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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아 Jul 20. 2024

딸의 꿈에 내가 있다.

엄마, 나 네일 아티스트 될래.
네일 아티스트? 그게 뭔지는 아는 거야?
응! 손톱 예쁘게 꾸며주는 사람!
와, 그런 단어를 어디서 알았지?
주니토니에 나왔어.
그렇구나. 봄이는 왜 네일 아티스트가 되고 싶은데?
엄마 손톱이랑 발톱 내가 평생 예쁘게 꾸며주려고!
대애애박! 엄마 해주려고?
응! 나중에 내가 가게 열면 엄마 매일 와. 내가 매일매일 예쁘게 해 줄게.
고마워! 봄이 덕분에 엄마 손톱 발톱은 매일 반짝반짝하겠다.
엄마 친한 이모들 있지? 이모들한테도 다 말해. 내가 다 해준다고!
진짜? 이모들까지? 이모들 너무 좋아하겠다! 엄마가 열심히 홍보할게!
엄마는 돈 안내도 돼.
아니야. 엄마도 돈 낼 거야. 우리 봄이가 예쁘게 해주는 데! 엄마가 제일 많이 낼 거야.
아니야. 엄마는 평생 공짜야!


딸은 꿈이 많다. 농부가 되고 싶다고 하더니, 어린이 가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가,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고 했다가, 이제는 네일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고 한다. 네일 아티스트라니. 그런 단어를 듣고 기억하는 것도 신기한데, 자기의 새로운 꿈이라고 자랑하는 것은 더 신기하다. 심지어 네일 아티스트가 되고 싶은 이유가 엄마 손톱 발톱을 예쁘게, 그것도 평생 공짜로 해주기 위해서라니.


매번 느끼는 거지만, 아직 어린 딸의 꿈은 대체로 엄마인 나를 향해 있다. 농부가 되고 싶었던 이유는 자기가 수확한 싱싱한 채소와 과일을 엄마랑 맛있게 먹고 싶어서였다. 어린이 가수가 되고 싶었던 이유도 엄마가 노래를 좋아하니까, 엄마에게 좋은 노래를 불러주고 싶어서였다.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던 이유도 엄마에게 예쁜 옷을 만들어서 선물하고 싶어서라고.


딸이 그리는 꿈에는, 미래에는 언제나 내가 있다. 엄마를 기쁘게 하고, 엄마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 꿈이 되는 아이. 그런 아이의 엄마일 수 있음은 얼마나 큰 축복인지.


잠들기 전, “엄마, 내가 노래 하나 불러줄까?”라기에 불러달라고 했더니 이런 노래를 불러주었다.


“나에게 엄마는 사랑입니다. 엄마는 1호이구요. 엄마는 가장 소중한 존재입니다.“

(있는 노래가 아니라 자기가 지은 노래라고..)


얼른 재우고 할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빨리 자.“라는 말을 연발하던 나는 입을 다물고 말았다.  잔소리 대신 내가 사랑이고, 1호이고, 소중한 존재라는 아이에게 너무 감동이라고, 엄마를 그렇게 생각해 줘서 고맙다고, 엄마에게 너도 똑같이 사랑이고 1호이고 소중한 존재라고 말해주었다.


아이가 자란다. 무럭무럭 자라, 내가 제게 주는 사랑보다 더 큰 사랑을 내게 준다. 아무런 조건도 없고 바라는 것도 없이, 오직 엄마라는 이유로 사랑받을 수 있다. 무조건적인 사랑은 나를 강하게 하고 살아있게 한다.


너의 오늘에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했어.

너의 오랜 내일에도 함께 할 수 있도록 기도할게.

사랑해,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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