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에 아주 못되고 못된 노파가 살았는데, 그만 죽어버렸답니다. 그런데 죽고 난 뒤에 보니 착한 일이라곤 하나도 한 게 없지 뭐예요. 악마들이 그 노파를 잡아다 불바다에 처넣었어요. 그러자 그 노파의 수호천사가 가만히 서서 곰곰 생각하는 거예요. 하느님께 말씀드릴 만한 무슨 좋은 일을 이 할멈이 한 게 없을까 하고요. 드디어 기억나서 하느님께 말씀드려요. 이 할멈은 텃밭에서 양파 한 뿌리를 뽑아 거지 여인에게 준 적이 있습니다, 하고 말이지요. 그러자 하느님께서 천사에게 이렇게 대답하시는 거예요. 그럼 네가 바로 그 양파를 가져다 불바다에 있는 그 할멈에게 내밀어 그것을 붙잡고 올라오도록 하거라. 만약 네가 그 할멈을 불바다 밖으로 끌어내면 그 할멈은 천국으로 가도 좋지만, 양파가 끊어지면 그 할멈은 지금 있는 곳에 남아야 되느니라. 천사는 그 노파에게 달려가서 양파를 내밀어주며 말해요. 할멈, 어서 붙잡고 올라와요. 그러면서 천사는 그 노파를 조심스럽게 끌어올리기 시작했는데, 마침내 거의 다 끌어올렸을 때 그 불바다에 있던 나머지 죄인들이 그 노파가 끌려 올라가는 것을 보고 자기들도 함께 올라가려고 모두 그 노파를 붙잡고 매달리기 시작했답니다. 그런데 그 노파는 아주 못되고 못돼먹어서 발로 그들을 마구 걷어차기 시작했어요. ’‘나를 끌어올려주는 거야, 너희가 아니라, 이건 내 양파지 너네들 게 아니라고.’ 노파가 이 말을 하기 무섭게 양파 줄기가 그만 툭 끊어져 버렸어요. 그래서 그 노파는 불바다 속으로 떨어져서 오늘까지도 거기서 불에 타고 있답니다. 천사는 울면서 그곳을 떠났대요.’ (2권 149쪽)
이 소년은 아버지의 명예와 아버지가 당한 쓰라린 모욕을 절감했고, 그래서 분연히 일어섰던 겁니다. 그러므로 여러분, 첫째 이 소년을 평생토록 기억합시다. 비록 우리가 아무리 중요한 일에 종사하게 될지라도, 아무리 높은 지위에 오를지라도, 아무리 커다란 불행에 빠질지라도-아무튼 우리가 전에 여기서 훌륭하고 선량한 감정으로 모두 함께 하나가 되어 이 가엾은 소년을 사랑하는 동안 얼마나 행복했고, 또 그렇게 사랑하는 동안 어쩌면 실제 우리 자신보다 더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었다는 것을 절대로 잊지 맙시다. (중략)
좋은 어떤 추억만큼, 특히 아직 어린 시절 부모님 슬하에 살면서 갖게 된 추억만큼, 앞으로의 생활을 위해 숭고하고 강하고 유익한 것은 없다는 걸 꼭 알아두십시오. 여러분의 교육에 대해 사람들은 여러분에게 많은 얘길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간직한 이처럼 아름답고 신성한 어떤 추억이야말로 아마도 가장 좋은 교육일 겁니다. 그런 추억을 많이 가지고 삶 속으로 들어선다면, 그 사람은 평생토록 구원받은 셈이랍니다. (중략)
여하튼 우리가 아무리 악한 사람이 될지언정, 우리가 어떻게 일류샤의 장례를 치렀는지, 그의 마지막 날들에 우리가 얼마나 그를 사랑했는지, 그리고 지금 이렇게 이 바위 옆에서 얼마나 다정하게 함께 이야기했는지를 기억한다면, 설령 우리가 그런 사람이 될지라도 그런 우리 중에 제일 잔인하고 제일 비웃기 좋아하는 사람조차, 자신이 지금 이 순간 얼마나 선량했고 훌륭했었나 하는 것만큼은 마음속으로 감히 비웃지 못할 겁니다. 이뿐만 아니라, 아마도 바로 이 추억하나가 그를 커다란 악으로부터 지켜줄 것이며, 그는 생각을 고쳐먹고, ‘그래, 나는 그때 선량하고 용감하고 정직했지’라고 말하게 되겠지요.(3권, 52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