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책을 쓰다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아 Nov 26. 2023

추천사를 받다.

세 번째 출간을 준비하면서 책 출간의 이모저모를 알게 된다. 그저 독자의 입장이었을 때는 생각조차 하지 못한 많은 일들을 구석구석까지 들여다보게 된다. 한 권의 책에 얼마나 많은 사람의 수고로움이 들어가는지, 얼마나 많은 자본이 투입되는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투자되는지, 얼마나 많은 고민이 녹아나는지. 알면 알수록 출간은 설렘보다 두려운 일에 가까워진다.


독자이기만 했을 때, 나는 주로 책의 표지 디자인과 작가의 지명도를 보고 책을 고르는 사람이었다. 지극히 평범한 독자였다는 말이다. 딱히 책을 고르는 노하우랄 것이 없었다. 베스트셀러라고 하면,  유명한 분의 책이 나왔다고 하면 읽는 정도였다. 한마디로, 출판 시장에서 노리기(?) 딱 좋은 초보 독자였던 셈이다. 광고에 현혹되고 상술에 휩쓸리는 갈대 같은 독자. 이까지 쓰고 보니, 평범한 독자였다기보다 소극적 독자였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적극적으로 독서 행위를 즐긴다기보다는 남들이 읽는 만큼은 읽으려는 소극적 독자.


작가를 겸한 독자가 되면서 독서 태도에 상당한 변화가 생겼다. 첫 번째로 표지 디자인에 현혹되지 않는다. 표지가 예쁘다고 덜컥 책을 사서 장식용으로만 만드는 일은 하지 않게 되었다.(이 말은 과거에는 그런 일이 잦았다는 자기 고백이다.) 두 번째로 좋아하는 작가님이 생기면 고구마 줄기 캐듯 그분의 전작들을 야금야금 파내어 읽게 되었다. 신작도 신작이지만 이미 지나간 그분의 역사를 쫓아가며 제대로 된 팬심을 키운다. 세 번째로 모든 책이 소중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어떤 책이라도 이 한 권에 얼마나 많은 것들이 들어있는지를 생각하면 소중하지 않은 책이 없다.


작가를 겸한 독자가 된 후에도 일관되게 지키는 독서 태도가 있다. 추천사를 보는 것이다. 작가가 되고 나니 추천사가 더 귀하게 느껴진다. 추천사를 써주시는 분들은 (작가와 출판사 관계자를 제외하면) 책의 첫 독자다. 아직 인쇄도 되기 전의 원고를 읽고 추천의 글을 써준다는 것은 마음으로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그러므로 추천하는 분이 신뢰할 만한 분이고, 추천의 내용이 매력적이라면 그 책에는 반드시 손이 간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작가님의 추천을 받은 책이라면 두말할 것도 없다.


추천사를 쓰는 마음에 대해 생각해 봤다. 유명한 분들일수록 책임의 무게가 무거울 것이다. 표지에 “ㅇㅇㅇ추천!”이라며 추천인의 이름이 새겨질 것이 뻔한데, 어떤 말도 함부로 하긴 어려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추천의 말을 쓰는 마음은 자기 이름을 건 책을 쓰는 마음과 다를 바가 없을 것 같다.




두 번째 책 ‘쓰다 보면 보이는 것들’ 때 처음으로 추천사를 받았다. 그때 출판사에서 보내준 추천사 전문을 읽고 왈칵 눈물을 쏟았던 기억이 난다. ’우리의 책을 읽고 이렇게 귀한 마음을 보내주셨구나, 잘 살아가는 것으로 이 마음을 갚아드려야겠구나.‘ 생각했었다. 책의 첫 페이지에 찍힌 세 분(세 분의 추천사를 받았다)의 이름을 보며 뭉클함을 감출 길이 없었다. (이진민 작가님, 마마몽키 작가님, 홍석준 작가님! 다시 한번 정말 감사해요!) ’쓰다 보면 보이는 것들‘이 많은 분들의 마음에 닿을 수 있었던 것은 세 분이 먼저 내어주신 마음 덕분이다.


이번 책에도 추천사를 받았다. 출판사에서는 평소 내가 너무 좋아하는 분께 의뢰를 드렸다고 했다.  그분께 의뢰를 드렸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수락하실 거란 기대는 크지 않았다. 나는 무명작가이고, 그분은 내가 좋아하는 작가님이니까.


기적일까. 마법일까. 정말 감사하게도 너무나 귀한 마음을 돌려받았다. 출판사에서 미리 공유해준 추천사를 읽으며, 이번에는 울지 않았다. 울지 못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겠다. 사람이 믿을 수 없을 만큼 큰 감동을 받으면 눈물도 바로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추천사에는 내가 쓴 글의 행간을 읽어주신 문장이, 미처 쓰지 못한 마음까지 알아차려 주신 마음이 모두 담겨 있었다.


세 번째 책까지 쓰면서도 나에게 작가라는 자아는 희미했다. 스스로 작가라고 생각해 본 적 없을 만큼. 교사와 엄마라는 두 자아가 너무 선명해서, 두 자아로 꾸리는 일상도 너무 분주하니까. 작가라는 자아는 옷장 속 겨울 외투 주머니에 넣어두고는 잊어버리고야 마는 백 원짜리 동전 같았다. 다시 겨울이 와서 외투를 꺼내 입기 전까지는 그곳에 동전이 있다는 사실조차 까마득한.


이번 추천사를 보고 이제는 작가라는 자아를 조금 더 선명히 새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추천을 해준 그분의 마음 빛이 흐려지지 않도록, 그분 이름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책의 첫 독자에게 이런 마음을 받았으니, 더 좋은 글을, 진심이 가득한 글을, 아주 오랫동안 쓰는 사람으로 살아야겠다고 다짐도 했다.


열심히 마음 다해 쓴 글에  추천인의 마음까지 더해졌으니, 이제 독자들의 마음에 가닿을 차례다. 길을 잃지 않고 무사히 잘 도착해으면 좋겠다. 내 마음이, 당신의 마음에.


*추천사를 써주신 분이 궁금하신 분들께서는 곧 출간될 제 책을 기다려주세요. 꼭 기다려주셔야 해요. :)

매거진의 이전글 곧 셋째가 나올 것 같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