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돌아서 나의 발자국을 바라보는 일

사막(오르텅스 블루)

by 진아

[시 쓰는 여름] 마흔일곱 번째 시


사막(오르텅스 블루)


그 사막에서 그는

너무도 외로워

때로는 뒷걸음질로 걸었다

자기 앞에 찍힌

발자국을 보려고.


출처: <시로 납치하다> 류시화, 루이즈 글릭, 더숲, 2018


여러분은 언제 외롭다고 느끼시나요? 외롭다는 기분이 들 때, 주로 어떤 행동을 하시나요?


혼자인 것과 외롭다는 것은 동의어가 아니라서 혼자 있다고 해서 무조건 외로운 것은 아닙니다. 누군가와 함께 있어도 혼자인 것보다 더 외로울 수 있어요. 혼자 있을 때 충만함을 느끼는 경우도 있고요. 진짜 외로움은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때, 애써왔지만 의미 있는 결과를 얻지 못했을 때, 지금 나아가는 길에 확신이 들지 않을 때, 불쑥 고개를 내미는 감정 같아요.

‘사막(오르텅스 블루)’을 처음 읽었을 때는 깊은 외로움을 노래한 시로 읽혔어요. ‘그’가 꽤 오랫동안 혼자인 것은 분명해 보였거든요. ’그‘가 ’자기 발자국‘을 바라보는 것은 누구도 함께 하지 않는 ’사막‘이라는 공간에서 누군가의 온기를 느끼고 싶은 행위고요.


이 시를 소개하기 위해 다시 여러 번 읽다 보니 이 시를 ‘외로움에 허우적거리는 한 사람의 이야기’로만 읽고 싶지는 않았어요. 물론 시에서 ‘외로워’서 그렇다고 단정적으로 말하고 있지만, 그렇게만 읽어서는 왠지 아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발자국’을 바라봤다는 것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아봅니다. 외롭지만 쉬지 않고 걸어온 자기의 발자국으로 보면서 ‘그’가 느낀 감정은 비단 외로움만은 아니었을 거예요. 끝도 없이 펼쳐진 사막이라는 공간에서 온몸으로 외로움을 느끼면서도 뚜벅뚜벅 걸어온 자기의 발자국을 바라보며 그’는 멈추지 않고 나아갈 힘을 얻지 않았을까요?


누구나 살다 보면 사막 같은 시공간을 만나게 됩니다. 주변에 나를 품어줄 단 한 사람도 보이지 않을 때, 이제껏 내가 해온 많은 일들이 다 부질없이 느껴질 때, 매일 애쓰고 있지만 여전히 끝은 보이지 않을 때, 견디기 힘든 모래바람을 온몸으로 맞아야 할 때. 한 번쯤은, 어쩌면 여러 번 마주하게 되는 시공간이지요. 그럴 때면 더 이상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지금껏 뭘 했는지도 확신할 수 없다는 생각에 사로잡힙니다. 하지만 매 순간 애쓰며 살아왔다면, 사막 같은 시공간에도 분명히 ‘나의 발자국’이 남아 있을 거예요. 힘겹게 내디뎠던 한 발 한 발이. 앞서 걸을 땐 결코 보이지 않던 나의 발자취가.


지금껏 디뎌온 발걸음을, 발자국을, 발자취를 한 번쯤 뒤돌아보시면 좋겠습니다. 여전히 앞은 막막하고, 모래바람은 멈출 줄 모르며, 곁에는 아무도 없는 것 같더라도, 지금껏 걸어온 발걸음은 분명히 나아가고 있을 거예요. 그 발걸음을 나부터 알아주는 일, 내가 나의 발자국을 바라봐주는 일. 거기서부터 다시 시작한다면, 뒷걸음질도 꽤 의미 있는 일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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