건 1월 1일이라는 날짜가 주는 가볍고도 살랑거리는 설렘 덕분일 것이다.


어제까지 못다 이룬 일들에 아쉽던 마음이 새롭게 해 나갈 일들에 두근거리는 마음이 된다. 욕심부려 계획도 세워보고, 그 계획이 이루어질 올해의 마지막 날을 떠올리며 미소도 지어본다.


부끄러운 나의 시 아래, 윤동주 님의 아름다운 시를 더해 올해 첫날, 첫 글의 마침표를 찍는다.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이지만, 언제나 오늘처럼 새로운 마음으로 걸어 나갈 수 있기를 기도하는 밤이다.



새로운 길
- 윤동주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 새로운 길

민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
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일고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오늘도... 내일도...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커버 사진 : 픽사 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