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라는 말, 엄마의 마음.

짠물 주름(박성우)

by 진아

[시 쓰는 여름] 마흔여섯 번째 시


짠물 주름(박성우)


어머니 몸 안에는

짜내지 못한 짠물이 너무 많아.


어머니는 오이장아찌처럼 오글쪼글해지고 있네


출처: [웃는 연습], 2018, 창비



첫째 아이가 퇴원한 지 하루 만에 둘째 아이가 입원했습니다. 아이를 키우며 힘든 적이 한두 번은 아니지만, 이번처럼 몸과 마음이 동시에 무너진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두 아이 모두 시간차를 두고 고열에 시달리면서 깊은 잠을 못 자는 밤이 일주일 이상 반복되었습니다. 우스갯소리로 엄마는 아플 시간이 없어서 아프지도 못한다고 말했지만, 사실 온몸 구석구석이 쑤시고 목도 따가운지 며칠이 되었어요. 병실을 지키느라 학교에 출근하지 못한 지도 일주일이 되었습니다. 그러니 아픈 아이에게만 마음을 쏟지 못하고 학교 일에 내내 마음이 쓰여요. 연가를 사용해야 한다, 교감 선생님께 전화를 드릴 때마다 마치 큰 죄를 지은 것처럼 온몸이 쪼그라듭니다. 주변 선생님들에게 일을 전가한 것 같아 하루도 마음 편한 날이 없고요.


어제 둘째 아이를 입원시키고, 열에 시달리다 일찍 잠든 아이 곁에서 오늘의 시를 골랐습니다. 사십 년째 엄마로 살고 있는 친정엄마와 이제 겨우 칠 년 차 엄마인 저를 함께 떠올리면서요.


저는 어릴 때부터 병치레가 잦은 아이였어요. 감기도 달고 살았지만, 체하기도 잘 체하고, 마음도 단단하지 못해 극도의 긴장 상태가 되면 과호흡으로 쓰러지기도 일쑤였답니다. 건강원을 하셨던 삼촌 덕분에 몸에 좋다는 온갖 보약을 다 해 먹었지만, 환절기를 단 한 번도 피해 가지 못했고 위염과 역류성식도염은 임용시험을 치기 직전까지도 저를 괴롭히던 고질병이었어요. 과호흡으로 응급실에 수시로 실려 가던 중고등학교 시절, 그렇게 쓰러지지 않는 대신에 자주 악몽과 가위눌림에 시달리던 대학생 시절도 있었지요.


그런 저를 혼자 키운 엄마의 마음에는 ‘짜내지 못한 짠물’이 얼마나 많이 쌓여 있을까요. 주사 바늘 꽂을 데도 없는 작은 몸에 겨우 혈관을 잡아 링거를 꽂았던 어린 딸을 보던 엄마의 눈길에, 일을 하다가 담임 선생님의 전화를 받고 응급실로 뛰어왔던 엄마의 발걸음에, 기숙사에 살면서 위궤양에 걸려 아무 음식이나 함부로 먹기 어려운 딸을 위해 양배추를 갈아 소분해 주던 엄마의 손길에, 모두 ‘짜내지 못한 짠물’이 그득 남았겠지요.


그 짠물을 미처 알아차리기도 전에 저 또한 엄마가 되었고, 이제 제 안에도 일일이 짜낼 수 없는 짠물이 쌓여갑니다. 이렇게 ‘오이장아찌처럼 오글쪼글해지는’ 게 엄마의 삶인가 싶은 밤이네요.


아침에 배달한 ‘짠물 주름(박성우)’ 때문에도 종일 ‘엄마’라는 단어에 사로잡혀 있었는데, 늦은 오후에 너무나 아끼고 사랑하는 동생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부고를 들었어요. 정말로 거짓말 같은 날입니다. 내일은 아픈 아이를 남편에게 맡기고 출근도 하고, 동생 어머니의 장례식장에도 다녀오려 합니다. 한동안은, 엄마라는 단어에 마음이 무너져내리는 날들이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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