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차로 센터 입소, 첫째 코로나 재검, 무너지는 마음

by 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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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글입니다.




구급차의 도착 예정 시간이 문자로 왔다. 옷을 갈아입고 손을 평소보다 더 깨끗이 씻었다. 방에서 놀고 있던 사랑이에게로 갔다.

“사랑아, 엄마 곧 가야 해. 우리 이제 열 밤 정도 못 만나겠네.”

“봄이 코로나 걸려서?”

“그래, 봄이 코로나 다 낫고 우리 다시 만나자.”

“응.”

“엄마 옷 갈아입고 손도 깨끗이 씻었어.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번 안아보자.”


사랑이의 몸이 어쩐지 작은 아기처럼 느껴졌다. 봄이를 출산하던 때 이후로 이렇게 오랜 시간 떨어져 지내는 건 처음이었다. 아이를 가만히 안고 있는데, 문득 아이의 몸이 평소보다 따듯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보, 사랑이 열나는 것 같아. 얼른 재봐.”

“어? 알았어. 잠시만. 37.8도다!”

“그렇지? 열나지?”


하필 또 타이밍이 그랬다. 짐을 정리해서 나가려는데 첫째에게 열이 났다. 자가격리 중이라 격리 장소를 마음대로 이탈할 수도 없었다. 심지어 확진자 가족이라 아무 병원에서나 받아주지도 않을 게 뻔했다. 더 문제는 봄이가 확진 판정을 받기 바로 전날, 유난히도 두 아이는 몸을 부대끼며 놀았다는 거였다. 사랑이는 봄이와 같은 날 검사를 받았고, 분명히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안심하기에는 일렀다. 음성 판정을 받았던 날이 잠복기였을지도 모르고, 하루 사이에 감염이 일어났을지도 몰랐다.


한 번도 상상해 본 적 없는, 코로나 확진자의 가족이 되고 나자 모든 증상이 코로나 증상으로 보였다. 일단 보건소 담당자와 연락을 해서 코로나 재검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보건소의 모든 번호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사랑이는 열이 나고, 나는 이제 봄이를 안고 집을 나서야 하고, 보건소와는 연락이 되지 않고. 정말 미치기 일보 직전이었다.

“구급차 이송팀한테 전화를 해봐야겠다.”

“그분이랑은 상관없는 일이잖아.”

“그래도 그분은 보건소의 지휘를 받고 움직이니까, 분명히 연결되는 전화번호를 알고 있을 거다.”

“엉뚱한 분을 너무 번거롭게 하는 거 아냐?”

“지금 그런 거 따질 상황이야, 우리가?”


남편 말에는 틀린 게 없었다. 우리는 마음이 급했고, 연락이 닿을 방법이 있다면 무슨 수라도 써야 할 판이었다. 구급차 도착 시간이 가까워졌고, 일단 남편에게 뒷일을 맡기고 봄이를 안았다. 열이 나는 데다 배도 좀 아프다는 사랑이에게 애써 담담한 척 인사를 했다.


“사랑아, 괜찮을 거야. 엄마 갔다 올게. 봄이 코로나 다 낫고 건강하게 만나자. 봄아, 오빠랑 아빠한테 인사해야지.”

“안녕, 오빠. 아빠”


사랑이는 현관 중문에 기댄 채 나와 봄이를 빤히 쳐다보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내 마음이 비쳐서였던지, 그 눈빛이 말할 수 없이 슬프게 느껴졌다.


구급차는 아파트 바깥 도로에 막 도착한 상태였다. 비를 맞으며 짐가방을 옮겼다. 이런 일로 구급차를 타게 될 줄이야, 꿈에도 상상해본 적 없던 일이었다. 매일 자기는 커서 ‘엠버(로보카 폴리라는 애니메이션에서 구급차 캐릭터 이름이다.)가 되고 싶다던 봄이는 생각지도 못한 이유로 진짜 구급차에 탔다. 상황이 어찌 되었든 좋아할 줄 알았더니, 그다지 즐거워하지 않는 표정이었다.

“엄마, 우리 이제 구급차 타지 말자.”

“봄이 구급차 되고 싶다고 했었잖아. 왜, 타보니 별로야?”

“응, 구급차 타지 말자.”

“알았어. 엄마도 다시는 구급차 타고 싶지 않아. 우리 절대 타지 말자!”


구급차의 덜컹거림에 몸을 맡긴 채, 품 안의 아이는 금세 잠이 들었다.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봄이는 금방 잔다. 사랑이는 어때? 보건소랑은 연락됐어?”

“지금 코로나 재검사하러 오라네. 그래도 구급차 이송해주시는 분이 번호를 알려주셔서 다행히 빨리 연결됐어. 나중에 내릴 때 꼭 감사 인사드려.”

“다행이다. 진짜.”


앞뒤 재느라 마음만 종종거리던 나와 달리 남편은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해냈다. 한참을 떨어져 지내야 할 남편이 문득 그리워졌다.


사랑이가 재검사를 받으러 간 동안, 나와 봄이는 생활치료센터에 도착했다. 짐을 내리고 잠깐 신원확인을 하는 사이 우리가 탔던 구급차를 소독하는 모습이 보였다. 내 아이의 몸속에 자리를 잡았다는 코로나라는 녀석이 얼마나 무서운 녀석인지, 구석구석 오래도 소독약을 뿌렸다. 당연한 일인데도 순간 우리가 바이러스가 된 것 같아 몸이 움츠러들었다.


방호복으로 무장한 여자분이 나와서 센터 안으로 짐을 옮기는 것을 도와주셨다. 안쪽 입구에 놓인 책상에 앉으시더니 맞은편 의자를 권해주셨다. 조심스럽게 의자에 앉았다. 센터 생활과 관련된 안내문, 의료진과 센터의 전화번호 등이 적힌 종이를 건네시고는 간단한 설명을 해주셨다. 제법 많은 말을 들었는데, 가장 강력한 한 마디는 이것이었다.


"퇴소 전까지는 문 밖으로 나올 일이 없다고 보시면 돼요."


문을 열 일이 없다고 했다. 말 그대로 완벽한 '격리'였다. 2층에 있다는 호실을 배정받고 아이 이름이 적힌 명찰(이건 왜 주셨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과 방키를 전달받았다. 방을 찾아가는 데에는 꽤 긴 복도를 걸어야 했다. 개미 한 마리 지나지 않을 만큼 고요했다. 방들이 다 비어있는 것 같은데 왜 이렇게 구석에 방을 배정해준 걸까, 생각하며 걷고 또 걸었다. 저녁 식사가 제공될 때가 되어서야 알았다. 빈방은 없었다. 모든 방의 문 앞에는 얌전히 놓인 도시락이 있었다.


그렇게 나와 봄이는 철저하고도 처절한, 격리 공간에 일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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