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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마킴 Nov 26. 2018

프레디 머큐리와 내 늙은 강아지

<보헤미안 랩소디>가 개봉된다는 소식을 듣고 오랜 시간 잊고 있었던 을 찾았습니다. 십 대 시절, 도어즈를 가장 좋아했지만(여기에는 짐 모리슨의 외모가 한몫했음을 인정합니다) 은 진정 그들의 음악이 좋아서 팬심을 가졌던 밴드였습니다. 그러나 사는 게 왜 그리도 바빴던지, 그들의 마지막 앨범인 Innuendo는 최근에서야 찾아들어봤네요. 앨범에 수록된 곡 중 “The show must go on”이 듣자마자 가슴에 훅 날라 들어오더군요. 프레디 머큐리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힘이 달리는 듯했지만, 죽음을 앞두고 사력을 다해 노래했던 그의 애절함이 절절히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게다가 쇼는 계속 지속돼야 한다는 가사는 프레디 사후 의 지향점을 말하는 것 같아, 그들의 마음을 헤아리며 듣고 또 들었습니다.



문득 이런 이런 의문이 생깁니다. ‘왜 천재 뮤지션들의 삶과 죽음은 다 비슷할까?’ 그들은 우리에게 감동을 주고 명성을 얻었지만, 자학에 가까울 정도의 술과 약물, 또는 섹스를 탐닉하다 일찍 세상을 등졌습니다. 모차르트를 필두로 해서 프레디 머큐리, 짐 모리슨, 찰리 파커, 에디트 피아프, 지미 헨드릭스 등의 삶은 매우 비슷하죠. 기행과 쾌락, 짧은 인생, 그리고 시대를 초월하는 재능이라는 모차르트의 일생을 기본 공식으로 삼는다면, 그 공식에 대입해 볼 수 있는 천재들이 얼마나 많을는지요. 그들에게 다른 점이 있다면 시대와 인종, 그리고 성별 정도인 것 같습니다.



최근에 퀸의 가사를 살펴보았습니다. 아주 오래전, 어린 나이에 내용도 모르고 열광하던 음악들이었죠. “Don’t stop me now”의 가사를 보니 옹골차게 야합니다. “Death on two legs”는 저주와 욕설이 난무하는데, 영어라는 언어가 그 감정을 충분히 살리지 못하는 것 같아서, 우리나라 전라도 사투리로 걸쭉하게 번역되면 좋겠더군요. “Love of my life”는 애절하고, “You’re my best friend”는 따뜻합니다. 그러나 어떤 노래를 들어도 제 마음과 귀는 자꾸 “The show must go on”에 끌렸습니다. 가사를 보니 광대로서의 끼를 주체 못 하던 프레디 머큐리의 독백 같기도 해서 운율 하나하나가 마음에 저리도록 와 닿더군요. 거기에다, 열다섯 살 먹은 늙은 강아지를 돌보고 있었던 제 상황이 더 큰 공감대를 만들었는지도 모르겠어요.


아무리 건강하다 해도 노견과 함께 하는 삶이란 이별을 전제로 합니다. 그래서 쇼는 계속되어야 한다는, 어떤 일이 닥쳐도 삶의 무게를 이기고 맡은 바 소명을 다해야 한다는, 가사의 의미가 제게 큰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개봉과 잊고 있던 퀸에 대한 팬심의 소환, 그리고 급직스러운 내 강아지의 죽음..... 너무도 슬픈 우연입니다.


‘급성’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병은 가혹하고 무서웠습니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는 있었지만, 예상보다 훨씬 더 당겨진 녀석의 죽음은 제게 감당하기 힘든 충격과 슬픔을 안겨줬습니다. “The show must go on”이 연속해서 흐르는 거실에서 무심한 눈으로 저를 응시하던, 머리를 쓰담 쓰담해주면 배를 드러내 보이며 애교를 떨던 내 강쥐가 갑자기 사라져 버린 겁니다. 그래서 제게 그 곡은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음악이 돼버렸습니다.


이제 저는 “Life must go on”을 외치려 합니다. “The show must go on”을 만든 브라이언 메이가 퀸 관련 활동을 계속했듯이, 저도 예전 일상으로 돌아가려 합니다. 지금 당장은 너무 마음이 아파서 녀석을 연상시키는 그 곡을 들을 수 없지만, 먼 훗날엔 가능하겠지요. 십 대 시절, 용돈을 아껴가며 설레는 마음으로 레코드를 모으게 했던 프레디 머큐리와 십오 년간 많은 행복을 안겨준 그 녀석을 평화롭게 추억할 수 있는 날이 오리라 믿습니다. 그때는 따뜻한 마음으로 “The show must go on”을 들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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