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부터 준비했던 첫 책이 드디어 출간되었다. 조금 전 출판사로부터, 오늘(9월 8일)부터 예약 판매에 들어갔고 9월 15일에 발송이 시작될 것이라는 연락을 받았다.
‘엄마만으로 완벽했던 날들’이라는 제목은 책의 초고도 쓰기 전부터 정해둔 제목이었다. 출간 기획서를 쓸 때부터 써둔 가제가 떡하니 박힌 책의 표지를 보고 있자니,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떨리기도 하고 두근거리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고. 조금은 두렵기도 하다.
세상에는 너무나 많은 책이 있고, 그중에는 내가 감히 그 가치를 셈할 수조차 없는 좋은 책들도 많다. 그럼에도 과연 내 책이 누군가의 마음에, 누군가의 시간에, 누군가의 공간에 따스한 위로를 전할 수 있을까.
초고를 써서 처음 출판사 대표님께 보였던 날이 기억난다.
“엄마가 고생을 정말 많이 하셨네요.”
출판사 대표님이 초고를 읽으신 후 처음 건넨 말이었다. 스물일곱에 두 딸을 둔 가장이 되었던 엄마의 세월이 아름다웠을 리 없다. 치열했다는 단어로도 다 설명하기 어려운 세월이었다. 그러나 엄마의 이야기가, 그 시간 속에 살아온 나의 이야기가 ‘고생스러움’으로 요약되기를 바라지는 않았다.
인쇄해둔 초고를 펼쳐 놓고 노트북을 열어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문장을 다시 썼다. 대부분을 새로 썼고 그 과정에서 초고의 문장들을 숱하게 버리고 비웠다. 그렇다고 해서 완성된 책이 대단히 아름다운 이야기로 가득할 수는 없었다. 엄마의 세월은 분명 고단했고, 그 속에서 살아온 내 시간 역시 때론 버거웠으니까.
돌아보면 그 과정들은 첫 책을 쓰는 초보 작가로서의 욕심이었을지도 모른다. 고치고 다듬어 본들 누군가에게는 어쩔 수 없이 ‘가엾고 불쌍한’ 이야기로 읽히기도 할 것이다. 그것은 독자의 몫이고 독자의 영역임으로 감히 내가 침범할 수 없는 세계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래도 욕심 내 보고 싶었다. 책의 부제와 프롤로그의 첫 문장은 그런 마음으로 썼다.
남편이 없던 엄마와 아빠가 없던 딸의 애틋한 러브스토리
이 책은 엄마와 나의 애특한 사랑이야기이다.
쓰고 고치고, 다시 고쳐 쓰는 모든 시간 동안 내내 생각했던 문장이었다. 이 글은, 이 책은, 엄마와 딸의 러브스토리라고. 엄마와 내가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살아온 시간의 기록이라고. 그 마음이 잘 전달되기를 바라며 단어를 고르고 문장을 다듬었다. 단어와 단어 사이의 공백, 문장과 문장 사이의 빈자리에 추억을, 사랑을, 담뿍 담았다.
한부모가정, 생활보호대상자, 이혼가정의 자녀, 나를 수식하는 객관적인 단어들은 하나같이 ‘결핍’을 떠올리게 했다. 그러나 지극히 주관적으로 판단했을 때, 내 삶은 이미 ‘완벽’했다.
지은이 소개말에도 썼듯이, 내게 ‘결핍’을 말하던 사람들에게 또 세상에게 나는 이미 ‘완벽’한 날들을 살아왔다고 말하고 싶었다. 객관적인 조건은 중요하지 않았다고. 누군가에게 온전히 사랑받고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날들이었다고.
그리고 묻고 싶었다.
“당신과 엄마 사이에는 어떤 러브스토리가 존재하나요?”
예스 24, 교보문고, 알라딘에서 예약 판매가 시작되었어요. 책을 쓰는 동안 브런치 작가님들과 구독자님들께 넘치는 응원을 받았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