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 들어오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뉴스에서 지나가듯 들어보기만 했지 생활치료센터가 정확히 무엇을 하는 곳인지 몰랐다.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한 번도 관심을 두지 않았던 곳이었다.
생활치료센터는 의료시설이 아닌 연수원이나 교육원 등을 빌려 임시로 운영되는 곳이다. 코로나에 감염되고도 경증이나 무증상인 환자들을 ‘격리’, '치료'하는 시설이다. 센터 생활 관련 업무를 하는 공무원을 비롯해서 의료진도 24시간 상주한다.
봄이의 경우에는 무증상 환자이므로 따로 처방된 약도 없고, 오직 하루 두 번 건강 체크 앱에 체온만 입력한다.(성인 환자들은 혈압, 산소포화도 등을 더 측정해서 입력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가끔 ‘생활치료센터에서 제공하는 약 이외에 개인적인해열진통제는 절대 복용하지 말라’는 방송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경증 환자들을 위한 약이 일부 처방이 되는 것 같다.
하루 세 번의 식사는 도시락으로 제공되며, 식사시간에 맞추어 각 방문 앞에 놓아두고 간다. 식사를 한 이후 음식물 쓰레기를 비롯해 모든 일회용기는 각 방에 비치되어 있는 폐기물 쓰레기통에 버리고, 하루 한 번 폐기물 통을 방문 앞에 내어놓으면 수거해가고 새 통으로 바꾸어준다.(방에서 발생하는 모든 쓰레기는 이 폐기물 통에 버린다.) 이 격리시설의 복도에 사람이 나타나는 때는 식사가 배달되는 시간, 식사 배달 이후에 방역 작업이 이루어지는 시간, 폐기물 처리 시간이 전부다. 그 외에는 그 누구도 이곳에 발걸음을 하지 않는다.
모든 전달 사항은 방송으로 전달되며, 개인적인 용무는 등록된 휴대전화로 전달된다. 퇴소 이전까지는 방문 밖으로 절대 나와서는 안 되며, 하나뿐인 창문도 열 수 없다.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서 환기조차 하지 못하게 한다. 즉 누구와도, 어떤 이유로도 접촉할 수 없는 완벽한 격리시설인 셈이다.
봄이와 내가 이곳에 들어온 것은 15일 오후 세시 경이었다. 방 안에 비치되어 있던 각종 생활 용품들을 확인하고, 집에서 가져온 짐가방을 풀었다. 낯설어하는 아이에게 이곳에서 엄마와 열 밤(열흘이 최소 격리 기간이라고 한다.) 정도 자고 갈 거라고 말해준 뒤, 가지고 온 장난감과 책들을 꺼내 주었다. 일단 아이는 별 저항 없이 받아들이는 듯했다.
대충 짐 정리를 끝낸 뒤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방금 사랑이가 코로나 재검사를 마쳤다고 했다. 지난번에는 울지 않았었는데, 이번에는 울었다고 해서 마음이 아팠다. 내가 곁에 있어 주지 못해서 그랬을까. 괜한 자책을 했다. 아이의 열이 조금 떨어졌다는 남편의 말에 일단 안심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봄이는 성인 한 명이 겨우 생활할 만한(대학 기숙사 방 크기쯤 될 만한) 방을 요리조리 자세히도 살폈다.
봄이가 좋아하는 클레이 세트와 블록을 다 꺼내서 실컷 놀았다. 집에 갈 수 없다는 사실에 조금 슬퍼하긴 했어도, 봄이는 잘 적응해주었다. 낯선 잠자리에 쉬이 잠들지 못할까 걱정했는데, 기우였다. 여기저기 이동하며 보낸 하루가 꽤 피곤했는지 아이는 금세 잠이 들었다. 왜 마스크를 끼고 자야 하냐고도 묻지 않은 채. 너무나 자연스럽게 마스크를 고쳐 쓰고는.
잠든 아이 곁에서 잠들지 못한 채 오래도록 휴대전화를 들여다보았다. 의미 없는 유튜브 영상을 돌려보고, 좋아하는 노래들을 끝없이 이어 들었다. 그래도 잠이 오지 않았다. 낮에 한 사랑이의 재검사 결과와 이곳에서 보내게 될 열흘 이상의 시간에 대한 염려가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몸을 일으켰다. 그때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 두서없는 생각들을 마구 쏟아냈다. 복잡했던 마음이 조금씩 가라앉을 때쯤 봄이가 뒤척거렸다.
아이 곁에 누웠다. 현실이 너무 꿈같아서 자는 봄이를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마스크에 가려져 눈만 빼꼼 나온 얼굴이 유난히도 더 작아 보였다. 마스크를 살짝 내려주려고 손을 뻗는 순간, 아이는 내게서 등을 돌려 누웠다. 별 수 없이 작은 등을 가만히토닥거렸다.
아이가 코로나에 감염되었다고 해서, 아이를 끌어안고 싶은 욕구가 줄어들진 않았다. 하지만 '내가 감염되면 아이를 돌볼 사람이 없다'는 이성적 판단이 드는 순간 정신이 바짝 들었다. 문득 엄마는 참 묘한 존재라는 생각을 하며 아이와 조금의 거리를 둔 채, 가무룩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