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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마킴 Oct 25. 2018

<퍼스트 맨>, 국뽕 영화가 아니라 싫다고요?

<퍼스트 맨>이 국뽕 논란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국뽕을 가열차게 휘날릴 수 있는 소재임에도 불구, 그렇지 않게 나온 모양새 때문에 미국 보수층으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고 있는 겁니다. 비난의 가장 큰 이유는 닐 암스트롱이 달 표면에 성조기 꽂는 장면을 영화에서 빠뜨렸다는 겁니다. 이에 대해 한 공화당 상원의원은 “완전히 미친 짓이다”라고 트윗을 했는가 하면, 트럼프도 이 영화를 보지 않겠다며 불쾌감을 드러냈습니다. 심지어 <퍼스트 맨>을 보이콧 하자는 청원까지 등장했는데요, 그 사이트는 김연아 선수가 부당하게 은메달을 받았을 때 제가 들렸던 곳이라 더욱 기분 상하더군요. 사회 정의나 발전을 위함이 아닌 이슈가 등장함으로써, 다른 청원의 질까지 떨어트릴 것 같았었거든요. 정말이지 제겐 이들의 광기가 도저히 이해 불가입니다.


달착륙 관련 콘텐츠는 무조건 위대한 미국의 신화가 되어야 한다?


그들의 논리에 따르면 달착륙은, 미국의 위대한 업적으로 다시 한 번 더 알려졌어야 했다는 겁니다. 따라서 영화는 아폴로 11호의 미션에 집중했어야 하고, 미국 국기가 달 표면에 꼽히는 장면 또한 반드시 연출됐어야 했다는 것이죠. 즉, 닐 암스트롱의 개인사에 집중한 <퍼스트 맨>은 애국심이 결여된 반미 영화라는 겁니다.


<퍼스트 맨>은 닐 암스트롱 개인의 인간 승리를 그렸습니다. 영화는 우주선 안에서 고군분투하는 비행사들의 고통스러운 모습에 집중할 뿐, 아폴로 11호의 위엄을 자랑하는 장면이 없습니다. 대신, 딸을 잃은 트라우마와 미션 수행 중 동료를 잃어가는 암스트롱의 고통에 집중하고 있죠.


인류 최초로 달에 발을 디딘 그는, “한 인간에게는 작은 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커다란 도약이다”라는 명언을 남겼습니다. 물론 그는 역사에 이름을 남긴 위대한 인물입니다. 그러나 영화 속 그의 모습은 거대한 임무 수행 앞에서 고뇌하는 평범한 사람이었고, 남 다른 투지로 거사를 이뤄냅니다. 이 부분이 또 미국인의 심기를 건드렸는데, 미국의 한 유명 유튜버는 닐 암스트롱 캐릭터가 자기 생각과 다르다며 겨우 평점 B를 주더군요. 평단의 호평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생전 그가 자신을 영웅으로 생각하지 않았다는 암스트롱 가족의 증언은 왜 다들 무시하는 걸까요?



영화라는 매체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 그들


미국의 보수층, 그들에게 대체 영화란 무엇일까요? 현실에서 일어난 일을 그대로 스크린으로 옮겨주는 매체로 보거나, 선동의 도구라고 생각하는 건 아닐는지요. 그래서 감독의 연출 의도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나 봅니다. 자신의 영화엔 정치적 목적이 없고, 단지 한 개인의 이야기를 담았을 뿐이라고 감독이 분명히 밝혔는데도 말입니다.


영화를 총괄 지휘하는 사람은 감독입니다. 워낙 거대한 자본이 투입되기 때문에 영화사의 입김이 작용하긴 합니다만, 제작자와 논의된 선 내에서 감독은 원하는 바를 영상으로 그리고 써 내려갑니다. 그런 그가 정치와 상관없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는데, 왜 그렇게들 딴지를 걸어대는지요. 심지어 대통령까지 나서서 말입니다.


할리우드 영화는 오랜 시간 교묘한 방법으로 관객들을 세뇌해왔습니다. 많은 메이저 영화사가 유대인에 의해 운영되다 보니, 그들을 밀어주는 영화가 수없이 제작됐고, 자신들의 침략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서부 영화 속 인디언들은 백인의 머리 가죽이나 벗기는 야만인으로 묘사됐습니다. 이런 영화에 길든 미국인들에겐 러시아 복서를 때려눕힌 뒤 성조기를 몸에 감고 승리를 외치는 록키가 안성맞춤이겠지요. 어쩌면 그들에겐 캐나다 배우인 라이언 고슬링이 닐 암스트롱을 연기한 것 또한 매국적 행위로 보일는지 모르겠습니다.



관객들에겐 영화를 비평할 수 있는 자유가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영화에 별점을 주고 평을 쓰며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지요. 그렇지만 작품을 보지도 않은 상태에서 단죄하겠다고 달려드는 미국인들의 애국심은 옳지 않습니다. 작품 감상이 빠진 비평이란 것은 어불성설이니까요. 그리고 다시 말하건대 작품의 소재와 주제를 고르는 것은 감독의 권한이며, 우린 작품의 질을 보고 호불호를 표현하면 되는 겁니다.


‘암스트롱이 달에 성조기를 꽂는 것은 달 탐사의 아이콘 그 자체라 영화에서 빼서는 안 될 장면이었다’라는 글귀를 인터넷에서 봤습니다. 우리 식으로 표현하자면, ‘앙꼬 없는 찐빵’ 정도가 되겠죠. 하지만 요즘 찐빵은 앙꼬 없이도 잘 팔립니다. 야채는 물론 커스터드 크림이 들어간 찐빵까지 있잖습니까. 앙꼬 들어간 찐빵을 선호하는 것은 그들의 자유이지만, 커스터드 크림 또한 재료로 쓰일 자격이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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