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비찜을 할 때 마다 내 맘 속엔 묘한 긴장감이 흐릅니다. 이번엔 흡족할 만한 결과물을 내고 말겠다는 각오와 또 다른 실패를 우려하는 마음이 서로 줄다리기를 하는 것이지요. 갈비구이와 갈비탕을 나름 맛있게 한다고 자부하는 나이지만, 이상하게도 갈비찜은 만족스런 결과물을 내지 못했습니다. 얼큰한 다데기와 서빙하는 나의 갈비탕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고, 딸 아이는 이런 갈비탕을 만들 줄 아는 엄마와 함께 사는 게 얼마나 큰 행운인지 모르겠다는 찬사를 했는데 말이죠. 그렇지만 갈비찜은 뭔가 늘 부족하네요. 갈비의 뼈와 살이 분리될 때까지 조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방을 너무 발라내서 고기가 약간 뻑뻑한 느낌이 나고, 불 조절에 실패해서 바닥에 깔은 무우가 눌러붙기 일쑤였습니다. 신선한 재료와 내가 만든 양념 간장 덕분에 맛은 그런데로 괜찮았지만 질감이 늘 문제였었죠. 이런 갈비찜을 두고 아들은 장조림 같다고 평했습니다. 완곡하게 표현한 딸은 엄마는 갈비탕을 하는 게 낫겠다고 말했고요. 남편은 늘 맛있다고 했지만, 이는 남편이 미맹이거나, 아니면 나를 위로하기 위한 립 서비스를 해 준 것이 분명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사실 저는 아들이 엄마의 갈비찜을 장조림 같다고 평한 이유를 알고 있었습니다. 기름기를 지나치게 제거한 것이 원인이었죠. 가족들에게 포화 지방산인 소기름을 절대 먹일 수 없다는 제 고집에서 비롯된 것이었고요. 물론 제 갈비찜의 문제가 단지 지나친 기름 제거에 있는 건 아니겠지만, 어쨌든 큰 이유 중 하나임은 분명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 가족의 입맛에 딱 맞는 환상의 갈비찜을 맛 보게 된 겁니다.
저는 남편의 생일 상에 올랐던 갈비찜을 잊을 수 없습니다. 적당히 기름기가 돌았던 보드라운 육질에다, 입에 착 달라붙던 풍미, 간이 잘 베어 있던 호박과 무우까지 얼마나 맛있었던지요. 딸 아이는 맛을 보는 즉시, 저 보고 좀 배우라고 하더군요. 딸 뿐만 아니라 엄마표 ‘갈비찜의 탈을 쓴 장조림’을 먹어 온 우리 가족은 차원이 다른 요리에 반해 버렸습니다. 그 순간 저는 깨달았지요. 가족의 건강을 지키겠다고 기름을 홀랑 제거한 나의 갈비찜은 뜻만 갸륵했을 뿐, 먹는 즐거움을 주지 못했다는 사실을요. 그래서 내 음식에 등을 돌린 배신자들에게 아무 소리 못하고, 저도 그들 틈에 껴서 갈비찜을 먹었었던 기억이 나네요.
이쯤되면 갈비찜을 만든 요리 달인이 누군 지 밝혀야 하겠죠? 우리 가족에게 진정한 갈비찜의 맛을 뵈준 그 인물은 바로 제 ‘수양딸’이었어요. 사실 며느리라고 불려야 할 수양따님은, ‘시’자 들어가는 관계를 형성하고 싶지 않았던 우리 부부의 바램과 며느리 보다는 딸이 되고 싶었던 그 아이의 마음이 만나 입양(?)이 성사됐습니다. 그런데 이 아이가 전생엔 제 딸이었는 지, 저 만큼이나 요리하고 남을 먹이는 것을 좋아하는 겁니다. 게다가 실력이 장난이 아니여서, 제 수양딸의 요리 실력은 이십대 중반 여자 아이의 것이라고 보기엔 믿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제가 볼 때 그 아이는 타고난 감각이 있어요. 일명 손맛이라고 부르는 그 감각 말입니다. 그래서 갈비찜도 그렇게 훌륭하게 완성했던 것이라고 봐요.
노력해도 안되는 일이 있듯이, 이상하게도 매번 원하는 맛을 내지 못하는 음식이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제게는 그것이 갈비찜, 엄밀히 말해 소갈비찜이었어요. 한때 저는 나의 갈비찜이 영화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My Blueberry Nights)>에서 팔리지 않던 블루베리 파이와 닮았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렇지만 그건 철저한 나의 착각이었어요. 영화에서 주드 로가 연기했던 카페 주인은, 아무리 팔리지 않는다 해도 블루베리 파이엔 문제가 없다고 말합니다. 단지 손님들이 다른 것을 주문할 뿐이라는 것이죠. 그렇지만 블루베리 파이와 달리, 제 갈비찜은 갈비찜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 같네요. 그래서 안되는 건 안되는 거라 생각하고, 편하게 포기할랍니다. 대신 갈비찜 보다 백배는 더 자신있는 퓨전 돼지갈비 요리를 해야겠어요. 내가 개발한 레시피라 더욱 자랑스러운 발사믹 돼지갈비찜은 간장과 발사믹 식초의 조합이 독특한 풍미를 내는 퓨전 요리입니다. 이제 돼지갈비를 폼나게 요리하며, 소갈비찜으로 살짝 긁힌 나의 자존심을 회복해 볼랍니다.
1.5kg 돼지갈비
1/2 양파
4-5 월계수잎
30g 생강
5g 통후추
1/3C 블랙커피
3T 와인이나 청주
2T 발사믹 식초
3T 간장
3T 사과즙
1T 생강즙
1-2T 설탕
2T 와인이나 청주
4-5 마늘
1/2 중간 크기 양파
1-2 페페론치노(Crushed Red Pepper)
1. 돼지갈비를 30분 이상 물에 담가서 핏물을 뺍니다. 중간에 물을 두 세번 갈아 주세요.
2. 갈비를 잘라 주세요.
3. 냄비에 물을 넣고 양파, 월계수잎, 생강, 통후추, 블랙커피, 술을 넣고 팔팔 끓입니다.
4. 3의 끓는 물에 돼지갈비를 넣고 데쳐냅니다.
5. 데쳐낸 돼지갈비를 망에 넣고 찬물로 샤워를 해줍니다. 이렇게 갈비를 차게 식혀줌으로서 필요 이상으로 갈비가 익거나, 뼈에서 피가 흘러 나오는 것을 막아 줄 수 있어요.
6. 나중에 간이 잘 베게 하기 위해서 갈비에 칼집을 내 줍니다.
7. 사과와 생강즙에 간장, 발사믹 식초, 설탕, 술, 페페론치노를 섞어 줍니다.
8. 마늘을 저미고 양파를 얇게 썰어요.
9. 큰 팬에 기름을 두르고 마늘과 양파를 넣고 볶습니다.
10. 마늘과 양파 향이 벤 기름에 돼지갈비를 넣고 높은 불에서 볶아줍니다.
11. 만들어 놓은 소스를 조금만 넣고 볶습니다.
12. 소스를 추가한 뒤, 고기에 고루 베도록 다시 볶아 주세요.
13. 불을 줄이고, 팬에 뚜껑을 덮고 소스가 줄 때 까지 가끔 고기를 뒤적여 줍니다. 이때 고기가 살짝 눌을 때까지 졸이면 바베이큐 립 같은 느낌이 나서 더 맛있어요.
어떤 요리에 사용되든, 돼지갈비는 양파, 생강, 술, 등의 냄새를 제거할 수 있는 재료를 끓인 물에 데쳐 낸 후 조리하세요. 그러면 고기의 누린내와 지방을 제거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