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마킴 Apr 28. 2018

웰빙 겉절이로 탄생한 김치 샐러드

남편은 잘 익은 김치보다 겉절이나 막 버무린 김치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김치를 하는 날이면 다 절여진 배추가 채반에 얹히는 순간을 기다립니다. 배추 잎사귀에 김치 속을 넣고 도르르 말아주는 보쌈을 기대하는 것이죠. 충치는커녕 사랑니까지 네 개 다 보존하고 있는 건치 아저씨인 남편이 우렁차게 배추를 씹으면, 아이들도 달려와 작은 입을 벌리곤 했습니다.


김치 할 때, 노란 배추 속을 분질러서 싸 주는 어정쩡한 모양의 보쌈을 남편과 아이들은 무척 좋아했습니다. 양념을 버무리고 있는 내 곁에 다들 조르륵 앉아 입을 벌리고 있으면, 나는 각자의 입에 쏙 들어갈 만한 크기로 배춧잎을 싸서 넣어 주곤 했었지요. 남편에겐 큰 잎에 무채 양념을 듬뿍 올리고, 아들에겐 삼분지 일의 크기로, 그리고 딸아이에겐 새끼손가락 사이즈로 찢은 배추에 무채 한 두 가닥을 얹어 입 안에 넣어주곤 했었습니다. 아이들은 자기들의 입 크기에 맞춘 보쌈이 너무 작다고 ‘애기 김치’라고 불렀습니다. 이제 그 아이들이 아빠와 똑같은 크기의 보쌈을 먹을 수 있을 만큼 자랐건만, 둘 다 멀리 살고 있습니다. 언제 그 많은 시간이 다 흘러 아이들이 둥지를 떠났는지요. 그리고 짧게 느껴졌지만 사실은 길디 길었던 그 시간에, 나는 또 얼마나 많은 배추와 씨름을 했는지요.


겉절이에게 작별을 고하고 김치 샐러드를 맞이하다.


온 가족이 양념에 막 버무린 김치를 좋아하기 때문에, 저는 겉절이를 자주 했습니다. 겉절이를 할 때 가장 신경 썼던 것은 배추의 맛난 부분을 골라 그 맛을 가급적 유지시킨다는 것이었는데, 그래서 저는 노란 잎사귀만 골라, 썰지 않고 절였습니다. 배추의 겉잎은 씁쓸한 맛이 나고, 썰어 절이면 배추의 단맛(또는 고소한 맛)이 빠져 나가거든요. 김치는 숙성되는 과정에서 풍미가 더해지지만, 겉절이는 재료에 그 맛이 달려 있습니다. 물론 양념 또한 중요하지만, 샐러드 같은 신선함으로 먹는 것이 겉절이이므로, 저는 배추에 많은 정성을 들였습니다. 그리고 이런 수고를 통해 사랑의 맛을 더하기도 했고요.


이렇게 정성을 쏟아 만들어 왔지만, 저는 더 이상 겉절이를 식탁에 올리지 않습니다. 김치의 염분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아서요. 남편의 나이가 중년이 되니, 건강과 나잇살을 신경 쓰지 않을 수가 없더군요. 그래서 밥도둑에다 염분도 많은 겉절이를 식탁에서 퇴출시키고, 생배추를 가벼운 양념에 버무려 먹기 시작했습니다. 김치도 샐러드도 아닌 이 배추 무침은 다행히 남편 입맛에 딱 맞았습니다.


제가 ‘김치 샐러드’라 명명한 이 웰빙 김치는 배추를 절이지 않고, 양념의 간도 세지 않기 때문에 염도가 낮습니다. 그래서 반찬은 물론, 고기와 곁들여 샐러드처럼 먹을 수도 있어요. 단, 주의할 점은 먹기 직전에 버무려야 한다는 점. 배추를 그대로 사용하기 때문에 물이 생기기 쉽거든요.


김치 샐러드 만들기.



*재료

배추                             작은 거 한 포기

양파                             50그램

빨간 피망                      50그램

마늘                             2-3쪽

젓갈                             60그램

물                                1/4C

고춧가루                       1/2C

소금                             1-2t

설탕 또는 매실청           1-2t

파, 식초                        약간

*조리법

1. 배추에서 노란 속잎만 골라서 씻은 뒤 물기를 뺀다.

2. 양념 재료를 푸드 프로세서나 믹서에 곱게 간다.

3. 배추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

4. 자른 배추에 파와 양념을 넣고 살짝 무쳐낸다.


*마마 킴의 요리 꿀팁

1. 배추는 먹을 만큼만 썰고, 나머지는 냉장고에 보관하세요. 미리 잘라 두면 칼이 닿은 부분이 검게 변합니다.

2. 쓰고 남은 소스와 배추는 따로 보관했다가 먹기 직전에 사용합니다. 미리 무쳐 놓으면 물이 생기고, 배추가 숨이 죽어서 식감이 안 좋아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