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이불의 감촉 대신, 너의 감촉을 느껴

by 진아


한여름에도 얇은 이불을 몸에 감고 자야 깊은 잠을 잘 수 있었다. 사그락사그락 소리가 나는, 이불 홑청보다 더 얇은 이불을 겨드랑이 즈음까지 덮은 채 선풍기 바람 아래에서 잠드는 것을 좋아했었다.

아, 발은 이불 밖으로 빼꼼히 내어놓아야 제 맛!

올해 들어 이불을 덮지 않고 잠이 든다. 가끔 아쉬울 땐 배에만 살짝 덮고 자기도 하지만, 살결에 닿지 않는 이불은 덮은 건지 아닌지 느껴지지 않아 그냥 걷어내 버릴 때가 더 많다.


아직까지는 한여름이 아니라 에어컨을 틀고 자지 않아서 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지금까지는 그렇다. 이유는 단 하나, 아이들이 이불을 덮고 자지 않기 때문이다.



두 아이 모두 더위에 예민하다. 방 안의 온도가 그리 덥지 않은데도 잠든 아이들의 이마를 쓸어보면 머리칼 아래로 땀이 차있는 경우가 잦다. 웅크리고 잠든 아이의 몸을 바로 펴주면 굽이진 골짜기(접힌 목 아래, 무릎 뒤, 팔꿈치 안쪽)마다 습기가 느껴진다. 그런 아이들에게 이불을 덮어준다는 건 불가능하다. 혹시나 배탈이 날까 봐 배에만 살짝 덮어줘도 귀신같이 알고 깨서는 휙 차 버린다. 때론 잠꼬대처럼 짜증을 발칵 내기도 한다. 어쩔 수 없이 방의 온도를 계속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


머리맡의 베란다 창문을 양쪽으로 살짝씩 열고, 선풍기 바람을 1단과 2단을 오가며 조절한다. 중요한 건 조절할 타이밍을 잘 찾아야 한다는 거다. 추우면 선풍기를 끄든 창문을 닫든, 더우면 선풍기의 강도를 높이든 창문을 더 열든 해야 하니까.


내가 이불을 덮고 자면 내 온도에 아이들을 맞추게 되니, 특히나 새벽에 살짝 온도가 내려갈 때 선풍기를 끄거나 창문을 닫을 타이밍을 잡을 수가 없었다. 덕분에 어쩔 수 없이 나도 아이들과 함께 이불을 걷어차고 자기 시작했다.




오늘 아침에도 일어나 보니, 저 발치에서 주인 잃은 이불 셋이 나란히 구겨져 있었다. 열대야까지는 아니었지만, 밤새 추워질 틈은 없었던지(덕분에 나도 깨지 않았을 것이다) 선풍기는 1단의 약한 바람으로 계속해서 돌고 있었고 창문은 열어놓고 잔만큼 여전히 열려 있었다.


덮지도 않았건만, 아이들이 이리저리 구르다 몇 번 몸에 감았던지 이불은 헝클어져 있었다. 내 이불만 빼고. 아이들이 빠져나간 자리의 이불을 정리하며 밤새 덮지 못한 여름 이불의 바스락거림을 느꼈다.


“엄마, 언제 나와? 어린이집 가기 전에 엄마랑 조금만 같이 놀면 안 돼?”

“알았어. 엄마 이불 개어놓고 나갈게.”




엄마가 되어 좋아하는 것들을 포기했다 생각한 적도 있었다. 실제로 많은 부분이 그렇기도 했다. 그러나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 포기 대신 양보한 거였고, 배려한 거였다. 아낀 거였고 사랑한 거였다.


오늘 밤도 좋아하는 여름 이불의 감촉은 느끼지 못한 채 잠이 들겠지만, 아이들과 같은 시간에 같은 공간에서 같은 온도에 반응하는 엄마일 수 있어서 기쁘다.

여름 이불의 사그락거림 대신, 보드라운 살결을 쓰다듬으며 잠들 수 있으니 그걸로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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