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하관(박목월)

by 진아

[시 쓰는 여름] 스물여섯 번째 시


하관(박목월)


관(棺)이 내렸다.

깊은 가슴 안에 밧줄로 달아 내리듯.

주여.

용납하옵소서.

머리맡에 성경을 얹어 주고

나는 옷자락에 흙을 받아

좌르르 하직했다.


그 후로

그를 꿈에서 만났다.

턱이 긴 얼굴이 나를 돌아보고

형(兄)님!

불렀다.

오오냐. 나는 전신(全身)으로 대답했다.

그래도 그는 못 들었으리라.

이제

네 음성을

나만 듣는 여기는 눈과 비가 오는 세상.


너는

어디로 갔느냐.

그 어질고 안쓰럽고 다정한 눈짓을 하고.

형님!

부르는 목소리는 들리는데

내 목소리는 미치지 못하는.

다만 여기는

열매가 떨어지면

툭 하는 소리가 들리는 세상.



주말 내내 현실감 없는 뉴스를 듣고 보았습니다. 속수무책으로 쏟아지는 빗속에서 명을 달리하신 분들의 이야기가 쏟아졌습니다. 자연재해라고 생각했지만 사고의 원인에 가닿을수록 인재가 아니었나, 싶은 생각이 드니 비통함이 커집니다. 매번 인재라는 단어를 쓰면서도 한 걸음도 나아지지 않은 모습에 화도 납니다.


저의 일상에는 조금의 불행도 없었지만, 어쩐지 마냥 행복할 수만은 없는 날이었어요. 시를 고르는 마음이 유난히 무거운 주말이었습니다. 감히 유족분들의 마음을 위로할 엄두는 내지 않습니다. 다만 오늘의 시는 행복을 말하거나, 나아감을 말하는 시는 아니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시를 읽으시는 동안은 거대한 슬픔을 잠시나마 떠올릴 수 있는 시간이, 그리하여 잠시 고개 숙여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이의 명복을 진심으로 바랄 수 있는 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너무도 허망하게 세상을 떠나신 분들의 명복을 진심으로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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