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생물은 건기를 견뎌낼 수 있는 알을 낳았다. 또 어떤 생물은 진흙땅에 몸을 묻고 죽은 체 지내면서 우기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13쪽-14쪽)
우리가 살아 있지 않다면 배울 것도 없어. 죽음 앞에서 우린 평등해. 그 점에선 죽음이 삶보다 나은 것 같아.(93쪽)
그녀의 가장 강한 이미지는 언제나 시간에 관한 것이었다. 과거와 미래 둘 다 였다. 그것은 눈앞에 펼쳐진 수평선 같은 것이었다. 끝없는 시간의 스펙트럼 위에 짧은 기간 동안 빌려 쓰는 그녀 자신의 생이 덧붙여졌다. 선의 오른쪽에는 가까운 과거가 있었다. 그녀가 우다얀을 만난 해가 있었고, 또한 우다얀을 모르고 살았던 그 이전의 모든 해가 있었다. 그녀가 태어난 1948년도 있었고, 본문이 시작되기 전 서문과도 같은 그 이전의 모든 세월이 있었다. (178쪽)
어떠한 전망도 하기 힘든 현재의 순간만이 그녀의 이해의 범위를 벗어났다. 그것은 자신의 어깨 바로 위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 같은 것이었다. 시야에 생긴 공백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미래는 눈에 보였으며, 감긴 실이 풀어지듯 계속 풀려나갔다.(179쪽)
사람들은 대부분 미래가 자신이 선호하는 방향으로 펼쳐질 거라고 여기며 미래를 신뢰했다. 맹목적으로 미래를 설계하며, 실상과는 다르게 앞일을 그렸다. 이것은 의지의 작용이었다. 세상에 목적과 방향성을 부여하는 것은 바로 이것이었다. 거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없는 것이었다. (중략)
무지와 희망 속에서 의도적으로 기대를 하는 것, 이것이 대부분의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이었다.(243쪽)
거미는 자신의 실로써 공간의 자유에 이른다.(46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