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세 살 아이를 혼자 병원에 보내라는 말씀이신가요?

by 진아

아이가 치료센터에서 퇴소한 지 4일이 흘렀다. 여전히, 아이에게선 열이 났다.


나와 남편은 이 상황이 못 견디게 답답했다. 왜 이렇게 열이 떨어지지 않는지, 아이의 몸 안을 들여다볼 수 없는 우리는 걱정과 불안을 나누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다시 열이 나면 전화를 하라던 보건소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며칠째 미열이 오르내리길 반복하네요. 치료센터에서 ‘완치’ 판정을 받았는데도 이렇게 자꾸 열이 나니, 저희는 너무 불안해요. 이렇게 퇴소 후에 다시 증상이 나타날 때 방문해서 검사를 받거나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이 따로 있나요?”

“아……. 제가 관련 부분을 좀 알아보고 다시 전화드릴게요.”


그냥 병원을 알려줬으면 싶었다. 아이를 전문 의료진에게 보이기라도 하고 싶었다. 치료센터에서 한 번도 대면한 적 없던, 코로나 전문 의료진을 직접 만나 묻고 싶었다. 열흘이 더 지난 지금에 와서 왜 다시 증상이 나타나는 건지, 혹시 여전히 아이의 몸을 바이러스가 잠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몇 분 후 다시 걸려온 전화는 좀 전과는 다른 번호였다. 봄이의 확진 판정을 받기 전까지 우리 가족의 검사와 검사 결과 통보를 담당했던 직원이었다. 그때부터도 다른 담당자들과는 다르게 연락도 잘 되고 설명도 상세하게 해 주던, 고마운 분이었다. 몇 분 사이에 관련 자료들을 다 찾아본 모양이었다.


“봄이 어머님, 봄이는 지금 전파력이 현저히 낮거나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는 시기예요. 그래서 치료센터에서도 퇴소를 결정한 거고요. 증상이 다시 나타났다고 한다면 보통 의심하는 건 ‘재감염’인데, 봄이의 경우에는 그 사례에는 해당되지 않아요. 최초 확진 후 적어도 45일은 지나야 ‘재감염’을 의심할 수 있거든요. 지금은 코로나 검사를 하면 무조건 양성 반응이 나오는데 이건 ‘단순 재검출’로 봐야 해요. 이 검사가 무척 예민한 검사라서 죽은 바이러스들까지 모두 검출해내기 때문에, 지금은 검사를 통해서도 얻을 수 있는 유의미한 자료가 없어요. 만약 미열이 지속되거나 아이의 컨디션이 나빠진다면 일반 소아과에서 진료를 보시면 돼요. 다만 병원 방문 전에, 아이의 코로나 확진과 전파력 상실로 인해 치료센터에서 퇴소한 것 등을 미리 알리셔야 해요. 혹시 관련 내용이 담겨 있는 문서를 문자로 보내드릴까요? 그럼 좀 도움이 되시지 않을까 해서요.”


전화를 끊고 바로 메시지가 도착했다. 눈물이 날 뻔했다. 코로나 확진자와 그로 인한 자가격리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이 시기에, 내 아이 한 명을 위해 자료를 찾고 형광펜으로 밑줄까지 그어 내게 보내준 그녀에게 고맙다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밀려왔다. 아이가 안정되고 내가 격리 해제되는 날, 반드시 그녀에게 어떤 식으로든 감사를 표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전에는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던, 담당자의 구체적인 설명이었다. 심지어 관련 내용이 명시된 공문서까지 받았다. 집에 와서도 미열이 나는 바람에 내내 마스크를 쓰고 있던 봄이를 불렀다.


“봄아, 우리 이제 마스크 벗자.”

“응?”

“봄이 이제 코로나 다 나아서 마스크 벗어도 괜찮대.”


아이의 맨얼굴이 참 곱고 예뻤다. 얼마 만에 마스크를 벗고 신나게 노는 아이의 모습을 보는 건지.




저녁 준비를 하기 전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이의 체온을 쟀다. 아이의 체온은 다시 높아지고 있었다. 벌써 며칠째 열이 잡히지 않아 마음 졸이며, 다시 열이 오르면 지체 없이 병원에 가 보자고 마음을 먹은 후였다. 보건소 담당자도 일반 병원 진료를 권했고, 혹시나 아이가 다른 질병으로 열이 나는 걸지도 모르는데 언제까지 코로나만 생각하며 해열제에 의지할 수는 없었다. 평소에 아이의 진료를 보던 소아과에 전화를 걸어 상황을 이야기했고, 진료를 볼 수 있으니 아이를 데려오라는 답을 받았다.


문제는 지금 우리 네 식구 중 자유로운 존재는 봄이뿐이라는 사실이었다. 나와 남편, 첫째는 모두 ‘자가격리’ 중이었다. 옷을 챙기며 격리 담당 공무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내 담당 공무원은 자리를 비워서 다른 분이 당겨 받았다고 했다. 아이가 열이 나서 병원에 가야겠다고 말했더니, 알아보고 전화를 주겠다고 했다.


“저, 제가 담당 부서에 알아봤는데 안된다고 하시네요.”

“네? 안된다고요? 그럼 지금 애가 아픈데 어떻게 하라는 말씀이시죠?”

“아.. 혹시 다른 가족 중에 아이를 데리고 가실 분이 없으신가요? 아니면 대리처방이나..”

“아이 아빠도 같이 격리 중인 상황이고, 부탁할 만한 다른 가족도 없습니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먹던 약 같으면 당연히 대리처방을 했겠죠. 지금 아이가 열이 나는 원인도 모르는데 어떻게 대리처방을 받나요?”

“아... 그렇죠. 그런데 원칙적으로 안 된다고 하시네요. 격리자가 보호자의 신분으로 외출을 하시는 것은 안된다고..”

“아니, 그럼 세 살짜리 아이를 혼자 병원에 보내라는 말씀이신가요? 아니면 아파도 참게 할까요?”


웬만해서는 이성을 잘 잃지 않는 내가, 아주 오랜만에 이성을 잃었다. 아이가 코로나에 걸리면서 비상식적인 상황을 숱하게 겪었지만 이건 차원이 달랐다. 물론 ‘원칙’이 무엇인지 모르지 않았다. 확진자와 ‘밀접접촉자’로 분류되어 ‘자가격리’ 중인 나는 누구에게도 ‘위험인물’ 임이 분명했다. 나 스스로도 내가 두려워 잠시도 마스크를 벗지 않고 생활하고 있었다. 지독할 정도로 격리 원칙을 지켰다. 그러나 지금은 비상상황이지 않은가.


통화를 듣고 있던 남편은 자기의 격리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동일한 상황을 설명하게 외출 허가를 구했다. 어이없게도 남편의 담당자는 길게 듣지도 않고 ‘그러라’고 했다. 그 상황이 더욱 화가 났다. 왜 같은 상황을 담당자마다 다르게 대응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남편은 내 전화를 대신 받았고, 나 대신 화를 냈다. 그런 원칙을 이야기한 담당 부서 직원과의 통화를 요구했고, 자기 담당자는 그래도 된다는데 어떻게 이렇게 말이 다르냐며 따져 물었다. 이내 통화는 종료되었고, 나는 아이를 아기띠에 안고 외출 준비를 할 수 있었다.


손을 두 번 꼼꼼히 씻고, 혹시 몰라 K94 마스크를 두 개 겹쳐 썼다. 계단을 이용해 병원에 방문했고, 병원에 들어서자마자 손 소독을 했다. 현재 나도 자가격리 중이라 가까이서 말을 할 수 없다는 통보를 했고, 의료진과 가능한 한 거리를 두고 아이의 증상에 대해 간단히 설명했다. 의사는 아이의 목이 많이 부어있고, 콧물도 목 뒤로 넘어가고 있다고 했다. 진료를 마치고 나오면서 “고맙고 죄송합니다.”라고 인사했다. 내 입에서 대뜸 나온 그 인사가, 말할 수 없이 슬펐다. 의사와 간호사는 “괜찮습니다.”라는 짧은 말과 웃음으로 나의 슬픔을 다독여주었다.


약국에 가서도 약사에게 현재 자가격리 중에 아이의 진료 때문에 나왔다고 짧게 말한 뒤, 멀찌감치 떨어져 투약 설명을 들었다. 얼른 약을 받아 약국을 나왔고, 사람들이 다니는 길을 피해 조금 돌아서 집으로 왔다. 죄인처럼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마스크 두 장 속에 슬픔을 묻고 집까지 경보하듯 걸었다. 짧은 시간 동안의 외출이었고, 그동안 병원과 약국 관계자를 제외하고는 누구도 마주치지 않았다.


조금 더 상식적인 해답을 바랐다. 외출이 금지되어 있다는 것을 왜 모르겠는가. 속이고 가려고 했다면, 휴대전화를 두고 갈 수도 있었다. (자가격리는 ‘자가격리자 안전보호’라는 어플을 통해서 관리되므로, 사실상 휴대전화만 두고 다니면 어디를 가도 담당자가 알 도리가 없다.) 그러나 그러고 싶지 않았고, 그래서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마스크를 잘 착용하시고, 가능한 한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가시고, 미리 의료진에서 상황을 설명해서 그들과의 대화를 최소화하시고,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시고, 다른 곳에는 절대 들리지 마시고 즉시 귀가하시고….


내가 생각한 상식은 이 정도였다. 그런데, 내 상식이 모두에게 상식은 아니었다. 그게 못 견디게 답답해서 자꾸 속이 뒤틀렸다. 자주 차오르지 않던 화가 차오르다 못해 넘쳐흘렀다.


도무지 끝나지 않는 코로나와 맞서며, 얼마나 더 답답해야 하고 얼마나 더 화를 내야 하며 얼마나 더 슬퍼해야 할지. 오늘 밤에는 도저히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아, 기어이 맥주 한 캔을 땄다. 아무것도 해결해주지 않을, 알코올에 기대어 잠이라도 푹 자보자는 심산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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