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에서 북스타그램(책을 읽고 난 후의 감상을 주로 올리는 계정)을 운영한지 일년 반 정도가 되었다. 열심히 올릴 때는 매일 한 권씩 독서 노트를 써서 올렸는데, 최근 한달 간은 독서 노트를 하나도 발행하지 못했다. 일이 바쁘기도 했고, 몸이 아프기도 했고, 연휴가 몇 번 겹치면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낼 일이 많기도 했다. (핑계가 많구나..) 솔직히 진득하게 책 한 권을 붙들고 앉아 읽을 육체적, 정신적 여유가 전혀 없었다. 그와중에도 인스타그램을 통해 꾸준히 운영해온 모임이 있다. 바로 #시쓰는봄 이라는 시 필사 모임이다.
시를 대단히 많이 읽거나, 시로 등단을 했다거나, 시집을 엄청 사모은다거나 그렇지는 않다. 다만 국어 교사라는 직업적 숙명으로 시를 많이 접하며 살았다. 그러다 둘째가 돌쯤 되었을 무렵(나의 본격적인 글쓰기가 시작되었을 무렵)부터 시 필사를 일 년쯤 꾸준히 했다. 시를 필사하면서 일상어가 주는 새로운 감각과 아주 평범한 장면을 너무도 낯설게 묘사하는 시의 표현법에 매료되었다.
읽고 베껴쓰는 것을 넘어 아이와의 일상을 시로 표현해보는 재미에 푹 빠져, 어설프지만 '육아시'라는 이름으로 백 편 가까운 자작시를 써보기도 했다.(언젠가는 원고를 다듬어 투고해봐야지. 아니면 그냥 내가 예쁘게 엮어서 두 아이에게 선물할 예정이다!) 그러다 정말 우연한 계기로 '그래도봄'이라는 출판사와 '시'와 '육아'를 테마로 한 육아에세이를 계약하게 되었다. (올해 여름에 출판 예정! 곧 서점에서 만나요.^^) 원고를 쓰면서 더 많은 시들을 만났고, 이제는 시와 일상을 분리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시쓰는봄은 3월부터 5월까지 석 달간 이어온 시 필사 모임이다. 내가 매일 시 한 편을 골라서 인스타그램의 스토리로 시를 올리고 신청하신 분들을 태그해드렸다. 그러면 그분들은 내가 올린 시를 필사하고 간단한 생각이나 감상을 덧붙여 다시 스토리로 공유해주시는 형태의 모임이었다.
특별한 강제 사항이 없었고, 비용이 드는 것도 아니었으므로 신청하신 분들도 편안한 마음으로 함께 해주셨다. 어떤 분은 정말 단 하루도 빠짐 없이 내가 올려드린 시를 필사하였고, 깨알같은 감상도 나누어주셨다. 어떤 분은 마음에 들어오는 시일 때만 감상을 공유해주기도 하시고, 어떤 분은 필사 위주로만 참여하기도 하셨다. 신청자분들이 어떤 형태로 모임에 참여하시더라도, 나는 아무 제재를 하지 않았다. 그저 매일 좋은 시를 누군가와 나눌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석 달 동안의 #시쓰는봄을 마무리하고 잠깐의 휴식 기간을 거친 뒤, 어제(6.12.)부터 #시쓰는여름을 다시 시작했다. 이전에 함께 하던 분들이 상당수 재신청해주셨고, 이번에 새롭게 함께 하게 된 분도 있다. 누군가를 위해 시를 고르고, 정성껏 시를 배달하고, 서로 다른 감상을 제일 먼저 공유받을 수 있다는 것은 어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벅찬 일이다. 8월 말까지 이어질 #시쓰는여름에서 우리가 어떤 시를 함께 만나고, 마음과 생각을 나눌지 벌써부터 기대가 크다.
돈이 되는 일도 아니고, 누가 알아주는 일도 아니지만 내가 가진 것을 원하는 누군가와 나눌 수 있음에 감사하다. 이왕 나누는 거, 브런치 구독자분들께도 좋은 시를 배달해드린다는 마음으로 매일 시를 배달해드리려 한다. (주말은 쉬어요.^^) 위로가 되는 시, 마음을 울리는 시, 사랑이 피어나는 시, 슬픔을 어루만지는 시, 함께 울어주고 웃어주는 시, 따뜻한 시, 따끔한 시 등. 역량이 닿는대로 좋은 시를 고르고 골라 봐야지.
많은 분들이 시의 참맛을 알게 되시기를 바라며, 정성껏 고른 시를 안전하게 배달하겠습니다. 시 한 편 읽으시는 동안은, 복잡한 생각도 무거운 마음도 잠시 내려놓으시길. 시의 언어에 동화되어 따스함을 느끼시고, 진하게 위로 받으시길.
덧붙여. 오늘 인스타그램에 올린 #시쓰는여름 첫배달 시는 토요일에 발행한 '살아가는 일 속에 파도치는 날이 어디 한두 번이랴'에서 인용한 '그대 앞에 봄이 있다(김종해)'입니다. 이미 글에 한번 인용해서 내일(6.13.화)부터 브런치 시 배달 시작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