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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아 Jun 13. 2021

『모든 것은 독서모임에서 시작되었다』

신재호, 은가람, 이계진, 박용석, 김정란 공저


세상에 참 많은 취미가 있지만, ‘독서모임’만큼 저비용 고효율의 취미가 있을까. 독서모임을 너무도 사랑하는 나에게 이 책은 거의 운명과도 같았다.      


다섯 분의 작가님들이 공저로 내신 『모든 것은 독서모임에서 시작되었다』의 부제는 ‘함께 읽으며 만난 변화들’이었다. 나 역시 많은 독서모임에 발을 담그고 있는 사람으로서 제목과 부제부터 공감이 갔다. 독서 모임을 시작으로 만난 ‘변화’를 체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누군가가 “혼자 읽는 것과 함께 읽는 것이 뭐가 달라?”라는 질문을 한다면, 감히 이렇게 답하고 싶다. “응, 안 읽는 것과 읽는 것의 차이만큼이나 달라!”라고.

독서모임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결코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왜 함께 읽는 것이 좋은지. 그러나 한 번이라도 모임을 해본 사람은 깊이 공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나는 매번 독서모임에 참여할 때마다, 모임 전에 ‘그 책’을 바라보던 마음과 모임 후에 ‘그 책’을 바라보는 마음이 달라지는 경험을 한다. 모임 전에 겨우 별점 3점짜리 책도(물론 지극히 주관적인 기준에서) 모임 후에 별점 5점이 되는 일이 다반사다. 별다른 감흥이 없던 책이 인생 책에 등극하는 기이한 경험도 한다. 그만큼, 혼자 읽는 것과 함께 읽는 것의 간극은 크다.      


이 책의 저자들은 모두 독서모임의 멤버에서 독서모임의 운영자로까지 나아간 분들이다. ‘하나의책’이라는 독서모임에 발을 담갔다가 인생의 변화를 몸소 경험한 뒤, 스스로 모임을 이끄는 경지에까지 오른 분들! 그중에는 내가 무척 좋아하는 @실배 작가님도 계신다. (사실 이 책을 읽게 된 것도 실배 작가님의 책이라는 것 때문이었다. 물론 독서모임에 관심이 많기도 하지만!)     


실배작가님을 비롯하여 공저의 작가님들 모두는 무언가에 목말라 있었고, 무언가가 메말라 있었다. 그 갈증을 해소해준 것이 바로 ‘독서모임’이었다. 다섯 분의 글들이 차례로 등장하는데, 대체로 ‘독서모임에 참여하게 된 계기, 처음 독서모임의 문을 두드리던 날, 참여한 독서모임의 진행 방식과 인상 깊었던 모임 책, 독서모임으로 인한 삶의 변화, 자신이 운영하는 독서모임의 방식’ 등이 서술되어 있었다.      


공저 작가님 다섯 분 모두가 직업도 성별도 연령도 달랐지만, 독서모임을 통해 삶의 변화를 경험한 것만은 꼭 같았다. 늘 그날이 그날 같아 일상이 무의미하던 어느 날, 혹은 일상 속에서 ‘나’를 잃은 상실감에 허덕이던 어느 날, 또 혹은 다가올 미래가 막연하던 어느 날, 독서모임을 만났고, 일상을 특별하게 미래를 새롭게 그리게 된 것이다. 다섯 분의 이야기를 읽어나가며 ‘어머, 이건 정말 내 얘긴데!’, ‘맞아, 맞아. 이게 독서모임의 매력이지!’ 얼마나 공감을 하고 또 했는지 모른다.           




이쯤에서 사족일지도 모르는 내 얘기를 보태보자면, 나 역시 독서모임 중독자이다. 독서모임 뒤에 감히 ‘중독’이라는 단어를 붙이는 까닭은, 그만큼 많은 독서모임에 참여하고 있고, 거의 매주 돌아오는 독서모임을 손꼽아 기다리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4개의 독서모임에 참여 중이다. 잠깐 쉬어가는 중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친한 언니와 벽돌책(총균쇠, 사피엔스, 코스모스, 이기적 유전자) 읽기도 진행 중이니, 그것까지 포함하면 5개라고 해야겠다.


가장 가볍게 진행 중인 벽돌책 읽기는 매일 정해진 쪽수를 읽고(대략 20페이지 내외) 인상 깊은 페이지를 사진으로 찍어서 카톡으로 공유하는 방식이다. 다른 하나는 브런치 작가님이신 @코붱 님의 주도로 이루어진 ‘북(book)두칠성’ 모임으로, 2주에 한 권씩 책을 읽고 서평이나 독후감을 쓰는 것이다. 나머지 셋은 한 달에 한 권의 책을 읽고 온라인에서 만나 책의 내용과 감상을 공유하는 것이다.(원래는 오프라인 모임이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온라인 모임으로 전환되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매일 독서모임을 준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의 한 달 일정은 독서모임을 기준으로 짜지고, 매달 달력에는 그 달에 읽어야 할 책들의 목록이 날짜에 맞추어 기록되어 있다. 독서모임 때문에 십 년 만에 다이어리도 사보았다. 오직 독서 일정 관리용이다. 매달 날짜에 맞추어 읽어야 할 책들이 5권이 되다 보니 헷갈리기도 하고, 분량을 적절히 나누어 매일 조금씩 읽어나가지 않으면 날짜에 임박해서 너무 바쁘기도 해서다. 임용 공부할 때 마지막으로 써보았던 다이어리를 쓰면서 가끔은, 내가 무엇 때문이 이토록 많은 독서모임에 발을 담갔나 싶기도 하다.      


처음 독서모임을 신청하고, 하나가 두 개가 되고, 두 개가 세 개가 되고…… 그렇게 개수를 늘려갔던 것은 오직 ‘습관’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아이를 돌보며 책을 읽는다는 게 쉽지 않았기에 무언가 강제성이 있으면 좀 나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다. 물론 ‘습관’을 만들기 위해서 시작했지만, 읽고 싶었던 책들이 읽은 책으로 자리를 바꾸는 쾌감도 적지 않았다. 언젠가부터는 그 쾌감에 중독되었지만.      


독서모임의 가장 큰 장점은, 앞서도 말했듯이 ‘습관’ 형성이다. 혼자 읽기 힘든 책을 날짜에 맞추어 모임의 멤버들과 함께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독서 습관이 잡힌다. 두 번째 장점은 ‘사고의 확장’이다. 같은 책을 읽고도 전혀 다른 감상을 내어놓는 분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사고의 확장은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또 나와 같은 생각을 내어놓는 분들을 통해 위로와 공감도 받을 수 있다. 세 번째 장점은 혼자 읽을 때는 절대로 읽지 않았을 것 같은 책을 읽게 된다는 것이다.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에 한정해서 책을 읽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독서모임을 하다 보면 강제로 읽게 되는 책들이 반드시 생기고, 그 과정에서 전혀 몰랐던 세계에 눈을 뜨게 된다. 네 번째 장점은 같은 취미를 공유한 사람들과 깊이 있게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십거리나, 일상생활의 이슈를 벗어나 삶과 죽음, 시간과 공간, 사랑과 우정 등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다. 그렇다고 그 이야기들이 생활을 벗어나느냐 하면 또 그렇지도 않다. 자기 생활을 바탕으로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다 보니, 자연스럽게 유대감이 생긴다.


독서모임의 단점은, 음…… 적어도 내 기준에서는 없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 책은 독서모임에 참여 중인 분들에게는 무한한 공감과 지지를 받을 만한 책이다. 독서모임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나도 꼭 독서모임 해봐야지!' 싶은 의지를 다질 수 있을 책이기도 하다. 독서모임의 운영자를 꿈꾸는 (나 같은) 이에게는 그 방향성을 제시해줄 만한 책이기도 하다.


사족을 하나만 더 덧붙이자면, 요즘 독서모임을 하나 꾸려볼까 깊이 고민 중인데. 하필 이 책을 만난 건, 운명일까. 엄마들의 독서모임을 해보면 어떨까 싶다. 아빠들을 따돌리는 건 절대 아니고, 처음으로 모임을 운영해보려 하니 내가 처한 상황을 공유하는 분들과 시작해보면 어떨까 싶어서.. 고민만 하고 있는 독서모임의 주제는 다음과 같다.


육아서  빼고 다 읽는 (엄마들의) 독서모임

엄마라는 이름에 자리를 내어준, '나'를 찾아가는 독서모임


이 책의 힘을 빌려 한 번 시작해볼까! 고민이 깊어지는, 그러나 기분 좋은 밤이다.




독서가 ‘나만이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면 독서모임은 ‘우리의 이야기’를 만드는 일이었다. 무척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문득 나의 삶에 비추어 봤다. 가끔 해결되지 않는 문제로 혼자 씨름할 때가 있다. 나의 잣대로만 문제를 바라보니 계속 같은 자리를 뱅뱅 맴돌았다. 그럴 땐 혼자 고민하지 말고 주변 사람들과 함께 해결하면 어떨까 싶었다. 나와 다른 시간이 모이고 모여 내가 이해한 점과 합쳐지면 그럴싸한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23쪽)     

삶에서는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이 늘 상충한다. 나 역시 그랬듯 많은 사람이 해야 할 일을 겨우 하며 꾸역꾸역 살아간다. 하고 싶은 일이 딱히 없다는 사람들에게 “어서 하고 싶은 일을 찾으라.”라고 얘기하면 날 이상한 눈으로 쳐다본다.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할 수가 없다는 사람들에게 해야 할 일을 줄이라고, 부족하면 잠도 줄이라고 말하면 역시 날 이상한 눈으로 쳐다본다. 그들의 마음을 잘 안다. 나 역시 그랬으니까. 그러니 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을 그냥 같이 하라고, 그게 삶이라고.(82쪽)     

여러 해 독서모임을 경험하며 많은 사람을 만났다. 매번 같은 모임을 신청해 익숙한 분들도 있지만 한두 번만 스친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만남의 횟수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독서모임은 아는 사람을 만들기 위해 나오는 자리가 아니다. 한 권의 책을 읽으며 생겨난 마음의 울림을 나누는 곳이다. 누구를 만나든 얼마나 오래 만나든 별로 중요하지 않다. 내 마음이 얼마나 열려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105쪽)     

책과의 만남은 운명적으로 타자와 조우하는 것이고 또 다른 지인과 관계를 맺는 과정이다. 이제는 우연이든 필연이든 중요하지 않다. 비록 믿음과 불신을 넘나든다 해도 앞으로 펼쳐질 책과의 만남과 헤어짐은 내 심장을 뛰게 한다. (129쪽)     

하고 싶은 일이 많은 요즘, 나는 독서모임을 시작하면서 활기찬 에너지를 충전하고 있다. 독서모임 회원들과의 연결을 통해 진정한 내 모습을 만난다. 흥미롭고 즐거운 일이 끊임없이 생긴다는 것은 또 다른 희망이다. 나이가 들수록 하고 싶은 일을 실행하기보다는 주춤거리게 된다. 나는 살아가는 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일에 도전해보려고 한다. 성공 여부는 중요치 않다. (17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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